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통령 후보들의 경쟁에서 보수·진보의 정치이념과 정책대결의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더 바라는 것은 권력 주변의 부정부패 및 주택가와 거리를 날뛰는 떼강도, 카드빚 살인, 방화 등 법질서·도덕윤리 부재에서 오는 불안과 공포로부터의 해방, 평안한 삶의 향유이다.
물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정치이념과 정책은 국민이 심판할 수 있도록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특히 그 일관성·진지함이 중요하다. 그러나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정당이 되고 정책이 형성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민당의 경우 당원이 내는 당비가 선거비용 등 당 재정의 3분의 2 이상을 담당한다. 맑은 돈, 검은 돈 가리지 않고 소수 돈 많은 사람의 기부에 의존하는 정당이나 당 후보가 어떻게 진보정당이나 개혁정당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표나 돈이 될 만 하면 어떠한 정략·정책이라도 내놓는 후보에게는 보수다 진보다 하고 부르는 것 자체가 사치이다.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끌어올리겠다, 서민을 잘 살게 해 주겠다고 추상적인 장밋빛 구호를 부르짖는다 하여 그것이 보수가 되고 진보가 되지는 않는다. 그가 표방하는 일관된 정책대안에 대한 평가를 통해 보수나 진보로 불리게 될 뿐이다. 의약분업·교육개혁의 예에서 보듯 아무리 좋은 구호나 정책이라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치력, 국민에 대한 설득, 진지함이 전제되지 않고는 나라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국방과 함께 치안과 법질서가 나라의 기초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보안업체의 호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러면서 범죄에 대한 극도의 불안에 살고 있다. 치안과 법질서가 전제되지 않고는 아무리 화려한 보수·진보의 이념이나 훌륭한 정책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치안이나 법질서는 윤리적 기초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함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 법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윤리적인 사람만이 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든다. 그러므로 해묵은 인치·법치 논쟁은 윤리적 기초 없이는 호사가의 말장난으로 전락하게 된다. 윤리 없는 인치는 자의(恣意)로 흐르게 한다. 그래서 법치주의가 대안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윤리 없는 법치주의는 윤리 없는 인치보다 얼마나 더 나을까?
좋은 이웃을 두고 ‘법 없이 살 사람’이라고 불러왔다. 법이 없어도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다 지키는 사람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요즘 언론매체를 통하거나 우리 주변을 살피면 법‘도’ 안 지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런 의미에서 법 없이 사는 사람은 두 부류가 있다.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하기 때문에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윤리도 법도 없이 사는 사람이 있다. 권력주변의 부정부패와 권모술수·주가조작·세금포탈·사기, 특히 기승을 부리는 주거침입 절·강도, 살인강도, 방화 등이 후자의 예이다. 이렇게 법도 도리도 모르거나 안 지키는 사람이 많고서야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도덕 윤리적·법치적 기초가 없는 이념이나 정책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이제 윤리적·법치적 기초의 확립을 나라의 가장 중요한 이념과 정강·정책으로 내걸고 추진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나와야 할 시점이 됐다고 확신하다. 국민 모두의 윤리·법치교육 프로그램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하는 정당이나 후보는 없는가? 자본주의로 아래위 썩은 나라라면 통일하자고 할 북한동포가 있을는지도 의문이다. 윤리·법치교육이 학교교육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교육과 사회 지도급인사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권력주변의 부정부패·불법만큼 국민의 윤리의식·준법정신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큰 것은 따로 없다. 전문직종의 윤리 실종, 서민 사이에도 만연하고 있는 절도·강도·폭력·사기 등 불법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유권자가 심판자가 되어야 하는데 과거의 전력, 정책표방이나 그 진지함·일관성에 관계 없이 지역정서 등 인맥과 금품살포에 따라 움직이는 일반 유권자 국민은 또 어떻게 할 것인까? 다 같이 나서서 도덕윤리의 기초를 다지자.
