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뜸하던 집권 실세들의 권력형 비리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유휴지 개발사업자 선정과 관련하여, 대통령 인척 윤흥렬씨가 대표로 있는 ㈜스포츠서울 21이 청와대 행정관 등을 통해 외압을 행사하고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그 첫째 사건이다. 검찰 수사는 일단락 되었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강동석 사장과 그의 부하인 이상호 사업단장이 사업자 선정과정에 관해 여전히 상반된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가 밝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월 초에는 구조조정전문회사 지앤지(G&G) 회장 이용호씨가 600억원대의 횡령 및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되면서, 지난해 검찰과 국세청이 권력 실세의 자금을 관리하던 이씨의 혐의를 포착하고도 미온적인 수사와 조사로 일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중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옷값 대납 요구' 의혹 등 수시로 돌출하는 권력형 비리에 대응하여, 이른바 '8ㆍ18 부패방지종합대책'을 추진하면서 '부패방지법'과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을 제정하고, 대통령 소속으로 '반부패특별위원회'까지 설치하였건만, 집권 실세와 관련된 비리 의혹이 이처럼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주된 이유는 부패의 권력적ㆍ정치적 맥락을 간과 내지 무시하고 관료들의 부패를 중심으로 송사리만 겨냥한 개혁을 추진하였기 때문이다. 부패고리의 상부구조에 자리잡고 있으며 파급효과도 지대한 권력형 비리는 개혁의 대상에서 소홀히 다루었기 때문이다. 자민련과의 '공동 정부' 운영과 정국 안정 명목으로 '의원 꿔주기' 등 무리수를 남발한 것도 법치를 훼손하고 부패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었다. 부패를 감시ㆍ감독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부패에 취약한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등도 반부패의 사각지대로 남았다.
정치인과 고위직, 그리고 특수기관의 구조적인 부패는 제쳐놓고, 중ㆍ하위 공직자만 다그치는 반부패 캠페인의 실효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업개혁과 금융개혁 및 남북경협의 과정에서 제도와 절차를 우회하면서 편의와 재량을 남용하여 시장에 대해 원칙 없는 개입을 일삼았기 때문에 부패의 소지가 증가한 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권력형 비리가 창궐하는 원인은 통치권자의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일방향의 국정 운영에서 찾아야 한다. 이로 인해 '법의 지배'(rule of law)와 제도에 기초한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이 착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일방향의 국정 운영은 ① 조선왕조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유산, ② 유교문화의 가부장적 전통과 관존민비 의식, ③ 일제 식민통치의 수탈, ④ 남ㆍ북한의 극한 대치에 따른 작용(여권의 독재)과 반작용(야권의 반독재 투쟁), ⑤ 개발독재시대의 정부주도형 압축성장체제 등 다양한 역사적 맥락에서 파생되었다. 1990년대 이후 민주화와 탈군사화의 노력을 통해 완화되기는 했지만, '문민독재'와 '오기정치' 등으로 지칭되듯이 여권에 의한 독선적인 국정 운영은 우리 정부가 선진국 정부와 가장 차별되는 점이라고 하겠다.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권한의 과도한 집중, 국회의 통법부(通法府) 전락, 정경유착, 해바라기와 하이에나로 희화화되는 검찰과 경찰, 정치적 복선에 의한 사면의 남발, 논공행상으로 활용되는 낙하산 인사, '땡전 뉴스'로 대변되는 방송 통제, 국고의 확보 목적 외 세무조사의 남용, 중앙에 예속된 지방자치, 민간에 대한 과잉규제, 편가르기와 줄서기, 지적과 처벌 위주의 감사, 보안 지상의 정책결정과정, 길목마다 거부권을 행사하는 민원행정, 인색한 권리 구제 등은 모두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이 초래한 부정적인 단면들이다.
우리 정부가 경제활동인구 대비 공무원 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지출 또는 조세부담 등 외형적으로는 선진국에 비해 '작은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큰 정부'로 인식되는 원인도 사실상 이러한 독선적인 국정 운영에 기인하는 것이다.
권력형 비리를 척결하는 첩경은 '큰 정치'를 '작은 정치'로 치환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집권에 따른 특권을 축소 내지 합리화하는, 곧 최고통치권자와 여권의 실세그룹에게 뼈아픈 개혁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다음 8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대통령에 대한 권한의 과도한 집중을 완화하는 한편, 조선왕조의 경연(經筵)과 간언(諫言)기능을 대통령비서실에 부활해서 합리적인 대통령중심제가 작동하도록 도모해야 한다. 셀 수 없이 남설된 대통령 직속기관과 각종 위원회를 축소함과 동시에, 대통령비서실은 중앙행정기관의 일상적인 업무에는 관여하지 말고 거시적인 국정기획과 통치행위의 보좌에 전념해야 한다.
