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경제정책 '성공의 길'
	2006-02-23
참여정부 경제정책 '성공의 길' 우리가 경제정책을 평가할 때는 경기와 부동산 가격 그리고 경상수지 지표를 본다. 경기가 좋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경우 공평한 소득 분배와 더불어 국민생활 수준이 향상되었다고 봐서 그 시기의 경제정책이 성공했다고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중에서 경기가 침체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실패한 경제정책으로 보지는 않는다. 경기 침체가 실업과 성장잠재력 감소를 가져오는 반면 장기적으로는 기업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여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지 이제 3년이 되었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먼저 경기로 평가해 보면 3년 동안 불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양극화가 심해졌고, 기업투자 위축으로 성장잠재력도 둔화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기업이 군살을 빼서 구조조정을 하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다음으로 경상수지를 보면 3년 동안 지속적으로 큰 폭의 흑자를 내었다. 환율을 높여 수출경기를 부양한 결과 경상수지 흑자는 내수 침체로 어려운 우리 경제를 안정시켜 주었고 대외적으로 국가 신뢰도를 높여 주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을 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지난 3년 동안 부동산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참여정부의 목표와는 달리 소득의 양극화를 심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돈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렸다. 그리고 임금 인상과 근로의욕 저하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은 앞으로 장기간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 확실하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통화량이 늘어나,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재건축 허용을 용인하여 결과적으로 투기수요를 부추겼다. 출범 초기에는 부동산 가격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일부 지역에 한정된 현상으로 파악하는 잘못으로 가격 안정의 시기를 놓쳤다. 또한 최근까지도 공급 부족의 논리로 재건축 허용을 주장하는 이익집단들의 주장과 로비에 휘둘려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를 효과적으로 불식시키지 못했다. 서울 도심의 재건축 대상건물을 모두 재건축한다 해도 1만가구밖에 공급이 늘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보면 실제로 아파트 가격 상승은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재건축 때문에 늘어난 투기수요의 문제였는데,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치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남은 기간 동안 참여정부의 정책 과제는 명확하다. 먼저 지금이라도 이익집단과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법과 제도를 고쳐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를 불식시켜야 하는 것이다. 최근 선거와 같은 정치적 이유로 연기된 정부안, 즉 재건축 허용연한을 일괄적으로 40년으로 늘리고 허가권한을 중앙정부로 이전하는 조치를 빨리 시행해야 한다. 노후한 건물은 재건축이 아니라 리모델링으로 해결하고, 부족한 공급은 신도시를 만들어 해결토록 해야만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또한 문제가 되고 있는 소득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기업 투자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노약자와 병약자에게는 복지 지출을 확대하여 삶의 질을 높여주는 반면에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서 소득 양극화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기업투자로 일자리가 만들어질 때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면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출처 - 세계일보 2006. 2. 2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