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의 정체성문제가 다시 사회적 관심거리로 대두하고 있다.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에 대한 이견이 매듭지워지기도 전에 언론정국에서의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한 '홍위병 논쟁'이나 지방선거 정치참여와 관련한 시민단체간의 치열한 의견대립을 보면서 시민단체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하도록 한다. 돌이켜 보면 시민단체가 국민의 성원을 받게된 것도 10여년 내외의 일이다. 1989년 경실련과 환경운동연합 등이 경제정의와 환경보호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부터이다. 이전에도 권위주의체제에서 관변단체나 재야운동권을 중심으로 한 단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부분적일 뿐 많은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는 못하였다.
시민단체들이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게된 데에는 이들이 민주화와 생활정치에 생산적으로 기여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개발독재체제는 불균형발전전략으로 인해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이루었지만 분배나 복지 및 환경보호 등의 영역에서는 많은 대가를 치루었다. 이로 인해 국가나 시장, 그리고 정부나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높지 않고 이들 대신 마음을 붙일 새로운 대상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반체제운동권'은 권위주의체제의 해체에만 주력할 뿐 새로운 사회의 생산적인 건설에는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관변단체에도 마음이 떠난 지 오래였다. 그러던 차에 시민단체들이 운동권으로부터 '개량주의'나 '변절자'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책대안 중심으로 국민들의 생활에 관한 문제들을 다루면서 이들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와 지지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여 당시 시민단체들은 '벤처정신'으로 자신들의 희생을 대가로 정부나 기업이 실패한 부분을 대행, 치유, 보완하면서 전체 공동체의 이익을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상근자들의 박봉과 열악한 조건에서의 정열적인 근무와 투철한 사명감, 유능한 자원봉사전문가들의 노력, 사회의 폭 넓은 지지와 정신적 성원 등이 초기 시민단체 성공의 밑거름이었다.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실시, 의약분쟁 조정, 지하철노사분쟁 조정, 정보공개제도 도입, 지방자치 활성화, 정치개혁 입법, 공명선거 실천, 공직자 재산 공개ㆍ등록, 환경보호, 권리찾기 등 행정부나 국회, 기업, 노동조합, 이익단체들이 해야 할 일들을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해결하면서 사회적인 비용을 줄이고 공익을 크게 높이며 경제정의, 환경, 여성, 지역, 소비, 문화운동을 통한 풀뿌리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성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활동영역과 규모가 사회적인 수요의 폭발로 거의 무제한으로 넓어지면서 이를 담당할 사무조직의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부터 시민단체의 문제점들이 배태된 것이다. '시민 없는 시민운동,' '백화점식 운동,' 재정과 활동의 자율성 문제, 명망가중심의 활동, 연대세력화에 따른 다양성과 순수성 및 도덕성의 훼손, 정파나 정당 세력과의 연계에 따른 정치적 중립성의 훼손, 활동방식의 초법화, 시민운동가의 관료화와 권력기관화, 연대를 통한 센세이셔널리즘, 시민단체활동의 무오류의 환상, 개별단체의 다양성과 자율성 약화, 보수/진보나 개혁/반개혁이라는 시민단체간의 편가름, 일부 인사들의 정치권진출 디딤돌로의 악용, 운동가와 자원봉사 전문가와의 알력, 상근운동가들의 직장으로서의 시민단체 및 이들의 장기적인 진로문제, 재정확보의 곤란과 정부의 재정지원 수혜경쟁, 언론과의 유착 등 다양한 문제들이 개별 시민단체간에 차이는 있지만 폭넓게 나타나게 된 것이다.