둘째, 대통령 친인척의 공직 취임을 제한하고 대통령 직계 존ㆍ비속의 재산등록과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 아울러 고위 공직자의 재산등록ㆍ공개제도가 지닌 몇 가지 취약점(예: 심사기간의 3개월 제한)을 보완하고, 재산등록 상황에 대한 감사원의 실사와 일반인의 열람을 각각 허용해야 한다.
셋째, 불편부당(不偏不黨)과 적재적소(適材適所)의 탕평책을 통해, 지역편중인사, 정치적 논공행상 인사, 부적격자의 낙하산 인사를 불식해야 한다.
넷째, 국가정보원, 대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불법ㆍ부당행위에 대한 수사와 조사를 수행하는 특수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검찰의 이익상충(conflict of interests)을 회피하고 정무직 공무원의 부패혐의에 관한 수사를 전담하는 특별검사를 제도화하여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해야 한다.
다섯째, 인사청문회의 대상을 모든 국무위원과 위에서 언급한 특수기관의 장에게까지 확대하고, 그 절차도 대폭 강화해서 임명직 후보자의 비전과 도덕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여섯째, 지금처럼 선출직 입후보자로 하여금 납세내역을 등록하는 정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선출직 공직자의 판공비 지출내역과 납세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일곱째, 선출ㆍ고위직의 부패, 특히 권력형 비리사범에 대한 대통령의 사면권은 대법원장과 협의를 거쳐서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여덟째, 장기적으로는 헌법을 개정하여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이관함으로써,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양자 사이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는 한편, 반부패특별위원회의 기능과 인력을 보강하여 행정부의 자체통제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의 본질은 명확하다. 권력형 비리를 척결하지 못하면, 일반 공직자의 부패도 계속 기생할 것이다. 공직부패의 물길을 바로잡지 못하면, 정치개혁이나 정부개혁은 한갓 허상에 불과하다. 정치개혁과 정부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기업개혁과 금융개혁을 주문하기 어려우며, 나아가 노동개혁과 교육개혁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국가개혁과제의 일련의 흐름(sequencing)에서 최상류(upstream)에는 권력형 비리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권력형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 권력형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집권에 따른 프리미엄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여권의 실세ㆍ비선그룹과 정부의 고위직을 겨냥한 고강도의 통제를 제도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싱가포르의 이광요(李光耀)와 우간다의 무세베니(Museveni)가 성공적으로 수행한 전략이 한국에서라고 통용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집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뼈아픈 개혁으로 권력형 부패를 뿌리뽑자
한 동안 뜸하던 집권 실세들의 권력형 비리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유휴지 개발사업자 선정과 관련하여, 대통령 인척 윤흥렬씨가 대표로 있는 ㈜스포츠서울 21이 청와대 행정관 등을 통해 외압을 행사하고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그 첫째 사건이다. 검찰 수사는 일단락 되었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강동석 사장과 그의 부하인 이상호 사업단장이 사업자 선정과정에 관해 여전히 상반된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가 밝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월 초에는 구조조정전문회사 지앤지(G&G) 회장 이용호씨가 600억원대의 횡령 및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되면서, 지난해 검찰과 국세청이 권력 실세의 자금을 관리하던 이씨의 혐의를 포착하고도 미온적인 수사와 조사로 일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중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옷값 대납 요구' 의혹 등 수시로 돌출하는 권력형 비리에 대응하여, 이른바 '8ㆍ18 부패방지종합대책'을 추진하면서 '부패방지법'과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을 제정하고, 대통령 소속으로 '반부패특별위원회'까지 설치하였건만, 집권 실세와 관련된 비리 의혹이 이처럼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주된 이유는 부패의 권력적ㆍ정치적 맥락을 간과 내지 무시하고 관료들의 부패를 중심으로 송사리만 겨냥한 개혁을 추진하였기 때문이다. 부패고리의 상부구조에 자리잡고 있으며 파급효과도 지대한 권력형 비리는 개혁의 대상에서 소홀히 다루었기 때문이다. 자민련과의 '공동 정부' 운영과 정국 안정 명목으로 '의원 꿔주기' 등 무리수를 남발한 것도 법치를 훼손하고 부패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었다. 부패를 감시ㆍ감독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부패에 취약한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등도 반부패의 사각지대로 남았다.
