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에 유다야를 알면 세계가 보인다가 있었다. 그처럼 이번 아리랑 축전만 보아도 북한경제의 실상을 잘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친북 햇볕의 색안경을 끼고 갔다온 사람은 그 엄연한 진실을 하나도 보지 못하고 본것에 대해서도 입을 다문다.
이번 평양의 축전에는 「동아」, 「조선」 등 신문을 거부하는 가운데 다행히도 중앙일보의 이종영 기자의 축전 참관기가 나와서 북한의 실상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칼·맑스가 유물사관에서 상부구조와 토대의 공식을 내놓았다. 맑스는 그 사회의 정치, 사상 등 상부구조는 허위의식임으로 그것을 보지 말고 그 경제적 토대를 보라고 가르쳤다. 우선 맑스의 토대는 그 사회의 경제적 소유관계이다. 이번 아리랑 축전에는 거의 모두가 국영임으미국의경제학자 프리드만의 표현을 빌린다면 미달라화 돈을 나라와 당이 벌어들이는 독점 자본주의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확인되었다.
지난 6일 아리랑 공연장에 대해 이 기자는 특등석요금이 300달라인데 대해 너무 비싸다고 하자 북측 안내원은 이건 10만명이 몇달간 준비한 역사적인 종합예술공연임으로 결코 비싼 것이 아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역시 특등석은 거의 빈자리가 되었다. 300달라는 우리 돈 약 39만원이다. 북한 돈으로는 터무니 없는 공식환률인 1달라 = 2.2원이라도 북한돈 660원이다. 이 특등석 요금은 북한 평균월급 80원으로 계산해서 9개월분 월급이다. 그러나 300달라의 북한 장마당 레이트(1달라 = 250원)로는 북한돈 7만6천원이오 937개월분 즉 78년간의 월급에 해당한다.
미주 동포 관광객은 1인당 1천7백27달러 내고 5박6일 일정으로 참가하여 가격만큼은 국제 수준이다라고 여운있는 한마디를 했다는 것이다. 이 기자가 투숙한 보통강호텔의 2등실 요금이 하루 165달라(한국돈 약 21만원)이니 역시 국제수준이었다. 이런 아리랑 축전 자본주의와 북한인민의 사회주의적 노동임금과는 그 갭이 천양지차인데 문제가 있음을 노정했다. 중앙권력과의 2중적궤리가 심각하다. 물론 이 화려한 대축전에 10만 동원과 그 보조인원을 합하면 20만은 족히 될텐데 5,6개월간의 월급은 얼마나 되며 수당지급은 되었을까. 자원봉사인가도 감안해 본다면 북한 "집단주의"가 개인에게는 노임착취형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인민과 민생을 외면한 부평초같은 반인민성이 오늘의 북한정권이다.
때마침 같이 부상된 금강산댐 부실공사의 위험에 대해서도 이 공사가 북한군대의 혁명적 군인정신의 상징이라고 내세워 역시 이 공사도 이른바 자원의 애국노동임을 시인한 것이 된다. 북한의 모든 토목공사가 군대 동원 아마추어 공사이고 노임착취형이다. 대개 북한측이 혁명정신, 수령결사옹위정신 등 정신을 내세우는 정치관념론은 온당한 노임을 지불하지 않고 강다짐의 김정일식 속도전으로 다그쳤다는 뜻이 된다. 이런 것이 상부층에서 하는 당독점자본주의이다.
2. 1960년대 김일성은 농민시장 묵인
다음에는 사회저변에서 북한인민들 사이의 자생적 장마당 자본주의의 인동초(忍冬草)같이 이어온 끈질긴 생명력을 살펴보자.
이미 1960년대에 시장경제를 전폐하자 밑으로부터 암시장이 생겼다. 강을 사이에 둔 두마을이 새벽 5시에 약속시간에 벼락같이 약 5분간 만나 물물교환을 하는 벼락장이 생겼다. 맑스주의는 인간의 경제생활에서 교환가치를 무시하고 시장의 폐지론을 내건 것이 가장 큰 잘못이었다. 북한에서도 1969년 김일성은 사회주의 경제이론의 몇가지 문제에서 아직 과도기로서 농민시장·암시장의 일시적 묵인을 해야함을 공식화한바 있다. 다음은 69년의 김일성 담화이다.
부업시장이나 농민시장이 공동경리에 나쁜 영향을 주고 이기주의를 길러준다고 하면서 법령으로 농민시장을 없앤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물론 장마당은 없어지지만 암거래는 의연히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농민들은 부업으로 생산한 닭이나 닭알을 가지고 남의 집 부엌이나 뒷골목을 찾아다니며 팔게될 것입니다. 그러다가 단속되어 벌금을 물지 않으면 법적 추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농민시장을 강제로 없애서 해결될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오히려 인민생활에 불편을 주고 숱한 사람들을 쓸데없이 죄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농민 시장의 소상업적 형태까지 전폐하려는 시책은 '좌경적 편향'이라고 호되게 비판하면서 국가적으로 인민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넉넉히 생산공급하지 못하는 조건하에서 조급하게 농민시장을 없애려는 것은 좌경적 과오라고 비판했다.