최근 언론정국에서의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태에서의 정치참여문제는 지난해 총선연대의 활동에 대한 평가에 이어 이 시점에서 시민단체의 정체성문제를 다시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먼저, 언론정국에서의 시민단체의 긍정적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이들이 억울해 할 '홍위병'으로 전락할 위험도 지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개혁관련 시민단체들이 수년 전부터 자발적으로 언론개혁의 사명을 띠고 순수하게 언론개혁을 요구했을 때 뜻 있는 국민들은 이들의 활동에 성원을 보냈다. 그러나 언론정국의 전개과정에서 이들이 단계적으로 보인 활동의 내용이나 태도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지원과 의구심을 함께 지니는 것도 사실이다. 순수한 개혁주의가 정치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동원되고 때로는 시민단체 스스로 균형과 일관성을 잃게된 것을 솔직히 우려한다. 대통령의 언명으로 시작된 언론정국에서 처음에는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던 이들이 정부ㆍ여당과 공동보조를 취하고, 언론사간에 형평성이 잃은 세무조사 공개 및 검찰 고발 그리고 그들에 대한 방송사들의 보도 등에 대해 보인 태도는 이들이 추구하는 개혁주의의 순수성에 대한 의구심을 충분히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 일부 시민단체가 단체차원에서 후보를 조직적으로 내고 정치운동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점은 이것으로 인해 얻을 생활정치에 대한 참여민주주의 확대나 풀뿌리민주주의 확산 등의 효과보다도 시민단체가 잃게 될 것이 더욱 많아 나머지 시민단체들이나 다수의 국민들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여기에는 시민단체의 정치참여로 인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의 상실, 기존 정치문화의 부작용, 시민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의 한계, 98년 지방선거 당선자 22명의 활동에 대한 검증과 평가 미흡, 시민단체의 정치세력화와 시민사회 성숙 약화, 기존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 시민단체의 감시ㆍ견제기능과의 상충, 참여개인의 오류에 대한 시민단체 전체 불신 등이 주요 문제로 제시된다. 특히 많은 시민단체들이 오랜 기간 어려움 속에 키워온 사회적인 자산과 신뢰를 일부 정치참여단체들이 선거에서 이들만의 과실로 거두고, 혹시라도 이들이 받을 국민의 지탄이나 문제를 나머지 시민단체들이 덮어 쓸 경우 일부시민단체들의 정치사회로의 전환에 따라 전체시민사회가 축소하고 심지어 시민사회 전체의 실패로까지 번질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한국의 시민단체들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국가실패나 시장실패를 보완할 시민사회의 성공을 위해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새롭게 기울여야 하겠다. 기존 시민단체의 활동은 지지하든 아니면 '홍위병'으로 우려하든, 이들이 우리 사회의 공공의 자산임을 명심하여야 하겠다. 지금까지 다수의 시민들이 수수방관하고 무임승차하다가 막상 일이 터지면 일방적으로 지지나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직ㆍ간접적으로 참여하고 감시하고 지원하여 우리의 소중한 사회적 자산을 키워나가야 하겠다. 건전한 시민단체의 확산은 우리의 시민사회의 성공으로 나타나는 만큼 모든 국민이 다시 시민단체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다시 시민단체를 생각한다
시민단체의 정체성문제가 다시 사회적 관심거리로 대두하고 있다.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에 대한 이견이 매듭지워지기도 전에 언론정국에서의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한 '홍위병 논쟁'이나 지방선거 정치참여와 관련한 시민단체간의 치열한 의견대립을 보면서 시민단체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하도록 한다. 돌이켜 보면 시민단체가 국민의 성원을 받게된 것도 10여년 내외의 일이다. 1989년 경실련과 환경운동연합 등이 경제정의와 환경보호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부터이다. 이전에도 권위주의체제에서 관변단체나 재야운동권을 중심으로 한 단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부분적일 뿐 많은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는 못하였다.
시민단체들이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게된 데에는 이들이 민주화와 생활정치에 생산적으로 기여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개발독재체제는 불균형발전전략으로 인해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이루었지만 분배나 복지 및 환경보호 등의 영역에서는 많은 대가를 치루었다. 이로 인해 국가나 시장, 그리고 정부나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높지 않고 이들 대신 마음을 붙일 새로운 대상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반체제운동권'은 권위주의체제의 해체에만 주력할 뿐 새로운 사회의 생산적인 건설에는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관변단체에도 마음이 떠난 지 오래였다. 그러던 차에 시민단체들이 운동권으로부터 '개량주의'나 '변절자'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책대안 중심으로 국민들의 생활에 관한 문제들을 다루면서 이들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와 지지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여 당시 시민단체들은 '벤처정신'으로 자신들의 희생을 대가로 정부나 기업이 실패한 부분을 대행, 치유, 보완하면서 전체 공동체의 이익을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상근자들의 박봉과 열악한 조건에서의 정열적인 근무와 투철한 사명감, 유능한 자원봉사전문가들의 노력, 사회의 폭 넓은 지지와 정신적 성원 등이 초기 시민단체 성공의 밑거름이었다.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실시, 의약분쟁 조정, 지하철노사분쟁 조정, 정보공개제도 도입, 지방자치 활성화, 정치개혁 입법, 공명선거 실천, 공직자 재산 공개ㆍ등록, 환경보호, 권리찾기 등 행정부나 국회, 기업, 노동조합, 이익단체들이 해야 할 일들을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해결하면서 사회적인 비용을 줄이고 공익을 크게 높이며 경제정의, 환경, 여성, 지역, 소비, 문화운동을 통한 풀뿌리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성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활동영역과 규모가 사회적인 수요의 폭발로 거의 무제한으로 넓어지면서 이를 담당할 사무조직의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부터 시민단체의 문제점들이 배태된 것이다. '시민 없는 시민운동,' '백화점식 운동,' 재정과 활동의 자율성 문제, 명망가중심의 활동, 연대세력화에 따른 다양성과 순수성 및 도덕성의 훼손, 정파나 정당 세력과의 연계에 따른 정치적 중립성의 훼손, 활동방식의 초법화, 시민운동가의 관료화와 권력기관화, 연대를 통한 센세이셔널리즘, 시민단체활동의 무오류의 환상, 개별단체의 다양성과 자율성 약화, 보수/진보나 개혁/반개혁이라는 시민단체간의 편가름, 일부 인사들의 정치권진출 디딤돌로의 악용, 운동가와 자원봉사 전문가와의 알력, 상근운동가들의 직장으로서의 시민단체 및 이들의 장기적인 진로문제, 재정확보의 곤란과 정부의 재정지원 수혜경쟁, 언론과의 유착 등 다양한 문제들이 개별 시민단체간에 차이는 있지만 폭넓게 나타나게 된 것이다.
