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발생 이후 2001년 6월말까지 투입된 구조조정 자금은 150여조원에 달한다. 이 중 104조원은 정부가 지급보증한 예금보험기금채권과 부실채권정리기금채권의 발행으로 조성되었는데, 이것이 세간에서 공적자금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만일 이 자금의 원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으면 그 손실 분은 정부가 예산에서 감당할 밖에 없다. 이외에도 23조원의 이런 저런 재정자금이 구조조정에 소요되었고, 공채자금 중 중도에 회수된 부분을 재사용한 액수가 27.8조원에 달한다.
최근 들어 공적자금과 관련된 논란이 많지만 가장 잘못 이해되고 있는 부분이 공적자금의 평가와 국민부담에 관한 부분이다. 엄밀하게 말해 공적자금은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조성된 비용의 개념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리려면 자금의 비용과 성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과거의 산적한 금융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금의 상당 부분은 예금대지급이나 출연과 같이 회수가 어려운 용도로 쓰여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엄청난 돈을 퍼붓고도 구조조정이 왜 부진하냐 라는 비판은 할 수 있어도 회수율이 낮은 것을 무조건 탓할 수는 없다. 마치 회수율이 100%가 되어야 되는 것처럼 암묵적인 목표를 상정하고 행해지는 부담 계산은 부적절하다.
따라서 구조조정에 사용되는 공적자금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금사용의 효율성을 적절한 비용-편익 분석의 틀 안에서 따져야 한다.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비용이 크다고 정부를 무조건 나무랄 것이 아니라 이렇게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도 제대로 된 것이 무엇이냐고 따질 수 있어야 한다. 반면 정부는 공적자금을 사용해 이룬 구조조정의 성과를 투명한 방식으로 입증할 책임을 지닌다. 지조 없는 일부 관변학자들을 동원해 '공적자금의 투입이 없었으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식의 초등학생 논리나 읊조리는 것은 국민 세금을 쓰고 또 그것으로 월급을 받는 공복의 자세가 아니다. 떳떳하고 투명하게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한다.
구조조정을 위해 사용된 자금의 규모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공적자금의 손실이 커져 재정기조가 악화되고 국가부채의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부지출의 사회적 효용이 크다 하더라도 국가부채의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만큼 별도의 주의가 필요하다. 만일 재정상의 제약이 크다면 구조조정의 재원은 재정자금이 아닌 다른 원천에서 조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104조원에 달하는 공채자금 중 절반 이상은 궁극적으로 손실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현재 예산에서 부담하고 있는 공채이자까지 합하면 총 재정부담은 쉽게 100조원을 넘게 된다. 만일 정부가 세금을 올리거나 다른 정부지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이 금액은 고스란히 국가부채로 전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공적자금의 재정부담으로 인한 부정적인 경제적 효과가 커진다면 이것은 공적자금의 비용-편익 분석과는 별개의 차원에서 검토해야할 사안인 것이다.
2000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119.7조원으로 GDP의 23.1%에 해당된다. OECD 국가의 평균부채가 7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절대규모의 측면에서는 아직 부채수준이 낮은 편이다. 여기에 공적자금의 재정비용 100조원 가량이 추가된다 해도 GDP 대비 국가부채는 40%대에 머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학적 분석에는 함정이 있다. 장기적으로 국가부채의 지탱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은 성장률이나 재정수지와 같은 변수이지 초기의 부채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의 부채비율이 100%가 넘어도 버틸 수 있는 나라고 있고, 50%라도 위험한 나라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위기 이후 재정기조의 악화로 인해 국가부채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향후에도 공적자금의 재정부담, 복지지출, 통일비용 등 구조적 성격의 정부지출수요가 재정기조의 위협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의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벌어서 이자를 갚고도 남는' 행복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기조를 보수적으로 평가해야된다는 것도 이런 논리에 근거하는 것이다. 향후 구조조정에 추가적인 자금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으며, 기존 구조조정공채의 상환기일이 도래한다는 것도 재정운용의 매우 현실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상의 논점과 기타의 여건들을 고려할 때 향후 공적자금운영의 최대 화두는 투명성과 책임성이다. 한 해 예산을 상회하는 자금을 조성하고 사용하며 꽤 오랜 시일이 흐르는 동안 적절한 수준과 속도의 정보 공개가 없었다는 것은 그 자체가 용납하기 힘든 정책실패다. 공적자금특별법이 제정되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설립된 것은 제도적으로 진일보한 조치이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보면 과거와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2차례에 걸친 공적자금 백서의 발간으로 기본적인 정보는 공개되고 있지만 회수율 추정과 같이 정책판단에 필요한 중요한 사안들은 아직도 충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신 공적자금의 액수가 충분하지 않아 구조조정이 지연됐느니, 위기 상황이라 허겁지겁 쓰느라 자금 사용의 기준이 없었다느니 하는 식의 변명 같지 않은 변명만 난무하고 있다.
공적자금과 관련된 가장 다급한 정책현안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구조조정 공채의 상환 문제이다. 정부는 차환발행을 통해 공적자금의 모든 과거를 미래의 미궁 속으로 떠밀어 버리려 하지만 이는 세금을 내고 자식을 키우는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곤란한 선택이다. 우리나라의 채권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전액상환은 적절치 않다 하더라도, 최소한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부분, 즉 구조조정의 순수한 비용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부분이라도 국채로 전환해 일반예산과 동일한 기준으로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타당하고 정치적으로도 떳떳한 선택이 될 것이다.
