'노사관계'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서 육체적 노동력을 파는 '노동자'와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노동력을 사서 지배적 권한을 행사하는 '사용자'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그것은 산업사회의 발전에 따라 변모해 온 역사적, 문화적 산물이다. 21세기를 맞이하여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노사관계에도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세기 후반 이후의 문명사적 대전환은 단순히 생산양식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활 양식과 사회제도,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체를 새로운 차원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세계적 경제환경의 변화는 산업구조는 물론 사회구성원들의 사회적 지위와 상호작용 양식까지 바꾸어 가고 있다.
정보화가 진전될수록 부(富)의 원천이 근본적으로 변한다. 정보사회의 새로운 생산수단은 지식이다. 부를 창조하는 중심적인 활동도 자본의 배분, 노동의 투입이 아니라 지식을 배분하고 적용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상품에 부가되는 가치는 생산성과 혁신에 의해 창조되는데, 이것이 지식을 작업과정에 적용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산업사회에서 개인·기업·국가의 부는 이들이 보유한 물적 자원의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되었지만, 이제는 지식·정보·기술 등 지적 자산이 훨씬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이것은 정보력·기술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생산 및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등장하게 됨을 의미한다.
세계화에 따른 무한 경쟁이 전개되고 기업들의 구조 조정 및 인수 합병(M&A)이 활발해지면서, 노사 양측은 서로가 피할 수 없는 공동운명체임을 절감하게 되었다. 기업 간 생존을 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노사 모두 국내·외 라이벌업체들과의 경쟁에 최우선적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정보화·세계화 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은 "물적 자본의 과다(多寡)"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적 자본의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된다. 국부(國富)의 원천은 노동자의 지식, 정보의 양과 기술수준에 바탕을 두게 된다. 따라서 노동자와 사용자의 성격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던 산업노동자는 축적된 지식과 창의를 활용하여 성취의 보람을 느끼며 그에 상응하는 보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로 바뀌고 있다. 네트워크조직이 보편화되면서 조직 계층이 보다 평면화 되고 직무가 개인화 되며, 중간 관리층이 사라지고 경영자와 근로자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고 있다.
지식근로자의 경우 권위와 책임이라는 면에서 보면 노사의 구별이 약화된다. 단순히 육체적 노동력만을 파는 노동자의 비율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며, 생산수단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노동자를 지배할 수 있는 자본가는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산업사회에서 사용자와 노동자를 구분하는 말로 통용되던 '계급'이라는 경직된 개념은 그 자체의 적합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노사 갈등의 양상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노동자'와 '사용자'라는 개념 및 그 관계 자체의 본질을 바꾸어 놓게 될 것이다.
경영자는 지식근로자들이 지닌 생산수단의 적극적 도움으로만 기업을 경영할 수 있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므로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끼리의 대등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야만 한다.
개념은 우리의 사고(思考)를 지배하며, 현상을 만들어 낸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노사관계'라는 개념보다 오히려 '직무관계'(job relations)라는 개념을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직무관계의 목표는 경영이든 관리든 노동이든, 생산의 각 부문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 간에 대등한 인격적 관계를 바탕으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업무상의 수평적, 협력적 상호의존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해서만 가능하며, 상호 협력하는 것이 서로에게 호혜적이고 공생적임을 인식할 때 가능하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노사분규가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한국의 노사관계는 아직도 안정적으로 제도화되지 못하고, 경제안정의 불안요인으로 잠복해 있다. 1970년대까지의 일방적, 권위적 노사관계는 1987년 이후 대립적, 투쟁적 노사관계로 변모하였다. 1998년 이후 새로운 변화의 전기를 맞이하였지만, 일본형, 영미형, 유럽형 노사관계를 좇아가는 과정에서 문화적 부적합성, 상이한 유형간의 혼란 등으로 인해 더욱 국제적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한국의 문화적 전통과 사회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미래지향적 노사관계를 형성해 가느냐에 있다. 미래 한국의 노사관계는 선진국의 지난 경험을 뒤쫓아가기보다는, 과거 노동자 및 사용자의 개념을 뛰어넘는 완전한 인식의 전환을 통하여, 지식사회 및 지식근로자에 부응하는 새로운 차원의 "직무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노사관계'에서 '직무관계'로
'노사관계'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서 육체적 노동력을 파는 '노동자'와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노동력을 사서 지배적 권한을 행사하는 '사용자'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그것은 산업사회의 발전에 따라 변모해 온 역사적, 문화적 산물이다. 21세기를 맞이하여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노사관계에도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세기 후반 이후의 문명사적 대전환은 단순히 생산양식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활 양식과 사회제도,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체를 새로운 차원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세계적 경제환경의 변화는 산업구조는 물론 사회구성원들의 사회적 지위와 상호작용 양식까지 바꾸어 가고 있다.
