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열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달아오르고 있다. 어딜 가나 화제도 온통 통쾌한 슛팅의 월드컵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짜증스런 일들을 많이 겪어왔다. IMF의 재난, 실업, 생활고, 그리고 이런 저런 이름의 게이트는 우리를 너무나 피곤하게 만든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신나는 와중에 전국의 시-도지사, 시장-군수, 지방의회 의원 등 4000명의 일꾼을 새로 뽑는 6.13지방선거가 이제 꼭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저께 열린 첫 합동연설회도 후보들의 호소만 애처롭게 들릴 정도로 한산했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는 무려 1만명 이상이 출마하여뛰고있지만그들의목소리는월드컵의슛골인함성에속절없이묻혀버린느낌이다.
중앙선관위 조사 결과도 이런 점을 증명하고 있다. 즉 이번 선거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불과 42.7%로 1998년 지방선거 때보다 무려 20%나 낮게 나왔다는 것이다. 지난 번에는 이런 물음에 대해 67.8%가 응답했고 실제 투표율은 52.7%였다니까 응답과 실제의 차이를 그대로 대입하면 27.6%, 비례적으로 계산하더라도 이번 투표율은 33.1%밖에 안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20∼30%의 주민의사로 4년간 지방행정을 책임질 지도자가 뽑힌다는 결론이다. 열명이 정할 일을 두세 사람이 해치운다는 얘기다.
이번에 뽑아야 할 시-도지사는 16명, 시장-군수만 232명이다. 이는 얼마나 막중한 자리인가. 또 시-도의회와 시-군의회 의원은 4000명이 넘는다. 이들은 지방의 예산과 조례를 다루고 행정집행 사항을 감시-감독해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도 20∼30% 소수의 참여만으로 이런 자리를 '적당히' 뽑는다면 차기 지방행정의 부실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으며 품질을 도외시하는 바겐세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 심판대에 오른 후보들의 성분을 보면 심한 말로 '전과자들의 잔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상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해 있다. 금고형 이상의 전과 기록자가 12%, 소득세를 한푼도 안낸 사람은 32%나 된다. 개중에는 과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억울하게 당한 사람도 있지만 파렴치 전과범들도 많다. 선진국의 경우 우체부-소방관-공익기관-사회단체 봉사자 등 봉사자들이 많이 나오지만 우리나라엔 '업자'들이 많다. 떳떳하지 못한 경력의 소유자들이 그들의 과거를 그럴싸하게 세탁-포장하여 눈가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잡탕 속에서 도덕성과 전문성 등 자격을 제대로 갖춘 인물을 가려내려면 무엇보다도 철저한 검증과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일을 담당한 지역 신문-방송과 단체들 역시 월드컵 열기에 빠져 있는 상태다.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도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유권자들이 한눈을 파는 사이 일꾼으로 위장하여 검사대를 무사통과한 '지역 선량님'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 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그들이 선거부정, 이권개입-뇌물죄 등으로 오랏줄에 묶여가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고 또한 지방행정의 낭비와 부실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할 것이다.
월드컵에 짓눌린 이번 지방선거가 왜곡되기 쉬운 또다른 요소는 불과 6개월 후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 치르는 지방선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지방의 목소리보다 중앙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고 그중에서도 대통령 후보들의 목소리가 선거판을 주름잡고 있다. 법률상 대통령 후보들의 선거운동 기간이 엄연히 따로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원유세라는 이름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나를 찍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는 남의 불에 게잡는 격이요, 명백한 반칙이다. 그들이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그들이 할 일은 따로 있다. 결코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가 할 일을 대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피해는 유권자의 몫이다.
지방선거는 바겐세일인가
월드컵의 열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달아오르고 있다. 어딜 가나 화제도 온통 통쾌한 슛팅의 월드컵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짜증스런 일들을 많이 겪어왔다. IMF의 재난, 실업, 생활고, 그리고 이런 저런 이름의 게이트는 우리를 너무나 피곤하게 만든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신나는 와중에 전국의 시-도지사, 시장-군수, 지방의회 의원 등 4000명의 일꾼을 새로 뽑는 6.13지방선거가 이제 꼭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저께 열린 첫 합동연설회도 후보들의 호소만 애처롭게 들릴 정도로 한산했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는 무려 1만명 이상이 출마하여뛰고있지만그들의목소리는월드컵의슛골인함성에속절없이묻혀버린느낌이다.
중앙선관위 조사 결과도 이런 점을 증명하고 있다. 즉 이번 선거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불과 42.7%로 1998년 지방선거 때보다 무려 20%나 낮게 나왔다는 것이다. 지난 번에는 이런 물음에 대해 67.8%가 응답했고 실제 투표율은 52.7%였다니까 응답과 실제의 차이를 그대로 대입하면 27.6%, 비례적으로 계산하더라도 이번 투표율은 33.1%밖에 안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20∼30%의 주민의사로 4년간 지방행정을 책임질 지도자가 뽑힌다는 결론이다. 열명이 정할 일을 두세 사람이 해치운다는 얘기다.
이번에 뽑아야 할 시-도지사는 16명, 시장-군수만 232명이다. 이는 얼마나 막중한 자리인가. 또 시-도의회와 시-군의회 의원은 4000명이 넘는다. 이들은 지방의 예산과 조례를 다루고 행정집행 사항을 감시-감독해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도 20∼30% 소수의 참여만으로 이런 자리를 '적당히' 뽑는다면 차기 지방행정의 부실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으며 품질을 도외시하는 바겐세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 심판대에 오른 후보들의 성분을 보면 심한 말로 '전과자들의 잔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상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해 있다. 금고형 이상의 전과 기록자가 12%, 소득세를 한푼도 안낸 사람은 32%나 된다. 개중에는 과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억울하게 당한 사람도 있지만 파렴치 전과범들도 많다. 선진국의 경우 우체부-소방관-공익기관-사회단체 봉사자 등 봉사자들이 많이 나오지만 우리나라엔 '업자'들이 많다. 떳떳하지 못한 경력의 소유자들이 그들의 과거를 그럴싸하게 세탁-포장하여 눈가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잡탕 속에서 도덕성과 전문성 등 자격을 제대로 갖춘 인물을 가려내려면 무엇보다도 철저한 검증과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일을 담당한 지역 신문-방송과 단체들 역시 월드컵 열기에 빠져 있는 상태다.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도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유권자들이 한눈을 파는 사이 일꾼으로 위장하여 검사대를 무사통과한 '지역 선량님'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 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그들이 선거부정, 이권개입-뇌물죄 등으로 오랏줄에 묶여가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고 또한 지방행정의 낭비와 부실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할 것이다.
월드컵에 짓눌린 이번 지방선거가 왜곡되기 쉬운 또다른 요소는 불과 6개월 후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 치르는 지방선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지방의 목소리보다 중앙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고 그중에서도 대통령 후보들의 목소리가 선거판을 주름잡고 있다. 법률상 대통령 후보들의 선거운동 기간이 엄연히 따로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원유세라는 이름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나를 찍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는 남의 불에 게잡는 격이요, 명백한 반칙이다. 그들이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그들이 할 일은 따로 있다. 결코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가 할 일을 대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피해는 유권자의 몫이다.
구월환 논설실장
출처 - 세계일보 2002. 6. 3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