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의 글로벌 스탠더드
	2006-03-08
교원평가제의 글로벌 스탠더드 정부는 교원단체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원평가를 실시했다는 그 자체로 만족하고 있는 것 같지만, 교원평가 시범실시 결과에 대해 ‘무늬만 교원평가지 실효성이 없는 평가’라는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시범평가는 문제 교사나 부적격 교사를 퇴출시키고 우수 교사를 승진시키거나 성과급을 지급하는 인사관리형 평가가 아닌 것이 문제였다. 평가 결과를 토대로 부진 교사들의 능력을 개발하는 제도적 장치도 없기 때문에 만족도나 인기도를 측정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교육력을 제고하기 위한 역량개발형 평가라고도 보기 어렵게 됐다. 부적격 교사나 문제 교사, 부진 교사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대응 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소신껏 정책을 집행하지 못하고 이익단체의 눈치를 보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시범평가의 결과이다. 교원평가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교육정책의 철학적 근간부터 바뀌어야 한다. 승진·보수·연수·퇴출과 직접 연계되지 않고 만족도 수준 정도를 조사하는 평가는 교사의 교육역량을 제고하는 평가로서 기능할 수 없음을 시범평가를 통해 값비싸게 확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에 학교의 교육역량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학교평가와 교원평가제를 권고한 바 있다. 외국 정부들은 교원단체의 강력한 반대를 교육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논리적으로 제압했기 때문에 평가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교원 신분이 지방공무원이기 때문에 광역 자치단체별로 자체적으로 실시한다. 도쿄도(東京都)부터 교원평가제를 도입하고 부적격 교원을 퇴출하여 교원단체가 거세게 반발했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정착돼 있다. 교사 평가는 교장에 전적인 권한이 있으며, 교사 스스로 목표를 세워서 실시하는 ‘자기평가’와 교장·교감이 실시하는 ‘업적평가’를 통해 우수 교사의 표창, 부적격 교사의 재교육 등을 실시한다. 부적격 교원으로 판정받은 교사는 지도력 향상을 위한 연수를 받는다. 2년 이상의 장기 연수를 받아도 전문성이 향상되지 않으면 퇴출당한다. 영국은 학업성취도를 기준으로 학교를 평가하여 교원보수를 포함한 학교지원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한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따라 교사들의 보수를 차등 지급했기 때문에 평가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교원단체가 매우 강하게 반발했다. 학교운영위원이 교장의 학교 경영능력을 평가하고, 선배 교사가 후배 교사와 학생의 학업성적 향상 정도를 평가하는 등 다면평가를 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교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학업성취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학교평가를 했고, 학교로 하여금 교사를 평가하도록 하여 제도를 정착시켰다. 미국은 주별로 교육자치가 분권화돼 주법에 명시된 평가 방식으로 장학사나 교장이 교사를 평가한다. 어떤 방식으로 교사의 교육 실적을 평가하고 그 평가 결과를 활용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주별로 서로 다르지만, 교사들은 처음 1~3년간 임시교사로서 근무한 후 선배 교사들과 교장의 평가에 의해 정식 임용이 결정된다. 정식교사가 되면 2~5년 단위로 계약하고 평가를 거쳐 재계약한다. 평가 결과가 기준에 미달하는 교사는 무급 연수에 참여해야 하며, 그 후에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교단에서 퇴출된다. 이처럼 교육 선진국들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교사들의 교육 역량을 평가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고, 교사평가를 포함한 학교평가를 하며 평가 결과를 교원 연수·퇴출·승진·급여에 활용하는 인사관리 및 인력개발형 평가를 실시하여 교육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변화에 저항하는 교원단체와 타협해서는 안되며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변화창조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권대봉 (고려대 교수·교육학) 출처 - 문화일보 2006. 3. 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