최근 언론정국에서의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태에서의 정치참여문제는 지난해 총선연대의 활동에 대한 평가에 이어 이 시점에서 시민단체의 정체성문제를 다시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먼저, 언론정국에서의 시민단체의 긍정적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이들이 억울해 할 '홍위병'으로 전락할 위험도 지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개혁관련 시민단체들이 수년 전부터 자발적으로 언론개혁의 사명을 띠고 순수하게 언론개혁을 요구했을 때 뜻 있는 국민들은 이들의 활동에 성원을 보냈다. 그러나 언론정국의 전개과정에서 이들이 단계적으로 보인 활동의 내용이나 태도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지원과 의구심을 함께 지니는 것도 사실이다. 순수한 개혁주의가 정치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동원되고 때로는 시민단체 스스로 균형과 일관성을 잃게된 것을 솔직히 우려한다. 대통령의 언명으로 시작된 언론정국에서 처음에는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던 이들이 정부ㆍ여당과 공동보조를 취하고, 언론사간에 형평성이 잃은 세무조사 공개 및 검찰 고발 그리고 그들에 대한 방송사들의 보도 등에 대해 보인 태도는 이들이 추구하는 개혁주의의 순수성에 대한 의구심을 충분히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 일부 시민단체가 단체차원에서 후보를 조직적으로 내고 정치운동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점은 이것으로 인해 얻을 생활정치에 대한 참여민주주의 확대나 풀뿌리민주주의 확산 등의 효과보다도 시민단체가 잃게 될 것이 더욱 많아 나머지 시민단체들이나 다수의 국민들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여기에는 시민단체의 정치참여로 인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의 상실, 기존 정치문화의 부작용, 시민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의 한계, 98년 지방선거 당선자 22명의 활동에 대한 검증과 평가 미흡, 시민단체의 정치세력화와 시민사회 성숙 약화, 기존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 시민단체의 감시ㆍ견제기능과의 상충, 참여개인의 오류에 대한 시민단체 전체 불신 등이 주요 문제로 제시된다. 특히 많은 시민단체들이 오랜 기간 어려움 속에 키워온 사회적인 자산과 신뢰를 일부 정치참여단체들이 선거에서 이들만의 과실로 거두고, 혹시라도 이들이 받을 국민의 지탄이나 문제를 나머지 시민단체들이 덮어 쓸 경우 일부시민단체들의 정치사회로의 전환에 따라 전체시민사회가 축소하고 심지어 시민사회 전체의 실패로까지 번질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한국의 시민단체들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국가실패나 시장실패를 보완할 시민사회의 성공을 위해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새롭게 기울여야 하겠다. 기존 시민단체의 활동은 지지하든 아니면 '홍위병'으로 우려하든, 이들이 우리 사회의 공공의 자산임을 명심하여야 하겠다. 지금까지 다수의 시민들이 수수방관하고 무임승차하다가 막상 일이 터지면 일방적으로 지지나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직ㆍ간접적으로 참여하고 감시하고 지원하여 우리의 소중한 사회적 자산을 키워나가야 하겠다. 건전한 시민단체의 확산은 우리의 시민사회의 성공으로 나타나는 만큼 모든 국민이 다시 시민단체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김석준(한국NGO학회 공동대표, 비전@한국 공동대표)
출처 - 비전@한국홈페이지 회원칼럼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