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岸을 파괴하지 말자

정부는 우리나라 해안을 일주하는 640㎞의 해안도로를 건설하기로 하고 곧 예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해안은 용지확보가 어렵지 않고 비교적 민원이 적어 용이하게 도로를 건설할 수 있어 경제적 타당성은 입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돈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여러 문제가 예상되어 계획과 설계에 만전을 기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주의점을 환기하고자 한다.

해안이라는 것은 내륙과 바다 사이에 습지나 모래사장, 혹은 산허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양자 사이에 특수한 기능과 임무를 갖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도로를 구축하려면 이러한 모래사장 위에 둑을 쌓거나 습지를 메우든가, 아니면 산허리를 잘라내야 하는데 어떤 경우가 됐건 바다로 들어가는 물을 일단 막고 이를 모아 한목에 하수구를 통해 바다로 흘려보내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바다로 들어가는 물이 습지나 모래사장을 거치며 자연적으로 정화되지 못한 채 하수구를 통해 대량으로 흐르게 되어 바닷물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오염된 퇴적물로 해안선을 변형시킬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육지로부터 바다로 꾸준히 흘러들어오는 모래가 도로에 의해 차단되어 모처럼 가꾸어진 해안 모래사장이 바다로 씻겨 내려가기만 하고 채워지지는 않아 결국 없어지고 만다는 것이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 도로가 만들어진 후 모래사장이 없어지는 것도 이러한 원인에서다.

모래사장이 없어지면 해수욕장과 그 위에서 서식하는 각종 생물들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해일이 일어날 때 그 세력을 약화시켜주지 못해 해일이 고스란히 육지로 올라오게 되어 피해가 커진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해안 가까이에는 도로를 건설하지 못하도록 아예 불법화하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를 가진 사람이라면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생겨나는 것을 환영하겠지만 그 대가가 너무 크다. 해안에 산재한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자원 하나하나에 대해 개발효과를 분석해야 하고, 그 결과 접근도로가 꼭 필요하다면 해안선과 평행한 도로보다는 수직으로 내륙과 최단거리로 연결되는 도로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안은 자연상태로 놓아 둔 채 해운으로 접근하는 방안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해안도로는 기존의 것도 그 존속 여부를 재검토해 보아야 할 만큼 문제가 있는 구조물이다. 도로를 건설한다 하더라도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물길을 막지 않도록 하고 모래사장과 습지를 보호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건설해야 하며, 가능한 한 그 폭을 좁게 해 자연 훼손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두르지 말고 더 깊은 연구로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해안을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해안선은 대표적인 리아스식 해안으로 생태자원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며, 북유럽의 피오르드식 해안과 함께 세계 2대 해안자원이라고 알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재산인 만큼 섣부른 도로건설로 그 가치를 떨어뜨려서는 안될 것이다.

신부용 (교통환경연구원장·녹색교통운동 공동대표)
출처 - 조선일보 2002. 6. 12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