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제도 최선인가
	2006-03-15
출자총액제한제도 최선인가 대규모기업집단(소위 재벌)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 개정을 놓고 논의가 분분하다 . 이 규제는 원래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에 의한 경제력 집중을 다소라도 완화하려 고 공정거래법에 도입된 것이지만 출자의 절대 규모를 규제한 것이 아니므로 재벌 의 팽대를 억제하기보다는 자본구조 개선에 부분적으로 기여하는 것에 그쳤다. 우리나라가 20세기 말 경제위기와 정치민주화를 거치면서 전반적인 경제력 집중 문 제는 퇴색하였고 재벌총수의 지배력을 배제하는 것이 한국경제의 병을 고치는 처방 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재벌에 관한 현재의 논의는 기업경쟁력의 배양ㆍ발현이라는 관점보다 과거 일부 재 벌총수들의 행태에서 비롯된 기업관과 외환위기 이후 확산된 미국식 기업제도의 모 방풍조에 큰 영향을 받아 왔다. 순환출자는 분명히 대주주가 자신의 실질자본 기여 분을 넘어 지배권을 행사하고 배당누출을 통해 다른 소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그러면 이것이 기업 나아가 경제의 동태적 발전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이며 이것 을 해결하기 위하여 순자산 대비 출자비율을 규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가. 분명 히 그렇지 않다. 그러나 소주주의 권익문제가 무시할 수 없는 정도로 존재하는 한 현재 시행되거나 준비중인 소주주 보호장치와 기업 내외의 감시장치들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한편 현행 제도 때문에 기업이 국민경제에 유익한 투자활동을 할 수 없다는 재계의 주장은 얼마나 타당한가. 현 제도의 효과에 대한 면밀한 조사결과는 없지만 경쟁력 에 대한 그러한 부정적 효과가 있는 한 그것은 주주간의 이익배분을 능가하는 큰 문제일 것이다. 21세기 들어 세계적으로 자본 등 경제자원의 기업간 공유를 통한 기업간 제휴는 여 러 형태로 전개되면서 기업의 생존수단으로 되어 있다. 기업의 정체성과 범위마저 도 변화하는 상황에서 출자규제제도의 단편적인 개편을 초월하여 재벌을 포함한 자 본주의적 기업체제에 대한 좀더 깊은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출자규제의 존치를 주장하는 근거는 대주주의 사익추구와 전횡이 근절되지 않 는 한 어느 형태로든 필요하다는 인식에 있다. 즉 소유집중은 악, 소유분산은 선이 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소유집중기업이 소유분산기업보다 경제적 성과가 낫다는 판단은 이론적으로 나 실증적으로 입증되지 않는다. 소유분산 아래의 경영자 지배기업은 현대 자본주 의를 대표하지 않으며 그 이상형도 아니다. 그리고 소유경영자는 기업을 나쁘게 경영하고 전문경영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특 정 개별기업에 한정된 관찰이지 일반화될 수 없다. 조직지배와 위험부담에서는 대 주주경영자가 전문경영자보다 나으며 기술적 전문성과 무관한 통찰력은 개인에게 내재하는 것으로 소유 여부와는 무관하다. 이것은 우리나라 재벌의 역사에서도 쉽 게 볼 수 있다. 원래 기업지배문제는 소유분산기업의 전문경영인이 주주 이익에 반하여 기업을 경 영한다는 데서 연유한 것이 아닌가. 정경유착이 최소화되고 탈세나 변칙적 상속에 대한 제재가 엄정하다면 과거 재벌문제의 경제외적 부분은 상당히 해소되는 것이며 기업의 영고성쇠는 그 소유구조와 관계없이 경쟁적 시장의 성과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시행하는 사외이사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미국의 기업에서 경영자에 의한 대리비용을 줄이려는 고육지책으로 도입된 것이나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지면서 내재적 결점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의 기업지배문제는 대주주와 소주주간의 이해갈등에 있고 이사 인 선에 대한 대주주의 영향이 막강한 실정에서 대주주를 견제ㆍ감시한다는 명분으로 전혀 태생논리가 다른 제도를 강제화하는 것은 기업의 비용을 늘리는 것 이상의 새 로운 폐해를 이미 초래하고 있다. 끝으로 현재의 논의대상에서 배제되었지만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부정하는 현행 제도(지주회사제 포함)도 차제에 재조명되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접근도 나라마다 다르며 일정한 이상적 모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실무상 시간이 촉박하다 고 하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을 한국경제의 자본주의적 진화과정을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 좀더 포괄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기를 이 법제의 도입과 운 용에 직접 참여한 필자로서 바라는 바다. 이규억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 KAIST공정거래연구센터 위원장) 출처 - 매일경제 2006. 3. 15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