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내다본 敎育 재건
	2002-06-20
30년 내다본 敎育 재건 예부터 쓸만한 사람을 인재(人材)라 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아주 든든하고 크고 바른 사람을 대들보감, 즉 동량지재(棟梁之材)라 했다. 사회를 집짓는 데 비유해서 하는 말이다. 사회는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체이다. 기둥, 대들보, 서까래 등이 서로 맞물려 집이 되듯이 제소임을 다하는 여러 사회 구성원간의 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져 있을 때 사회는 바르게 작동한다. 사람사이에서 지켜야 할 규범과 예의를 알고 내가 맡은 일을 성실히 해 나가는 시민들이 모여야 사회는 구성원 모두가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마당이 된다. 공자(孔子)같은 성인도 썩은 나무는 깎아서 무엇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자질이 못된 사람은 아무리 가르쳐도 제구실하는 사회인으로 기를 수 없다는 탄식이다. 몇 천년이 지나도 이 진리는 유효하다. 기본적인 사회인의 자질을 못갖춘 시민들로는 성숙된 질서있는 사회를 건설해 나갈 수 없다. 그래서 문명국들은 교육에 힘을 쏟는다. 얼마 전 연세대에서 한 노교수가 퇴임하는 고별강의를 하는 자리에서 그 학교 학생 몇명이 행패를 부렸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평생을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쳐 온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동시에 나라의 앞일을 생각하면서 걱정하는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다른 곳도 아닌 이 나라의 대들보감을 양성하는 최고 명문대에서 길러내는 사람들의 자질이 이 정도라면 나라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통탄할 일이다. 동량지재가 되려면 지식과 학식을 갖추기 이전에 사회인으로서의 기본소양을 갖추어야 한다. 스승에 대한 기본 예의도 가릴 줄 모르는 사람이 학식을 갖추어 요직을 담당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얼마나 클 것인가? 이런 사람은 아예 대학에 들어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 나라를 바로 세우려면 최소한 두 가지 일을 바로 해야 한다. 첫째는 시민들이 모두 사회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추도록 기르는 일, 즉 교육이고 또 하나는 사람의 자질을 엄격히 가려서 합당한 일을 하도록 맡기는 일, 즉 정치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부패, 혼란, 무질서의 뿌리는 바로 교육의 붕괴와 정치의 타락에 깊이 박혀 있다. 30년전 정치인들은 유권자에 영합하기 위해 ‘고교 평둔화(平鈍化)’를 단행하여 교육체계를 완전히 파괴시켜 놓았었다. 이어서 정치인들은 자질과 관계없이 정치적 배려를 앞세워 사람을 써왔다. 그 결과가 오늘의 꼬리무는 게이트이고 온 사회를 뒤덮는 무법과 불법과 탈법이다. 파편화된 사회를 다시 추슬러 믿음이 지배하는 사회로 되살려 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30년을 내다 보고 교육의 재건에 힘을 모아야 한다. 시민으로서의 기본소양을 가르치는 초등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하여 최선의 교사를 확보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봉급수준을 배로 올려 가장 우수한 인재가 초등교육을 맡는 교사가 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역사속의 한국, 세계속의 한국을 깨닫게 하며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초소양을 갖추게 하는 중등교육은 학생과 학부모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평준화를 해제하여야 한다. 국제경쟁에서 이겨 낼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대학교육은 완전 자율화 시켜야 한다. 정부는 필요한 지원만 하고 어떠한 규제도 해서는 안된다. 입학시험, 전공분야 설정, 정원, 교수충원 등 모든 영역에서의 간섭을 없애야 한다. 자질이 모자라는 사람을 받지않을 자유를 대학에 주어야 한다. 대학교육은 설립자와 학생간의 자유계약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우리의 교육현실은 위기를 지나 붕괴로 가고 있다. 다음 세대에 죄를 짓지 않으려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자기 희생을 감수하여야 한다. 교육입국(敎育立國)에 우리의 꿈을 걸자. 李相禹 (서강대 교수ㆍ정치학) 출처 - 조선일보 2002. 6. 20 아침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