김일성 담화는 이미 1960년대의 무시장형 사회주의 개조가 실패한 것을 일부 인정하고 장마당 암시장은 없앨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1970년에 들어서서 1962년의 덩샹오핑의 흑묘백묘론과 같이 자유시장허용 등의 주자파(走資派)가 나오게 된 대세에 대한 반개혁적 방벽으로 김정일이 스탈린형 개인숭배를 더욱 고수하여 개혁의 길을 봉쇄한 것이다.그러나 김정일정치는 좌경적 과오를 오늘날까지도 시정하지 않고 잇다.
1984년 8월 4일 신상옥 감독은 김정일과 만난 대화에 대한 증언이 주목된다. 80년대에는 이미 북한의 공장가동률이 40% 이하인데도 시기질투가 심한 그는 남한경제의 한강변의 기적을 부정하고 남조선은 외국 부품 가져다가 조립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시기심이 생기면 진실을 보지 못한다.
한국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아리랑 축전(김일성 90회 탄생축전인 태양절 축전 개명)을 강행한 시기 질투심은 10년전에도 있었다. 88올림픽 서울개최 소식을 듣게되었을때 김정일 비서는 내심 이제는 남과 북의 체제경쟁에서 북한이 패했다는 것을 뼈져리게 알게 된 것이다. 88올림픽 서울개최는 그 4년전인 84년에 결정되었다. 이때부터 북한의 미사일 등 군사주의적 벼랑끝의 체제 연명술이 결단된 것이다. 98년 8월 제3단계에서 폭발하여 실패한 대포동로켓을 발사한 후 김정일은 군사의 강성대국구호를 내걸었다. 북한 인민들의 기아와 고통을 알면서도 김총비서는 조국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미사일 등 무기개발에 막대한 군수예산을 80년대에 투입했음을 비장한어조로 시인했다.
이런 미사일 등의 군비예산 증가로 인해 북한경제는 더욱 악화되고 인민생활은 도탄에 빠져 계획경제, 배급제가 모두 마비되었다. 이런 경제적 혼란으로 다시 북한의 암시장의 지하경제가 솟아나왔다. 그 장마당 자본주의의 싹을 다시 자른 것이 1992년 7월의 1:1 화폐교환의 무리수였다.
3. 1992년 1:1 화폐교환의 평등주의 강행
1990년 구사회주의 붕괴후 91년에 남북기본합의서가 합의되고 북한지도부가 일단 남조선 혁명론을 버리고 평화공존에 나서는 듯했다. 그런데 1992년 7월 북한은 1:1의 신구화폐 교환을 했다는 일단기사를 보았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이나 학계는 이 1:1 화폐개혁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필자는 이 1:1 화폐개혁이 북한경제의 미스테리를 푸는 열쇠라고 믿었다.
왜냐하면 한국도 박정희 개발 독재초기에 화폐개혁(배두진재정때)을 했는데 그것은 화폐가치가 너무 추락되어 평가절하였다. 그때에 새 화폐의 제조에 큰 돈이 들고 경제질서가 큰 혼란을 겪는 과정을 기억한다. 왜 북한은 경제파탄 상태에서 1:1의 화폐교환이 필요했을가?
「2000 북한 개요」에는 현재 유통되고 있는 화페는 1992년 7월 북한이 사장(死藏)통화 회수를 통해 부족한 재정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으로 새로 발생된 화폐들이다. 다시 말해서 북한공민은 은행을 믿지 않고 돈을 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설명은 북한이 겉으로 내세운 중앙인민위원회 정령(1992. 7. 15) 새돈을 발행함에 대하여의 명분 그대로이다. 그런데 이 「북한개요」(p.329)의 주석을 독해해보면 이 조치로 1:1로 교환하지만 339원까지만 신화폐로 교환해주고 그 이상의 돈은 일정기간 동결 조건으로 은행에 예금시키고 3만원 이상을 무효로 한 강력한 과평등주의적 통화혁명이었음을 알 수 있다.
1992년 7월을 분기점으로 북한의 모든 공민은 399원의 완전한 소득평등이 강행된 작위적 평등화였다. 1:1 화폐교환은 그때까지의 인민의 재산에서 생긴 빈부의 격차를 399원 소유로 하향평준화한 대단히 강권적인 우리식 사회주의의 강행이었다. 그것은 이미 80년대에 북한경제가 와해되어 장마당에 나선 사람들은 큰돈을 벌고 꼬박 꼬박 집단농장, 공장에 출근하는 사람은 급료도 제대로 못받는 대단한 빈부격차의 소득불평등이 생긴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일성 독재의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그 무슨 빈부의 격차냐 반문 하고 하는 진보주의정서로는 중국개혁개방전의 마오쩌뚱 시기의 악평등의 중국병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으른자는 평등의 혜택을 누리고 근면한 자는 손해보게 되어 모두 나태해지는 것이 마오의 중국의 과평등병이었다.