정보화가 진전될수록 부(富)의 원천이 근본적으로 변한다. 정보사회의 새로운 생산수단은 지식이다. 부를 창조하는 중심적인 활동도 자본의 배분, 노동의 투입이 아니라 지식을 배분하고 적용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상품에 부가되는 가치는 생산성과 혁신에 의해 창조되는데, 이것이 지식을 작업과정에 적용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산업사회에서 개인·기업·국가의 부는 이들이 보유한 물적 자원의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되었지만, 이제는 지식·정보·기술 등 지적 자산이 훨씬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이것은 정보력·기술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생산 및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등장하게 됨을 의미한다.
세계화에 따른 무한 경쟁이 전개되고 기업들의 구조 조정 및 인수 합병(M&A)이 활발해지면서, 노사 양측은 서로가 피할 수 없는 공동운명체임을 절감하게 되었다. 기업 간 생존을 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노사 모두 국내·외 라이벌업체들과의 경쟁에 최우선적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정보화·세계화 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은 "물적 자본의 과다(多寡)"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적 자본의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된다. 국부(國富)의 원천은 노동자의 지식, 정보의 양과 기술수준에 바탕을 두게 된다. 따라서 노동자와 사용자의 성격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던 산업노동자는 축적된 지식과 창의를 활용하여 성취의 보람을 느끼며 그에 상응하는 보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로 바뀌고 있다. 네트워크조직이 보편화되면서 조직 계층이 보다 평면화 되고 직무가 개인화 되며, 중간 관리층이 사라지고 경영자와 근로자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고 있다.
지식근로자의 경우 권위와 책임이라는 면에서 보면 노사의 구별이 약화된다. 단순히 육체적 노동력만을 파는 노동자의 비율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며, 생산수단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노동자를 지배할 수 있는 자본가는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산업사회에서 사용자와 노동자를 구분하는 말로 통용되던 '계급'이라는 경직된 개념은 그 자체의 적합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노사 갈등의 양상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노동자'와 '사용자'라는 개념 및 그 관계 자체의 본질을 바꾸어 놓게 될 것이다.
경영자는 지식근로자들이 지닌 생산수단의 적극적 도움으로만 기업을 경영할 수 있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므로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끼리의 대등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야만 한다.
개념은 우리의 사고(思考)를 지배하며, 현상을 만들어 낸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노사관계'라는 개념보다 오히려 '직무관계'(job relations)라는 개념을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직무관계의 목표는 경영이든 관리든 노동이든, 생산의 각 부문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 간에 대등한 인격적 관계를 바탕으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업무상의 수평적, 협력적 상호의존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해서만 가능하며, 상호 협력하는 것이 서로에게 호혜적이고 공생적임을 인식할 때 가능하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노사분규가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한국의 노사관계는 아직도 안정적으로 제도화되지 못하고, 경제안정의 불안요인으로 잠복해 있다. 1970년대까지의 일방적, 권위적 노사관계는 1987년 이후 대립적, 투쟁적 노사관계로 변모하였다. 1998년 이후 새로운 변화의 전기를 맞이하였지만, 일본형, 영미형, 유럽형 노사관계를 좇아가는 과정에서 문화적 부적합성, 상이한 유형간의 혼란 등으로 인해 더욱 국제적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한국의 문화적 전통과 사회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미래지향적 노사관계를 형성해 가느냐에 있다. 미래 한국의 노사관계는 선진국의 지난 경험을 뒤쫓아가기보다는, 과거 노동자 및 사용자의 개념을 뛰어넘는 완전한 인식의 전환을 통하여, 지식사회 및 지식근로자에 부응하는 새로운 차원의 "직무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배규한(비전@한국 공동대표, 국민대 사회대 학장/사회학)
출처 - 비전@한국홈페이지 회원칼럼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