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스캔들이다, 테러와의 전쟁이다, 국내외로 어지러운 가운데, 지금 서울과 성남 시에선 세계디자인대회가 '조용히' 열리고 있다(10월 7-13일, 서울 코엑스, 성남 코리아디자인센터). 세계 산업디자인 단체협의회(ICSID) 총회를 한국으로 유치하느라 그 동안 정부나 민간단체들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고, 지난 '97년 결정이 났을 때의 뜨거웠던 반응에 비하면 정말 너무나 조용한 편이다.
세계대회가 열린다고 당장 큰 변화가 올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사회에서 디자인산업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확인하는 이벤트로서, 그리고 세계 디자인계에 한국을 인식시키는 계기로 이 행사가 기대를 모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디자인 선진국'을 향한 도약대로 이 대회에 큰 의미를 강조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에서 지금 디자인 분야가 산업발전의 큰 기간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서 나온 전망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한국이 디자인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위치에 와 있느냐 한다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정치 일변도의 휩쓸림 속에서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디자인'이라는 다분히 복합 문화적인 활동도 요란하게 필요성만 강조됐지, 그 바탕 환경은 아직도 선진국과는 멀고 먼 거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온 나라가 정치 공방에 소용돌이 치고 있는 와중에서 오히려 위축돼가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몇몇 대기업들이 디자인 혁신을 내걸고 활발하게 투자해 왔지만 그건 극히 일부분의 경우에 속한다. 특히 가장 중요한 목표가 돼야할 중소기업에 대한 디자인 접목은 멀고도 어려운 사업이요, 말 그대로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바늘에서 우주선까지' 디자인은 산업혁명 이후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모든 제품활동의 기본컨셉으로 일찍이 터전을 잡아왔다.
산업자본주의의 대량생산-대량소비 틀 안에서 디자인은 '침묵하는 품질'로 일찍이 그 역할을 뚜렷이 넓혀 놓았다. 이제는 마케팅과 선전광고의 연장선상에서 디자인이 그 자체로서 제품을 결정하는 또 다른 영역을 창조하기까지 했다. "디자인이 들어갔다" "누구의 디자인이다" 라는 사실 하나로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무기가 된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60년대 이후 산업화 열기 속에서 그러나 디자인 분야는 거의 외면되다시피 했다. 아직도 디자인이라면 패션 디자인 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생산-소비 체제에 능동적으로 기능하지 못했다. 때문에 '80년대 '90년대 산업 디자인을 내걸고 개발원을 설치하고 '디자인입국'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펼쳐 왔지만, 아직도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기업은 물론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깊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세계일류 상표를 그토록 고대해 왔지만 아직 우리에겐 힘들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한사람 배출하는 일이 다급한 상황인데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보다는 외국의 유명상표만 찾는 과소비 세태가 문제로 나섰다. 왜 우리는 이세이 미야께나 필립 스탁 같은 살아있는 상표를 갖지 못하나? 이탈리아의 알레시나 올리배티같은 디자인 제품은 언제 나올 것인가? 거창한 세계디자인 대회를 주최하면서 당연히 이런 물음들이 떠오르지만 사실 그 해답은 선명치 못하다. 너무나 거쳐야 할 단계가 우리 앞에 많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흔히 디자인은 생활과 연결된 감성 산업이라고 말한다. 미학적 표현을 빌린다면 감성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디자이너와 일반 대중,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감성적인 공통감에서 출발하는 생활문화의 한 장이 바로 디자인이다. 전문가들은 심미적이면서 인간공학적인 측면을 추구하는 디자인이 이제는 대중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확실한 형태를 확보했다고 그 의미를 중요하게 새긴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 인프라의 첫손에 꼽히는 것이 사회 전체의 디자인 마인드다. 이것이 무르익어야 감성의 커뮤니케이션이 꽃핀다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그러나 결코 하루 이틀에, 치밀한 도전 없이는 만들 수 없는 것이 바탕 환경이다. 디자인 선진국들인 독일이나 핀란드, 영국의 디자인 운동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벌써 수 백년 전부터 장인들의 공예작업을 소중한 사회적 자산으로 높이 평가해온 전통, 그리고 20세기 들어 건축가 디자이너들이 앞장서서 그야말로 '하찮은' 숟가락에까지 인체공학과 미학적 해석을 불어넣었던 생활 디자인운동의 결과로, 오늘 이들 나라 대중들에게 디자인을 친근하게 의식하는 디자인 마인드를 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의 세계디자인 대회가 우리 모두에게 우선 디자인을 의식하는 관심의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이다. 먼 길이지만 문화 인프라라는 확실한 목표를 향해 출발한다면 훨씬 가벼운 걸음이 될 수 있지 아닐까?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기다리며
이용호 스캔들이다, 테러와의 전쟁이다, 국내외로 어지러운 가운데, 지금 서울과 성남 시에선 세계디자인대회가 '조용히' 열리고 있다(10월 7-13일, 서울 코엑스, 성남 코리아디자인센터). 세계 산업디자인 단체협의회(ICSID) 총회를 한국으로 유치하느라 그 동안 정부나 민간단체들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고, 지난 '97년 결정이 났을 때의 뜨거웠던 반응에 비하면 정말 너무나 조용한 편이다.