이처럼 결과의 평등을 고집하는 사회주의는 부단히 경제적 격차의 시정을 위해 이런 1:1 화폐교환의 강권으로 열심히 번 인민의 재산을 강탈해야 하고 그로인해 중앙권력이 비대해져서 강권 전제국가가 되지 않을 수 없다는 악순환이 바로 구사회주의 붕괴의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대개 어떤 사회에서나 경제적 격차는 주로 근면과 실력, 창의력, 운등의 활력으로 생긴다. 그런데 이런 1:1 화폐교환에 의한 과평등주의의 강행은 배분적 정의의 실현보다는 중앙권력에 의한 인민의 소유권 박탈의 성격을 가진다. 이런 강권조치하에서는 열심히 일해 돈번 사람은 돈을 감추고 달라와 바꾸어 은닉하는 달라숭배 세상을 만든다. 이런 보수북하과 대비해볼 때 평등병을 시정하기위해 "선부론(先富論)"을 내걸고 시장제를 도입한 덩샤오핑옹의 과감한 발상전한이 돋보인다.
4. 1998년의 인민경제계획법 제정은 90년대 계획붕괴기 시인한 것
그렇다면 다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군사독재가 대두된 직후 첫 사업이 왜 인민경제계획법의 제정이냐의 미스테리도 풀릴 수 있게 된다. 북한은 사회주의 헌법을 가진 국가체제이니 98년 인민경제계획법으로 계획경제를 법제화하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한다면 이런 안목이 진보주의적 북한맹이다.
이미 북한헌법이나 모든 경제법규가 계획경제인데 새삼스럽게 1998년 김정일이 첫사업으로 인민경제계획법을 제정했느냐 에대한 해답은 90년대에는 북한에는 계획경제가 붕괴된 공백기였기 때문이다.
「2000 북한개요」의 308쪽에 사회주의 경제계획 부재의 소항목이 나온다. 이 대목에서 98년 이전의 북한경제체제의 와해, 특히 농민시장의 활성화 등 비계획경제부문의 확대가 이루워졌다고 명기하고 있다. 그런데 김정일 통치술이 과연 유능한 영도예술의 소유자라면 구 소련붕괴를 제대로 인식했다면 다시 계획경제의 복구의 보수주의는 자기혁신해야 했을 것이 아닌가. 그러나 김정일은 해외견문도 경제학 지식도 없어서 신사고가 아닌 레닌주의적 구사고로 중앙지령주의로 뒷걸음쳤다. 진정한 과학의 정신은 자기의 가설이 거짓인것으로 반증되면 가차없이 버리고 새가설을 내세워야 한다. 불행하게도 그에게는 과학정신이 없고 레닌주의적 시네마 폴리티카에 고착되어 그 사고가 동맥경화된 증거이다.
5. 전인민의 상인화 : 북한사람 10명중 9명이 장사로 먹고 산다.
지난 4월에 신설 양양국제공항에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113명을 태운 우리 항공기가 첫 착륙을 했다. 그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은 다시 배편으로 북한의 금호지구 경수로 작업장으로 갔다. 지난해 북한당국은 북한노동자들을 신포에서 철수시켰다. KEDO가 월노임 100달러를 주어왔는데 갑자기 600달러를 요구하며 철수했다. KEDO는 어쩔 수 없이 우즈베키스탄 노동력을 투입했다고 했는데 그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왜 북한은 임금 600%인상의 무리한 요구를 했을까. 중국은 월평균임금이 80달러내외이고 베트남은 40∼50달러 정도이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예겐이치 교수(UCLA 교수)는 다국적 기업이 아시아에서 가장 선호한 나라가 베트남이었다고 했다. 베트남은 월급이 40∼50달러이고 중국의 50∼80달러보다 싸서 일시 베트남이 붐이었다(오마예 아시아에서도 대만과 한국이 중국경제에 압도된다, 「SAPIO」, 2001. 8. 8). 우리 한달 월임금을 100만원내외로 잡으면 850달러가 된다. Made in China와 베트남제가 세계시장에 가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것이 개성공단 등 남한투자에서 노임이 100달러가 아닌 600달러를 요구하려는 사전포석이라면 남한기업은 북한에 들어가기 힘들게 된다. 북한투자에는 저임금의 메리트밖에 없는데 그것마저 없앤다면 북한지도부는 역시 구제불능의 시장맹(市場盲)이란 생각이 든다.
지난해부터 북한의 예산이 공개되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환율이 미화 1달러에 북한돈 약 2원이라 했다. 그러나 북한장마당의 실세레이트는 1달러에 북한돈 약 250원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나진·선봉지대에서는 특구환률 1달라 200원에 환전해본 방문객도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탈북자 84명을 설문조사해본 결과가 북한의 사경제부문연구(박석삼)로 발표되었다. 사경제는 장마당 지하경제이다. 거기에는 북한시장의 환율이 공식환율(1달라 = 북한돈 2.2원)보다 100배 가량높은 210원∼250원 수준인 것이 확인되었다. 원료, 전기 등 에너지가 없어 북한의 공장가동률은 2.30%인데 그들의 평균월급이 80원내외이다. 그렇다면 80원은 달라로 30센트요 우리돈 350원이 아닌가. 그러나 북한에서는 모든 물가가 아주 싸서 월 30센트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식량·생필품의 국가배급제가 붕괴되고 탈북자견무대로라면 북한주민 10명중 9명이 장사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 탈북자 설문조사로 확인되었다. 장사에 나선 87.7% 중의 일부는 월급의 580배의 소득을 장마당에서 올리고 있다고 이 설문조사연구는 밝혔다.
