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NGO와 정치권이 뭉쳐야 한다
	2006-05-23
북한인권운동, 내용만큼 방법도 변화할 때 파급력 확대를 위해 좌파 성향의 NGO와도 손 잡아야 몇 년 전까지만도 ‘북한인권’은 우리 사회에서 생소한 단어였다. 국제사회는 이미 1990년대 말부터 북한 인권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행동에 나섰지만, 국내에서의 반응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큰둥했다. 북한인권과 민주화라는 타이틀을 걸고 활동해온 단체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고, 20-30대 다수는 북한인권 거론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태도까지 보였다. 그러나 최근 2-3년을 경과하면서 우리 사회의 북한인권에 대한 인식은 큰 변화를 보였다. 북한인권 실상에 대한 정보가 늘어나고, 국내외 인권단체와 언론이 북한인권 문제를 꾸준히 거론하면서 국민여론도 바뀌어갔다. 지난해 서울 북한인권대회는 이런 변화의 큰 분수령이 됐다. 우리 국민 상당수는 북한인권문제가 매우 심각하고, 시급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제 정치권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도 북한인권에 대한 명백한 입장표명을 요구 받고 있다. 북한인권운동이 국내외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모습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매우 지난한 과정을 거친 것을 돌이켜보면 그냥 앉아서 추세만 따라갈 노릇은 아니다. 여전히 북한인권에 대한 갖가지 오해와 궤변이 난무하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인권운동의 내용도 변화를 요구 받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북한인권 운동의 현주소와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4월 들어 북한내부의 인권문제와 관련해 국내에서 가장 주목할 사건으로 뮤지컬 ‘요덕스토리’의 성공과 북한인권법 국회 상임위 상정 무산을 꼽고 싶다. '요덕스토리'는 북한인권 문제가 전 사회적으로 파급되기 위해서는 ‘문화적 코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반면, 국회 북한인권법 상정 무산은 한나라당의 북한인권에 대한 정략적 태도와 법안 추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조직화의 한계를 드러낸 북한인권 NGO들의 실태를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다. 지난 20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전체회의에는 북한인권법 상정이 예상돼 있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상정되지 못한 채 안건에서 제외됐다. 법안 상정 이틀 전까지도 한나라당은 여기에 대한 대책회의 한번 하지 않았다. 이상한 것은 북한인권단체 어디에도 북한인권법 무산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련 NGO들은 인권법이 이번 임시국회 회기에 상정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이달 초 어느 시민단체 대표는 야당 의원으로부터 북한인권 NGO들의 활동이 너무 미약한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북한인권 관련 NGO들이 법안통과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 좌파성향의 NGO들이 집회나 시위, 대정부 투쟁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정권을 압박하는 데 비해 이쪽은 너무 신사적인 것 같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데도 NGO들이 입법활동은 방관하면서 야당 탓만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NGO는 한나라당이 목소리만 높지, 도대체 한 게 뭐 있냐고 질타한다. 현안이나 국내외 회의에 당 관계자 한 명 보내지 않으면서 북한인권 운운한다는 것이다. 결국 민간과 정치권 간의 파트너십과 서로의 역할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지적들이다. 이러한 갈등은 NGO와 정치권의 실천적 연대의 필요성을 강하게 보여주는 것들이다. 북한인권 운동의 내용도 변하고 있다. 지난 3월 브뤼셀에서 열린 북한인권대회는 향후 북한인권운동의 변화 지점을 시사해 주었다. 국제사법재판소에 김정일을 제소하자는 움직임과 대북 라디오 방송 지원 논의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인권운동의 무게중심이 과거 ‘참상 폭로’에서 ‘북한변화를 위한 실효적 정책마련’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5월 둘째 주부터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북한인권 국제회의도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문화와 언론 등 다양한 접근을 주제로 한다. 최근 대북 라디오 방송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러한 시류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북한 민주화가 북한주민이 1차적 주체라는 인식이 확대된다면, 더욱 더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내외 NGO가 축적한 성과를 바탕으로 라디오 방송 외에 더욱 실효적인 개선방안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북한 내부에서 라디오를 지속적으로 청취할 수 있는 충전지를 확보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NGO나 정부의 역할분담을 통해 북한 내부에서 충전지가 비교적 쉽게 유통되도록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인권 단체를 제외한 국내 시민단체의 참여도 시급하다. 좌파적 성향이 강한 국내 여타의 NGO 내부에서도 북한인권을 거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국내 몇몇 NGO 지도자들은 과거 반북(反北)주의에 대한 거부감으로 북한인권을 마땅찮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민주노동당 당대표에 출마한 세 명의 후보 중 두 명이 북한인권을 적극 거론해야 한다는 입장에 선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탈북자와 북한인권 NGO간 대화도 시급하다. 지난달 10일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주최한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NGO전략회의'에서 서경석 목사와 탈북자들이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서 목사는 "한국에서 북한인권운동의 주체는 탈북자가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를 불러 일으켰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인권운동을 내세우는 일부 우파 단체들은 선명성 경쟁까지 벌였다. 북한인권을 내세우는 단체들이 서로 건전한 지적과 경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위장전향’ 운운하며 도덕성에 타격을 주려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좌파단체들이 주요 현안마다 연대기구를 조성해 공동대응에 나서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슈와 별 상관도 없는 단체가 이름만 여기저기 걸어두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공동대책기구를 세워 사안별로 연대해 파급력을 최대화시키는 전략은 납북자 및 북한인권단체들이 배워야 할 점이다. 신주현 (데일리NK 기자) [출처: 뉴라이트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