세계대회가 열린다고 당장 큰 변화가 올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사회에서 디자인산업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확인하는 이벤트로서, 그리고 세계 디자인계에 한국을 인식시키는 계기로 이 행사가 기대를 모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디자인 선진국'을 향한 도약대로 이 대회에 큰 의미를 강조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에서 지금 디자인 분야가 산업발전의 큰 기간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서 나온 전망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한국이 디자인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위치에 와 있느냐 한다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정치 일변도의 휩쓸림 속에서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디자인'이라는 다분히 복합 문화적인 활동도 요란하게 필요성만 강조됐지, 그 바탕 환경은 아직도 선진국과는 멀고 먼 거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온 나라가 정치 공방에 소용돌이 치고 있는 와중에서 오히려 위축돼가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몇몇 대기업들이 디자인 혁신을 내걸고 활발하게 투자해 왔지만 그건 극히 일부분의 경우에 속한다. 특히 가장 중요한 목표가 돼야할 중소기업에 대한 디자인 접목은 멀고도 어려운 사업이요, 말 그대로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바늘에서 우주선까지' 디자인은 산업혁명 이후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모든 제품활동의 기본컨셉으로 일찍이 터전을 잡아왔다.
산업자본주의의 대량생산-대량소비 틀 안에서 디자인은 '침묵하는 품질'로 일찍이 그 역할을 뚜렷이 넓혀 놓았다. 이제는 마케팅과 선전광고의 연장선상에서 디자인이 그 자체로서 제품을 결정하는 또 다른 영역을 창조하기까지 했다. "디자인이 들어갔다" "누구의 디자인이다" 라는 사실 하나로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무기가 된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60년대 이후 산업화 열기 속에서 그러나 디자인 분야는 거의 외면되다시피 했다. 아직도 디자인이라면 패션 디자인 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생산-소비 체제에 능동적으로 기능하지 못했다. 때문에 '80년대 '90년대 산업 디자인을 내걸고 개발원을 설치하고 '디자인입국'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펼쳐 왔지만, 아직도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기업은 물론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깊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세계일류 상표를 그토록 고대해 왔지만 아직 우리에겐 힘들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한사람 배출하는 일이 다급한 상황인데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보다는 외국의 유명상표만 찾는 과소비 세태가 문제로 나섰다. 왜 우리는 이세이 미야께나 필립 스탁 같은 살아있는 상표를 갖지 못하나? 이탈리아의 알레시나 올리배티같은 디자인 제품은 언제 나올 것인가? 거창한 세계디자인 대회를 주최하면서 당연히 이런 물음들이 떠오르지만 사실 그 해답은 선명치 못하다. 너무나 거쳐야 할 단계가 우리 앞에 많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흔히 디자인은 생활과 연결된 감성 산업이라고 말한다. 미학적 표현을 빌린다면 감성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디자이너와 일반 대중,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감성적인 공통감에서 출발하는 생활문화의 한 장이 바로 디자인이다. 전문가들은 심미적이면서 인간공학적인 측면을 추구하는 디자인이 이제는 대중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확실한 형태를 확보했다고 그 의미를 중요하게 새긴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 인프라의 첫손에 꼽히는 것이 사회 전체의 디자인 마인드다. 이것이 무르익어야 감성의 커뮤니케이션이 꽃핀다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그러나 결코 하루 이틀에, 치밀한 도전 없이는 만들 수 없는 것이 바탕 환경이다. 디자인 선진국들인 독일이나 핀란드, 영국의 디자인 운동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벌써 수 백년 전부터 장인들의 공예작업을 소중한 사회적 자산으로 높이 평가해온 전통, 그리고 20세기 들어 건축가 디자이너들이 앞장서서 그야말로 '하찮은' 숟가락에까지 인체공학과 미학적 해석을 불어넣었던 생활 디자인운동의 결과로, 오늘 이들 나라 대중들에게 디자인을 친근하게 의식하는 디자인 마인드를 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의 세계디자인 대회가 우리 모두에게 우선 디자인을 의식하는 관심의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이다. 먼 길이지만 문화 인프라라는 확실한 목표를 향해 출발한다면 훨씬 가벼운 걸음이 될 수 있지 아닐까?
윤호미(윤호미디자인컨설팅 대표, 비전@한국 공동대표)
출처 - 비전@한국홈페이지 회원칼럼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