그렇다면 쌀 1kg에 국정가격은 0.08원 즉 8전이다. 시장에서 50원이면 628배가 된다. 80원대의 시장가격이라면 국정가격의 1000배가 넘는다. 일제말 배급제때 암시세가 2배일때에도 쌀·생필품을 배급권자가 뒤로 빼돌렸다. 10배도 아니고 100배, 600배, 1000배일때 북한 관리들이 공산주의적으로 인간 개조되어 과연 1kg 8전에 배급할까. 여기서 북한관리의 뇌물, 식량빼돌리기 등 부정부패의 악순환이 생긴다.
암시장과 간부부패, 부익부빈익빈의 고리는 더욱 심각한 악순환에 빠진다.
남북이산가족 상봉에서 50여년 생이별의 가족에 대해 미화 100달러를 주면 북한 월급 350개월분이 되고 많게 1차 상봉의 서울방문 때 3만달러를 준 경우도 있는데 이돈은 7천8백년분 월급이다. 그 돈을 북한의 공식환률(1:2.2)로 바꾸어 주어도 68년간의 월급이 된다. 따라서 이산가족을 북한땅에서는 대단한 선망의 대상이 되고 거기서 생기는 빈부격차의 시정을 위해 50년이산 혈육에서 받은 피맺힌 선물이나 돈을 통일헌금 명목을 내걸고 거두면 그 원한은 더 커지고 구천에 사무칠 것이다. 최근 "신아련"의 정책간담회에서 탈북외교관 김영관 씨는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북한 내부 여론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즉 "반동분자들이 남한방문이후 달러나 금을 갖고 들어와 잘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도 남한이나 미국에 친척 하나 둘걸 그랬다는 말이 돌 정도이다."(「신아연 소식」(회장 이상우), 2002.5.10. 제7차정책간담회, p.5), 김 씨의 증언은 북한사회에 이산가족 상봉쇼크가 크다는 것을 뒷받침해준다. 서울·평양을 오가는 이산가족 상봉을 더 이상 할 수 없어 북한땅 금강산에 고착시킨 북한의 속내가 여기에 있다. 북한의 간부급일수록 세계정세에 밝아서 세계 5대공항으로 꼽히는 인천국제공항의 인천쇼크와 경제격차가 너무 커진 서울에 왔다 가면 몇달간의 사상 교양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특히 이번 탈북자 설문의 한국은행 조사연구보고(2002-3)는 북한의 민가보유 외화가 2000년 기준 약 9억6천달라로서 유통현금 총액의 2.6배에 이른다는 부분이 주목된다. 탈북자 설문에 기초한 추정으로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이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이미 90년대에 들어서서 북한돈의 통화가치가 소멸된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북한 생필품중 신발이 가장 긴장된(부족하고, 곤란함한의 북한적 표현) 형편이오 밀수된 운동화 중국제는 500원, 한국제는 1,000원 정도이다. 중국제 운동화값은 한푼도 쓰지 않고 모은 월급 6개월분이고 한국제는 1년분과 같다. 그런데 미달라화라면 2달라, 4달라이다. 얼마나 간편한가. 다시 강행될지 모르는 1:1 화폐개혁의 92년의 평등주의의 강행을 항상 불안해 해야할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길은 북한화폐가 아닌 미달라화의 은닉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북한학계에서는 북한경제 용어로 비화폐(非貨幣) 경제란 개념이 통용되고 있다. 말하자면 북한의 민생경제는 생필품의 70, 80%가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장마당 자본주의 시장이다(통일연구원, 「2002 북한이해」 제7장에는 북한사회가 비화폐경제라고 지적했다).
암시장이 번성하면 쌀 1Kg 8전의 배급이외에 북한돈은 쓸데가 없다. 암시장은 반드시 미달라화, 일본엔(円), 중국 위엔화의 외화통화권이 된다. 이미 북한시장은 반미구호 밑에서 달라숭배의 세상이 된 것이다.
오늘 북한의 지하경제, 장마당 자본주의가 바로 민중의 자생적 개혁개방의 싹이다. 신중국은 이미 노동자·농민, 그리고 사영기업가의 3대표체제를 당강령에 넣고 사유재산권을 헌법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시장경제로 번 돈이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막으려면 개인소유권의 보장으로 인민을 안심시키는 정책이 바로 시장경제적 사고방식이다. 불행하게도 북한땅에는 덩샤오핑이나 주룽지 같은 위대한 지도자는 없으나 북한의 풀뿌리 민생의 끈질긴 생존 의지가 새 길을 열고 있다. 햇볕 색안경으로 북한의 이 참담한 진실을 더 이상 숨길 수는 없게 되었다.
현재 북한은 그야말로 전주민의 상인화(商人化)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민들이 생존하기 위해 장사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2002년 북한이해」(통일교육원).
김정일의 선군 군사독재는 민생경제가 붕괴된 참담한 실상을 외면해온 반인민적 권력이기주의이고 그의 경제맹(經濟盲)에서 연유한 구사고가 저지른 실책의 징표일 뿐이다.
