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목에 방울달기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연금개혁에 대해 현재까지 가장 모범적인 답안으로 칠레의 연금개혁이 거론되고 있다.
칠레 연금개혁의 선구자 호세삐녜라의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번역해 우리에게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일깨워준 하상욱 칠레변호사를 만났다. 하상욱변호사는 칠레에 10년 동안 거주하면서 칠레의 신사회보장법에 의한 역사적 변화를 목격한 증인으로서 한국의 연금제도개혁에 보탬이 되고자 책을 번역했다고 했다.
그는 칠레의 연금개혁에 관해 설명하면서 “칠레는 엄격히 말해 민영화와는 다르다”라고 전제하고, 각 개인이 임금의 10% 적립해서 정부의 가이드라인 하에서 독립채산제로 운용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칠레는 국민들로 하여금 선택적으로 14개 연금 관리회사(자산관리회사)에게 돈을 맡겨 자신이 낸 돈이 어디로 가고 어떻게 쓰이는가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했고 그 결과 정부의 재정 건전화, 기업의 왕성한 경제활동 등으로 연간 2~3%의 추가 경제 성장률을 이루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고 전했다.
1981년 연금개혁 실시 전의 칠레를 “빙산을 향해가는 타이타닉호와 같다”고 표현한 호세삐녜라의 말을 인용하면서, 지금의 우리 나라의 모습이 그와 같다며 앞으로 한국적 연금개혁모델을 찾는데 노력하자며 칠레와의 중재나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얘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선 하상욱변호사는 “다시 피가 끓는다”며 연금개혁에 대한 열정을 내비쳤고, 힘있는 악수와 함께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하상욱변호사와의 헤어지고 연이어 Anti국민연금 사이트 공동운영자를 만났다. 공동운영자중 한 사람은 2000년 Hitel게시판을 통해 국민연금제도개혁 활동을 하던 사람으로 1개월 전 쯤 만났었지만 다른 공동운영자와는 첫 만남이었다. 그는 국민연금이 확대되던 1999년 국민연금 전 국민확대실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민연금관리공단과 격론을 벌였던 사람이다.
첫 만남은 상견례, 기본적인 합의 사항 결정, 자료 요청 등 1시간 가량 일거라 예상했지만 이어지는 질문과 답변, 반론과 수정, 합의사항 결정 등으로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장소를 두 차례 옮겨가며 격론이 벌어졌다.
모두가 자기 일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밤 늦은 시간까지 토론을 벌였고, 야근을 하다 나와서인지 한 사람은 “30분만”, “이번 질문만” 하며 토론을 끝내려 했지만 결국 11시가 다되어서야 자리에 일어날 수 있었다. 이날의 토론은 참석자 모두에게서 국민연금개혁에 대한 열의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만남이었다. 서로를 배웅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가운데 우리가 정말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뿌듯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02년 4월 1일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안진석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