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退학생의 사회복귀

최근 몇 년 동안 학교를 중퇴하는 청소년이 급증하고 있다. 매년 6만명 넘게 학교를 떠난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해지자 교육인적자원부에서도 얼마전 정규 교육을 중단한 청소년이 대안 교육을 받으면 정규졸업장을 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 대책과 제안에 앞서 우리가 먼저 살펴봐야할 것은 학교를 떠나는 이들 청소년을 우리가 제대로 잘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요즘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들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비행(非行)을 저질렀거나 가정 경제 형편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떠나는 경우보다 자발적으로 떠나는 일이 훨씬 더 많다. 특별히 자아존중감이나 성취에 대한 동기가 낮은 것도 아니다. 심리적으로도 비교적 건강하고 가정환경도 안정적인 경우가 많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이 학교중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 ‘왜 학교를 그만두었는지’물어보았더니, 다수가 ‘학교를 다닐 필요성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렇게 예전과 다른 이유로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을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추구해가고 싶다’고 밝혔다. 자포자기이거나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이들의 답변에 대해 어른들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교육 정책 변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교에서는 자기 탐색의 기회가 부족하고 다양성보다는 순응이 강조되며 모든 학생들이 꼭 같은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발견하고자 하는 청소년기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고 오히려 심리적 상처만 받게 된다면, 그런 환경을 떠나려는 행동은 단순한 부적응이 아니라 자기를 보호하려는 행동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뚜렷한 이유와 주관을 가졌다 해도, 학교를 그만두고 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아가 채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주류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로 이미 큰 정서적 충격을 받는다.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외로움과 소외감만이 아니다. 학교를 중도에 그만둔 것이 마치 전과 기록이라도 되는 양, 성인이 되어서도 감추려 하는 등 후유증을 오래 겪는다.

바로 여기서 정부와 사회가 마련해야 하는 대책이 무엇인지 해답이 나온다.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이 사회로부터 격리되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의 대책은 이들을 사회 부적응자나 일탈자로 보고 출발한다. 이들을 다시 학교에 복학시키려는 방침조차 이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보다 이들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대안 교육이다. 대안 교육은 일반 학교를 중도에 떠난 청소년에게 소속감을 주고, 지속적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며 이들이 일반 학교에서 얻지 못하는 다양한 체험을 갖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일반 학교가 대안 학교에서 실시하는 창의적이고 청소년 중심인 교육 방식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대안 교육이란 것이 대안 학교에서만 이뤄지지 않고 일반 학교 안에서도 이뤄질 때 비로소 중도탈락 청소년 문제의 핵심에 닿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거시적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다. 청소년들이 학교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들에게 심리, 진로, 그리고 실생활에 관한 가이던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청소년전문가들 간의 협력적 연계망이 형성돼야 하고 학교에서는 이들을 내보내기 전에 연계망에 미리 연결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이혜성 (한국청소년상담원장)
출처 - 조선일보 2002. 6. 3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