북한의 장마당 지하경제 실상 드러나
1. 아리랑축전에 나타난 당독점자본주의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에 유다야를 알면 세계가 보인다가 있었다. 그처럼 이번 아리랑 축전만 보아도 북한경제의 실상을 잘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친북 햇볕의 색안경을 끼고 갔다온 사람은 그 엄연한 진실을 하나도 보지 못하고 본것에 대해서도 입을 다문다.
이번 평양의 축전에는 「동아」, 「조선」 등 신문을 거부하는 가운데 다행히도 중앙일보의 이종영 기자의 축전 참관기가 나와서 북한의 실상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칼·맑스가 유물사관에서 상부구조와 토대의 공식을 내놓았다. 맑스는 그 사회의 정치, 사상 등 상부구조는 허위의식임으로 그것을 보지 말고 그 경제적 토대를 보라고 가르쳤다. 우선 맑스의 토대는 그 사회의 경제적 소유관계이다. 이번 아리랑 축전에는 거의 모두가 국영임으미국의경제학자 프리드만의 표현을 빌린다면 미달라화 돈을 나라와 당이 벌어들이는 독점 자본주의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확인되었다.
지난 6일 아리랑 공연장에 대해 이 기자는 특등석요금이 300달라인데 대해 너무 비싸다고 하자 북측 안내원은 이건 10만명이 몇달간 준비한 역사적인 종합예술공연임으로 결코 비싼 것이 아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역시 특등석은 거의 빈자리가 되었다. 300달라는 우리 돈 약 39만원이다. 북한 돈으로는 터무니 없는 공식환률인 1달라 = 2.2원이라도 북한돈 660원이다. 이 특등석 요금은 북한 평균월급 80원으로 계산해서 9개월분 월급이다. 그러나 300달라의 북한 장마당 레이트(1달라 = 250원)로는 북한돈 7만6천원이오 937개월분 즉 78년간의 월급에 해당한다.
미주 동포 관광객은 1인당 1천7백27달러 내고 5박6일 일정으로 참가하여 가격만큼은 국제 수준이다라고 여운있는 한마디를 했다는 것이다. 이 기자가 투숙한 보통강호텔의 2등실 요금이 하루 165달라(한국돈 약 21만원)이니 역시 국제수준이었다. 이런 아리랑 축전 자본주의와 북한인민의 사회주의적 노동임금과는 그 갭이 천양지차인데 문제가 있음을 노정했다. 중앙권력과의 2중적궤리가 심각하다. 물론 이 화려한 대축전에 10만 동원과 그 보조인원을 합하면 20만은 족히 될텐데 5,6개월간의 월급은 얼마나 되며 수당지급은 되었을까. 자원봉사인가도 감안해 본다면 북한 "집단주의"가 개인에게는 노임착취형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인민과 민생을 외면한 부평초같은 반인민성이 오늘의 북한정권이다.
때마침 같이 부상된 금강산댐 부실공사의 위험에 대해서도 이 공사가 북한군대의 혁명적 군인정신의 상징이라고 내세워 역시 이 공사도 이른바 자원의 애국노동임을 시인한 것이 된다. 북한의 모든 토목공사가 군대 동원 아마추어 공사이고 노임착취형이다. 대개 북한측이 혁명정신, 수령결사옹위정신 등 정신을 내세우는 정치관념론은 온당한 노임을 지불하지 않고 강다짐의 김정일식 속도전으로 다그쳤다는 뜻이 된다. 이런 것이 상부층에서 하는 당독점자본주의이다.
2. 1960년대 김일성은 농민시장 묵인
다음에는 사회저변에서 북한인민들 사이의 자생적 장마당 자본주의의 인동초(忍冬草)같이 이어온 끈질긴 생명력을 살펴보자.
이미 1960년대에 시장경제를 전폐하자 밑으로부터 암시장이 생겼다. 강을 사이에 둔 두마을이 새벽 5시에 약속시간에 벼락같이 약 5분간 만나 물물교환을 하는 벼락장이 생겼다. 맑스주의는 인간의 경제생활에서 교환가치를 무시하고 시장의 폐지론을 내건 것이 가장 큰 잘못이었다. 북한에서도 1969년 김일성은 사회주의 경제이론의 몇가지 문제에서 아직 과도기로서 농민시장·암시장의 일시적 묵인을 해야함을 공식화한바 있다. 다음은 69년의 김일성 담화이다.
부업시장이나 농민시장이 공동경리에 나쁜 영향을 주고 이기주의를 길러준다고 하면서 법령으로 농민시장을 없앤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물론 장마당은 없어지지만 암거래는 의연히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농민들은 부업으로 생산한 닭이나 닭알을 가지고 남의 집 부엌이나 뒷골목을 찾아다니며 팔게될 것입니다. 그러다가 단속되어 벌금을 물지 않으면 법적 추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농민시장을 강제로 없애서 해결될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오히려 인민생활에 불편을 주고 숱한 사람들을 쓸데없이 죄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농민 시장의 소상업적 형태까지 전폐하려는 시책은 '좌경적 편향'이라고 호되게 비판하면서 국가적으로 인민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넉넉히 생산공급하지 못하는 조건하에서 조급하게 농민시장을 없애려는 것은 좌경적 과오라고 비판했다.