정치인과 고위직, 그리고 특수기관의 구조적인 부패는 제쳐놓고, 중ㆍ하위 공직자만 다그치는 반부패 캠페인의 실효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업개혁과 금융개혁 및 남북경협의 과정에서 제도와 절차를 우회하면서 편의와 재량을 남용하여 시장에 대해 원칙 없는 개입을 일삼았기 때문에 부패의 소지가 증가한 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권력형 비리가 창궐하는 원인은 통치권자의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일방향의 국정 운영에서 찾아야 한다. 이로 인해 '법의 지배'(rule of law)와 제도에 기초한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이 착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일방향의 국정 운영은 ① 조선왕조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유산, ② 유교문화의 가부장적 전통과 관존민비 의식, ③ 일제 식민통치의 수탈, ④ 남ㆍ북한의 극한 대치에 따른 작용(여권의 독재)과 반작용(야권의 반독재 투쟁), ⑤ 개발독재시대의 정부주도형 압축성장체제 등 다양한 역사적 맥락에서 파생되었다. 1990년대 이후 민주화와 탈군사화의 노력을 통해 완화되기는 했지만, '문민독재'와 '오기정치' 등으로 지칭되듯이 여권에 의한 독선적인 국정 운영은 우리 정부가 선진국 정부와 가장 차별되는 점이라고 하겠다.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권한의 과도한 집중, 국회의 통법부(通法府) 전락, 정경유착, 해바라기와 하이에나로 희화화되는 검찰과 경찰, 정치적 복선에 의한 사면의 남발, 논공행상으로 활용되는 낙하산 인사, '땡전 뉴스'로 대변되는 방송 통제, 국고의 확보 목적 외 세무조사의 남용, 중앙에 예속된 지방자치, 민간에 대한 과잉규제, 편가르기와 줄서기, 지적과 처벌 위주의 감사, 보안 지상의 정책결정과정, 길목마다 거부권을 행사하는 민원행정, 인색한 권리 구제 등은 모두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이 초래한 부정적인 단면들이다.
우리 정부가 경제활동인구 대비 공무원 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지출 또는 조세부담 등 외형적으로는 선진국에 비해 '작은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큰 정부'로 인식되는 원인도 사실상 이러한 독선적인 국정 운영에 기인하는 것이다.
권력형 비리를 척결하는 첩경은 '큰 정치'를 '작은 정치'로 치환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집권에 따른 특권을 축소 내지 합리화하는, 곧 최고통치권자와 여권의 실세그룹에게 뼈아픈 개혁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다음 8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대통령에 대한 권한의 과도한 집중을 완화하는 한편, 조선왕조의 경연(經筵)과 간언(諫言)기능을 대통령비서실에 부활해서 합리적인 대통령중심제가 작동하도록 도모해야 한다. 셀 수 없이 남설된 대통령 직속기관과 각종 위원회를 축소함과 동시에, 대통령비서실은 중앙행정기관의 일상적인 업무에는 관여하지 말고 거시적인 국정기획과 통치행위의 보좌에 전념해야 한다.
둘째, 대통령 친인척의 공직 취임을 제한하고 대통령 직계 존ㆍ비속의 재산등록과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 아울러 고위 공직자의 재산등록ㆍ공개제도가 지닌 몇 가지 취약점(예: 심사기간의 3개월 제한)을 보완하고, 재산등록 상황에 대한 감사원의 실사와 일반인의 열람을 각각 허용해야 한다.
셋째, 불편부당(不偏不黨)과 적재적소(適材適所)의 탕평책을 통해, 지역편중인사, 정치적 논공행상 인사, 부적격자의 낙하산 인사를 불식해야 한다.
넷째, 국가정보원, 대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불법ㆍ부당행위에 대한 수사와 조사를 수행하는 특수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검찰의 이익상충(conflict of interests)을 회피하고 정무직 공무원의 부패혐의에 관한 수사를 전담하는 특별검사를 제도화하여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해야 한다.
다섯째, 인사청문회의 대상을 모든 국무위원과 위에서 언급한 특수기관의 장에게까지 확대하고, 그 절차도 대폭 강화해서 임명직 후보자의 비전과 도덕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여섯째, 지금처럼 선출직 입후보자로 하여금 납세내역을 등록하는 정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선출직 공직자의 판공비 지출내역과 납세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일곱째, 선출ㆍ고위직의 부패, 특히 권력형 비리사범에 대한 대통령의 사면권은 대법원장과 협의를 거쳐서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여덟째, 장기적으로는 헌법을 개정하여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이관함으로써,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양자 사이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는 한편, 반부패특별위원회의 기능과 인력을 보강하여 행정부의 자체통제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의 본질은 명확하다. 권력형 비리를 척결하지 못하면, 일반 공직자의 부패도 계속 기생할 것이다. 공직부패의 물길을 바로잡지 못하면, 정치개혁이나 정부개혁은 한갓 허상에 불과하다. 정치개혁과 정부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기업개혁과 금융개혁을 주문하기 어려우며, 나아가 노동개혁과 교육개혁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국가개혁과제의 일련의 흐름(sequencing)에서 최상류(upstream)에는 권력형 비리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권력형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 권력형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집권에 따른 프리미엄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여권의 실세ㆍ비선그룹과 정부의 고위직을 겨냥한 고강도의 통제를 제도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싱가포르의 이광요(李光耀)와 우간다의 무세베니(Museveni)가 성공적으로 수행한 전략이 한국에서라고 통용되지 않을 까닭이 없다.
(대표집필: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출처 - 비전@한국홈페이지 정책대안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