"좀 편안히 살게 해 주시오"
요즘 대통령 후보들의 경쟁에서 보수·진보의 정치이념과 정책대결의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더 바라는 것은 권력 주변의 부정부패 및 주택가와 거리를 날뛰는 떼강도, 카드빚 살인, 방화 등 법질서·도덕윤리 부재에서 오는 불안과 공포로부터의 해방, 평안한 삶의 향유이다.
물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정치이념과 정책은 국민이 심판할 수 있도록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특히 그 일관성·진지함이 중요하다. 그러나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정당이 되고 정책이 형성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민당의 경우 당원이 내는 당비가 선거비용 등 당 재정의 3분의 2 이상을 담당한다. 맑은 돈, 검은 돈 가리지 않고 소수 돈 많은 사람의 기부에 의존하는 정당이나 당 후보가 어떻게 진보정당이나 개혁정당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표나 돈이 될 만 하면 어떠한 정략·정책이라도 내놓는 후보에게는 보수다 진보다 하고 부르는 것 자체가 사치이다.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끌어올리겠다, 서민을 잘 살게 해 주겠다고 추상적인 장밋빛 구호를 부르짖는다 하여 그것이 보수가 되고 진보가 되지는 않는다. 그가 표방하는 일관된 정책대안에 대한 평가를 통해 보수나 진보로 불리게 될 뿐이다. 의약분업·교육개혁의 예에서 보듯 아무리 좋은 구호나 정책이라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치력, 국민에 대한 설득, 진지함이 전제되지 않고는 나라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국방과 함께 치안과 법질서가 나라의 기초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보안업체의 호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러면서 범죄에 대한 극도의 불안에 살고 있다. 치안과 법질서가 전제되지 않고는 아무리 화려한 보수·진보의 이념이나 훌륭한 정책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치안이나 법질서는 윤리적 기초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함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 법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윤리적인 사람만이 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든다. 그러므로 해묵은 인치·법치 논쟁은 윤리적 기초 없이는 호사가의 말장난으로 전락하게 된다. 윤리 없는 인치는 자의(恣意)로 흐르게 한다. 그래서 법치주의가 대안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윤리 없는 법치주의는 윤리 없는 인치보다 얼마나 더 나을까?
좋은 이웃을 두고 ‘법 없이 살 사람’이라고 불러왔다. 법이 없어도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다 지키는 사람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요즘 언론매체를 통하거나 우리 주변을 살피면 법‘도’ 안 지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런 의미에서 법 없이 사는 사람은 두 부류가 있다.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하기 때문에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윤리도 법도 없이 사는 사람이 있다. 권력주변의 부정부패와 권모술수·주가조작·세금포탈·사기, 특히 기승을 부리는 주거침입 절·강도, 살인강도, 방화 등이 후자의 예이다. 이렇게 법도 도리도 모르거나 안 지키는 사람이 많고서야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도덕 윤리적·법치적 기초가 없는 이념이나 정책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이제 윤리적·법치적 기초의 확립을 나라의 가장 중요한 이념과 정강·정책으로 내걸고 추진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나와야 할 시점이 됐다고 확신하다. 국민 모두의 윤리·법치교육 프로그램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하는 정당이나 후보는 없는가? 자본주의로 아래위 썩은 나라라면 통일하자고 할 북한동포가 있을는지도 의문이다. 윤리·법치교육이 학교교육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교육과 사회 지도급인사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권력주변의 부정부패·불법만큼 국민의 윤리의식·준법정신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큰 것은 따로 없다. 전문직종의 윤리 실종, 서민 사이에도 만연하고 있는 절도·강도·폭력·사기 등 불법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유권자가 심판자가 되어야 하는데 과거의 전력, 정책표방이나 그 진지함·일관성에 관계 없이 지역정서 등 인맥과 금품살포에 따라 움직이는 일반 유권자 국민은 또 어떻게 할 것인까? 다 같이 나서서 도덕윤리의 기초를 다지자.
( 崔大權/ 서울대 교수·헌법학 )
출처 - 조선일보 2002. 5. 2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