김일성 담화는 이미 1960년대의 무시장형 사회주의 개조가 실패한 것을 일부 인정하고 장마당 암시장은 없앨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1970년에 들어서서 1962년의 덩샹오핑의 흑묘백묘론과 같이 자유시장허용 등의 주자파(走資派)가 나오게 된 대세에 대한 반개혁적 방벽으로 김정일이 스탈린형 개인숭배를 더욱 고수하여 개혁의 길을 봉쇄한 것이다.그러나 김정일정치는 좌경적 과오를 오늘날까지도 시정하지 않고 잇다.
1984년 8월 4일 신상옥 감독은 김정일과 만난 대화에 대한 증언이 주목된다. 80년대에는 이미 북한의 공장가동률이 40% 이하인데도 시기질투가 심한 그는 남한경제의 한강변의 기적을 부정하고 남조선은 외국 부품 가져다가 조립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시기심이 생기면 진실을 보지 못한다.
한국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아리랑 축전(김일성 90회 탄생축전인 태양절 축전 개명)을 강행한 시기 질투심은 10년전에도 있었다. 88올림픽 서울개최 소식을 듣게되었을때 김정일 비서는 내심 이제는 남과 북의 체제경쟁에서 북한이 패했다는 것을 뼈져리게 알게 된 것이다. 88올림픽 서울개최는 그 4년전인 84년에 결정되었다. 이때부터 북한의 미사일 등 군사주의적 벼랑끝의 체제 연명술이 결단된 것이다. 98년 8월 제3단계에서 폭발하여 실패한 대포동로켓을 발사한 후 김정일은 군사의 강성대국구호를 내걸었다. 북한 인민들의 기아와 고통을 알면서도 김총비서는 조국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미사일 등 무기개발에 막대한 군수예산을 80년대에 투입했음을 비장한어조로 시인했다.
이런 미사일 등의 군비예산 증가로 인해 북한경제는 더욱 악화되고 인민생활은 도탄에 빠져 계획경제, 배급제가 모두 마비되었다. 이런 경제적 혼란으로 다시 북한의 암시장의 지하경제가 솟아나왔다. 그 장마당 자본주의의 싹을 다시 자른 것이 1992년 7월의 1:1 화폐교환의 무리수였다.
3. 1992년 1:1 화폐교환의 평등주의 강행
1990년 구사회주의 붕괴후 91년에 남북기본합의서가 합의되고 북한지도부가 일단 남조선 혁명론을 버리고 평화공존에 나서는 듯했다. 그런데 1992년 7월 북한은 1:1의 신구화폐 교환을 했다는 일단기사를 보았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이나 학계는 이 1:1 화폐개혁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필자는 이 1:1 화폐개혁이 북한경제의 미스테리를 푸는 열쇠라고 믿었다.
왜냐하면 한국도 박정희 개발 독재초기에 화폐개혁(배두진재정때)을 했는데 그것은 화폐가치가 너무 추락되어 평가절하였다. 그때에 새 화폐의 제조에 큰 돈이 들고 경제질서가 큰 혼란을 겪는 과정을 기억한다. 왜 북한은 경제파탄 상태에서 1:1의 화폐교환이 필요했을가?
「2000 북한 개요」에는 현재 유통되고 있는 화페는 1992년 7월 북한이 사장(死藏)통화 회수를 통해 부족한 재정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으로 새로 발생된 화폐들이다. 다시 말해서 북한공민은 은행을 믿지 않고 돈을 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설명은 북한이 겉으로 내세운 중앙인민위원회 정령(1992. 7. 15) 새돈을 발행함에 대하여의 명분 그대로이다. 그런데 이 「북한개요」(p.329)의 주석을 독해해보면 이 조치로 1:1로 교환하지만 339원까지만 신화폐로 교환해주고 그 이상의 돈은 일정기간 동결 조건으로 은행에 예금시키고 3만원 이상을 무효로 한 강력한 과평등주의적 통화혁명이었음을 알 수 있다.
1992년 7월을 분기점으로 북한의 모든 공민은 399원의 완전한 소득평등이 강행된 작위적 평등화였다. 1:1 화폐교환은 그때까지의 인민의 재산에서 생긴 빈부의 격차를 399원 소유로 하향평준화한 대단히 강권적인 우리식 사회주의의 강행이었다. 그것은 이미 80년대에 북한경제가 와해되어 장마당에 나선 사람들은 큰돈을 벌고 꼬박 꼬박 집단농장, 공장에 출근하는 사람은 급료도 제대로 못받는 대단한 빈부격차의 소득불평등이 생긴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일성 독재의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그 무슨 빈부의 격차냐 반문 하고 하는 진보주의정서로는 중국개혁개방전의 마오쩌뚱 시기의 악평등의 중국병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으른자는 평등의 혜택을 누리고 근면한 자는 손해보게 되어 모두 나태해지는 것이 마오의 중국의 과평등병이었다.