공적자금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자
경제위기 발생 이후 2001년 6월말까지 투입된 구조조정 자금은 150여조원에 달한다. 이 중 104조원은 정부가 지급보증한 예금보험기금채권과 부실채권정리기금채권의 발행으로 조성되었는데, 이것이 세간에서 공적자금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만일 이 자금의 원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으면 그 손실 분은 정부가 예산에서 감당할 밖에 없다. 이외에도 23조원의 이런 저런 재정자금이 구조조정에 소요되었고, 공채자금 중 중도에 회수된 부분을 재사용한 액수가 27.8조원에 달한다.
최근 들어 공적자금과 관련된 논란이 많지만 가장 잘못 이해되고 있는 부분이 공적자금의 평가와 국민부담에 관한 부분이다. 엄밀하게 말해 공적자금은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조성된 비용의 개념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리려면 자금의 비용과 성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과거의 산적한 금융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금의 상당 부분은 예금대지급이나 출연과 같이 회수가 어려운 용도로 쓰여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엄청난 돈을 퍼붓고도 구조조정이 왜 부진하냐 라는 비판은 할 수 있어도 회수율이 낮은 것을 무조건 탓할 수는 없다. 마치 회수율이 100%가 되어야 되는 것처럼 암묵적인 목표를 상정하고 행해지는 부담 계산은 부적절하다.
따라서 구조조정에 사용되는 공적자금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금사용의 효율성을 적절한 비용-편익 분석의 틀 안에서 따져야 한다.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비용이 크다고 정부를 무조건 나무랄 것이 아니라 이렇게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도 제대로 된 것이 무엇이냐고 따질 수 있어야 한다. 반면 정부는 공적자금을 사용해 이룬 구조조정의 성과를 투명한 방식으로 입증할 책임을 지닌다. 지조 없는 일부 관변학자들을 동원해 '공적자금의 투입이 없었으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식의 초등학생 논리나 읊조리는 것은 국민 세금을 쓰고 또 그것으로 월급을 받는 공복의 자세가 아니다. 떳떳하고 투명하게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한다.
구조조정을 위해 사용된 자금의 규모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공적자금의 손실이 커져 재정기조가 악화되고 국가부채의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부지출의 사회적 효용이 크다 하더라도 국가부채의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만큼 별도의 주의가 필요하다. 만일 재정상의 제약이 크다면 구조조정의 재원은 재정자금이 아닌 다른 원천에서 조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104조원에 달하는 공채자금 중 절반 이상은 궁극적으로 손실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현재 예산에서 부담하고 있는 공채이자까지 합하면 총 재정부담은 쉽게 100조원을 넘게 된다. 만일 정부가 세금을 올리거나 다른 정부지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이 금액은 고스란히 국가부채로 전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공적자금의 재정부담으로 인한 부정적인 경제적 효과가 커진다면 이것은 공적자금의 비용-편익 분석과는 별개의 차원에서 검토해야할 사안인 것이다.
2000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119.7조원으로 GDP의 23.1%에 해당된다. OECD 국가의 평균부채가 7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절대규모의 측면에서는 아직 부채수준이 낮은 편이다. 여기에 공적자금의 재정비용 100조원 가량이 추가된다 해도 GDP 대비 국가부채는 40%대에 머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학적 분석에는 함정이 있다. 장기적으로 국가부채의 지탱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은 성장률이나 재정수지와 같은 변수이지 초기의 부채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의 부채비율이 100%가 넘어도 버틸 수 있는 나라고 있고, 50%라도 위험한 나라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위기 이후 재정기조의 악화로 인해 국가부채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향후에도 공적자금의 재정부담, 복지지출, 통일비용 등 구조적 성격의 정부지출수요가 재정기조의 위협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의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벌어서 이자를 갚고도 남는' 행복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기조를 보수적으로 평가해야된다는 것도 이런 논리에 근거하는 것이다. 향후 구조조정에 추가적인 자금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으며, 기존 구조조정공채의 상환기일이 도래한다는 것도 재정운용의 매우 현실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상의 논점과 기타의 여건들을 고려할 때 향후 공적자금운영의 최대 화두는 투명성과 책임성이다. 한 해 예산을 상회하는 자금을 조성하고 사용하며 꽤 오랜 시일이 흐르는 동안 적절한 수준과 속도의 정보 공개가 없었다는 것은 그 자체가 용납하기 힘든 정책실패다. 공적자금특별법이 제정되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설립된 것은 제도적으로 진일보한 조치이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보면 과거와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2차례에 걸친 공적자금 백서의 발간으로 기본적인 정보는 공개되고 있지만 회수율 추정과 같이 정책판단에 필요한 중요한 사안들은 아직도 충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신 공적자금의 액수가 충분하지 않아 구조조정이 지연됐느니, 위기 상황이라 허겁지겁 쓰느라 자금 사용의 기준이 없었다느니 하는 식의 변명 같지 않은 변명만 난무하고 있다.
공적자금과 관련된 가장 다급한 정책현안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구조조정 공채의 상환 문제이다. 정부는 차환발행을 통해 공적자금의 모든 과거를 미래의 미궁 속으로 떠밀어 버리려 하지만 이는 세금을 내고 자식을 키우는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곤란한 선택이다. 우리나라의 채권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전액상환은 적절치 않다 하더라도, 최소한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부분, 즉 구조조정의 순수한 비용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부분이라도 국채로 전환해 일반예산과 동일한 기준으로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타당하고 정치적으로도 떳떳한 선택이 될 것이다.
(대표집필: 전주성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경제학)
출처 - 비전@한국홈페이지 정책대안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