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의 적대적 M&A 해법
	2006-03-03
외국자본의 적대적 M&A 해법 부도덕하거나 무능한 경영진을 누군가가 몰아내 준다면 주주나 직원들은 좋아할 것이다. 물론 기존 경영진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어서, 동양사회에서는 남의 사업을 강제로 빼앗는 것이 금기시돼 왔다. 그러나 지금은 외국자본에 전면 개방돼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은 모두 경영권 위협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SK를 공격했던 소버린이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철수한 데 이어 올해 아이칸과 스틸 파트너스가 KT&G에 대한 지분 확보, 경영참여 선언 그리고 사외이사 추천과 주식 매수 제안으로 수순을 밟으면서 외국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한국시장은 국제 기업사냥꾼들에게 노출됐기 때문에 일본의 예에서 보듯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적대적 인수·합병(M&A)은 과연 필요한가. 경영권도 시장 기능을 통해 이전이 가능하다면 가장 우수하고 효율적인 경영진이 경영을 하게 될 것이다. KT&G의 경우에도 누구든 간에 기업의 이익을 높이고 고용을 확대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경영진이 시장에서 선택된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KT&G가 지배구조 측면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터라 시장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더욱 궁금하다. 외국자본에 의한 국부 유출을 우려하나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주가가 정상화되면 모두가 이익을 볼 수도 있다. SK의 경우 소버린뿐만 아니라 최태원 회장과 소액주주도 모두 이익을 보았다. 그러나 무리하게 경영권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과다한 비용이 발생하고, 시설투자나 기술개발 등이 지연돼 장기 성장성이 악화되며,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하는 등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경영권을 인수하는 체만 하면서 주가를 띄우고 빠지는 시장교란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면 적대적 M&A 방어수단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현재 자사주 매입, 잠재 우호세력 확보, 초다수 의결제, 황금낙하산, 시차임기제, 이사 자격제한, 이사 해임제한 등의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절반을 넘는 상태에서 황금낙하산 등은 실제 도입이 어려운 실정이고, 그 수단도 미흡해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에 비해 경영권 공격은 쉬운 반면 방어는 어려운 편이다. 이에 차등의결권이나 의무공개매수제도 부활 등의 경영권 방어수단을 추가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외국도 이러한 제도를 모두 도입한 것이 아닌데다 주주권리 침해 및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등 기존 대주주의 권리를 과도하게 보호해 주는 역효과 가능성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이나 금산법에 의한 국내 대기업집단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지적되면서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외국자본에 대해서도 국내 자본과 같은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경영권시장을 활성화하는 적대적 M&A의 긍정적인 측면을 살리면서 외국자본의 단기적 이익추구의 폐해와 국내 대기업집단의 편법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대기업집단과 독립적인 기관투자가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기관투자가들은 기업 경영진을 감시하면서 동시에 외국자본의 적대적 M&A를 저지하는 우호세력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관투자가의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연기금 등의 주식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에서 국내 기관투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못 미치는 실정에서 대기업집단과 독립적인 기관투자가의 투자 여력을 키우는 일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정부는 공격적인 마인드를 가진 기관투자가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데 충분한 자본금을 확충할 수 있는 여건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주어야 한다. 연강흠 (연세대 교수·경영학) 출처 - 문화일보 2006. 3. 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