이처럼 결과의 평등을 고집하는 사회주의는 부단히 경제적 격차의 시정을 위해 이런 1:1 화폐교환의 강권으로 열심히 번 인민의 재산을 강탈해야 하고 그로인해 중앙권력이 비대해져서 강권 전제국가가 되지 않을 수 없다는 악순환이 바로 구사회주의 붕괴의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대개 어떤 사회에서나 경제적 격차는 주로 근면과 실력, 창의력, 운등의 활력으로 생긴다. 그런데 이런 1:1 화폐교환에 의한 과평등주의의 강행은 배분적 정의의 실현보다는 중앙권력에 의한 인민의 소유권 박탈의 성격을 가진다. 이런 강권조치하에서는 열심히 일해 돈번 사람은 돈을 감추고 달라와 바꾸어 은닉하는 달라숭배 세상을 만든다. 이런 보수북하과 대비해볼 때 평등병을 시정하기위해 "선부론(先富論)"을 내걸고 시장제를 도입한 덩샤오핑옹의 과감한 발상전한이 돋보인다.
4. 1998년의 인민경제계획법 제정은 90년대 계획붕괴기 시인한 것
그렇다면 다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군사독재가 대두된 직후 첫 사업이 왜 인민경제계획법의 제정이냐의 미스테리도 풀릴 수 있게 된다. 북한은 사회주의 헌법을 가진 국가체제이니 98년 인민경제계획법으로 계획경제를 법제화하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한다면 이런 안목이 진보주의적 북한맹이다.
이미 북한헌법이나 모든 경제법규가 계획경제인데 새삼스럽게 1998년 김정일이 첫사업으로 인민경제계획법을 제정했느냐 에대한 해답은 90년대에는 북한에는 계획경제가 붕괴된 공백기였기 때문이다.
「2000 북한개요」의 308쪽에 사회주의 경제계획 부재의 소항목이 나온다. 이 대목에서 98년 이전의 북한경제체제의 와해, 특히 농민시장의 활성화 등 비계획경제부문의 확대가 이루워졌다고 명기하고 있다. 그런데 김정일 통치술이 과연 유능한 영도예술의 소유자라면 구 소련붕괴를 제대로 인식했다면 다시 계획경제의 복구의 보수주의는 자기혁신해야 했을 것이 아닌가. 그러나 김정일은 해외견문도 경제학 지식도 없어서 신사고가 아닌 레닌주의적 구사고로 중앙지령주의로 뒷걸음쳤다. 진정한 과학의 정신은 자기의 가설이 거짓인것으로 반증되면 가차없이 버리고 새가설을 내세워야 한다. 불행하게도 그에게는 과학정신이 없고 레닌주의적 시네마 폴리티카에 고착되어 그 사고가 동맥경화된 증거이다.
5. 전인민의 상인화 : 북한사람 10명중 9명이 장사로 먹고 산다.
지난 4월에 신설 양양국제공항에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113명을 태운 우리 항공기가 첫 착륙을 했다. 그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은 다시 배편으로 북한의 금호지구 경수로 작업장으로 갔다. 지난해 북한당국은 북한노동자들을 신포에서 철수시켰다. KEDO가 월노임 100달러를 주어왔는데 갑자기 600달러를 요구하며 철수했다. KEDO는 어쩔 수 없이 우즈베키스탄 노동력을 투입했다고 했는데 그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왜 북한은 임금 600%인상의 무리한 요구를 했을까. 중국은 월평균임금이 80달러내외이고 베트남은 40∼50달러 정도이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예겐이치 교수(UCLA 교수)는 다국적 기업이 아시아에서 가장 선호한 나라가 베트남이었다고 했다. 베트남은 월급이 40∼50달러이고 중국의 50∼80달러보다 싸서 일시 베트남이 붐이었다(오마예 아시아에서도 대만과 한국이 중국경제에 압도된다, 「SAPIO」, 2001. 8. 8). 우리 한달 월임금을 100만원내외로 잡으면 850달러가 된다. Made in China와 베트남제가 세계시장에 가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것이 개성공단 등 남한투자에서 노임이 100달러가 아닌 600달러를 요구하려는 사전포석이라면 남한기업은 북한에 들어가기 힘들게 된다. 북한투자에는 저임금의 메리트밖에 없는데 그것마저 없앤다면 북한지도부는 역시 구제불능의 시장맹(市場盲)이란 생각이 든다.
지난해부터 북한의 예산이 공개되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환율이 미화 1달러에 북한돈 약 2원이라 했다. 그러나 북한장마당의 실세레이트는 1달러에 북한돈 약 250원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나진·선봉지대에서는 특구환률 1달라 200원에 환전해본 방문객도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탈북자 84명을 설문조사해본 결과가 북한의 사경제부문연구(박석삼)로 발표되었다. 사경제는 장마당 지하경제이다. 거기에는 북한시장의 환율이 공식환율(1달라 = 북한돈 2.2원)보다 100배 가량높은 210원∼250원 수준인 것이 확인되었다. 원료, 전기 등 에너지가 없어 북한의 공장가동률은 2.30%인데 그들의 평균월급이 80원내외이다. 그렇다면 80원은 달라로 30센트요 우리돈 350원이 아닌가. 그러나 북한에서는 모든 물가가 아주 싸서 월 30센트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식량·생필품의 국가배급제가 붕괴되고 탈북자견무대로라면 북한주민 10명중 9명이 장사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 탈북자 설문조사로 확인되었다. 장사에 나선 87.7% 중의 일부는 월급의 580배의 소득을 장마당에서 올리고 있다고 이 설문조사연구는 밝혔다.
그렇다면 쌀 1kg에 국정가격은 0.08원 즉 8전이다. 시장에서 50원이면 628배가 된다. 80원대의 시장가격이라면 국정가격의 1000배가 넘는다. 일제말 배급제때 암시세가 2배일때에도 쌀·생필품을 배급권자가 뒤로 빼돌렸다. 10배도 아니고 100배, 600배, 1000배일때 북한 관리들이 공산주의적으로 인간 개조되어 과연 1kg 8전에 배급할까. 여기서 북한관리의 뇌물, 식량빼돌리기 등 부정부패의 악순환이 생긴다.
암시장과 간부부패, 부익부빈익빈의 고리는 더욱 심각한 악순환에 빠진다.
남북이산가족 상봉에서 50여년 생이별의 가족에 대해 미화 100달러를 주면 북한 월급 350개월분이 되고 많게 1차 상봉의 서울방문 때 3만달러를 준 경우도 있는데 이돈은 7천8백년분 월급이다. 그 돈을 북한의 공식환률(1:2.2)로 바꾸어 주어도 68년간의 월급이 된다. 따라서 이산가족을 북한땅에서는 대단한 선망의 대상이 되고 거기서 생기는 빈부격차의 시정을 위해 50년이산 혈육에서 받은 피맺힌 선물이나 돈을 통일헌금 명목을 내걸고 거두면 그 원한은 더 커지고 구천에 사무칠 것이다. 최근 "신아련"의 정책간담회에서 탈북외교관 김영관 씨는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북한 내부 여론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즉 "반동분자들이 남한방문이후 달러나 금을 갖고 들어와 잘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도 남한이나 미국에 친척 하나 둘걸 그랬다는 말이 돌 정도이다."(「신아연 소식」(회장 이상우), 2002.5.10. 제7차정책간담회, p.5), 김 씨의 증언은 북한사회에 이산가족 상봉쇼크가 크다는 것을 뒷받침해준다. 서울·평양을 오가는 이산가족 상봉을 더 이상 할 수 없어 북한땅 금강산에 고착시킨 북한의 속내가 여기에 있다. 북한의 간부급일수록 세계정세에 밝아서 세계 5대공항으로 꼽히는 인천국제공항의 인천쇼크와 경제격차가 너무 커진 서울에 왔다 가면 몇달간의 사상 교양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특히 이번 탈북자 설문의 한국은행 조사연구보고(2002-3)는 북한의 민가보유 외화가 2000년 기준 약 9억6천달라로서 유통현금 총액의 2.6배에 이른다는 부분이 주목된다. 탈북자 설문에 기초한 추정으로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이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이미 90년대에 들어서서 북한돈의 통화가치가 소멸된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북한 생필품중 신발이 가장 긴장된(부족하고, 곤란함한의 북한적 표현) 형편이오 밀수된 운동화 중국제는 500원, 한국제는 1,000원 정도이다. 중국제 운동화값은 한푼도 쓰지 않고 모은 월급 6개월분이고 한국제는 1년분과 같다. 그런데 미달라화라면 2달라, 4달라이다. 얼마나 간편한가. 다시 강행될지 모르는 1:1 화폐개혁의 92년의 평등주의의 강행을 항상 불안해 해야할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길은 북한화폐가 아닌 미달라화의 은닉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북한학계에서는 북한경제 용어로 비화폐(非貨幣) 경제란 개념이 통용되고 있다. 말하자면 북한의 민생경제는 생필품의 70, 80%가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장마당 자본주의 시장이다(통일연구원, 「2002 북한이해」 제7장에는 북한사회가 비화폐경제라고 지적했다).
암시장이 번성하면 쌀 1Kg 8전의 배급이외에 북한돈은 쓸데가 없다. 암시장은 반드시 미달라화, 일본엔(円), 중국 위엔화의 외화통화권이 된다. 이미 북한시장은 반미구호 밑에서 달라숭배의 세상이 된 것이다.
오늘 북한의 지하경제, 장마당 자본주의가 바로 민중의 자생적 개혁개방의 싹이다. 신중국은 이미 노동자·농민, 그리고 사영기업가의 3대표체제를 당강령에 넣고 사유재산권을 헌법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시장경제로 번 돈이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막으려면 개인소유권의 보장으로 인민을 안심시키는 정책이 바로 시장경제적 사고방식이다. 불행하게도 북한땅에는 덩샤오핑이나 주룽지 같은 위대한 지도자는 없으나 북한의 풀뿌리 민생의 끈질긴 생존 의지가 새 길을 열고 있다. 햇볕 색안경으로 북한의 이 참담한 진실을 더 이상 숨길 수는 없게 되었다.
현재 북한은 그야말로 전주민의 상인화(商人化)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민들이 생존하기 위해 장사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2002년 북한이해」(통일교육원).
김정일의 선군 군사독재는 민생경제가 붕괴된 참담한 실상을 외면해온 반인민적 권력이기주의이고 그의 경제맹(經濟盲)에서 연유한 구사고가 저지른 실책의 징표일 뿐이다.
신 일 철 (고려대 명예교수·철학 / 시민회의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