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재개정 논의’ 빨리 시작하라
	2006-02-16
사학법 ‘재개정 논의’ 빨리 시작하라 사학재단의 분규는 그동안 교육인적자원부에 의해 파견된, 임시이사의 지위를 갖는 관선이사에 의해 해결돼 온 것이 관행이었다. 임시이사는 제도의 명칭대로 임시적인 지위를 가질 뿐이며, 정식이사의 권한을 대체할 수는 없는 기본적인 한계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사학재단에서는 임시이사들의 권한 남용 때문에, 해결돼야 할 분규가 오히려 악화하여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불러일으켜 왔다. 그만큼 임시이사의 선임 요건은 신중하게 결정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임시이사가 사학재단의 경영권에 관여하고,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일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임시이사 제도가 법적으로 무슨 정당성을 갖는가 하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 민사5부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임시 파견된 관선 이사들이 기존 재단의 의사는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정식이사를 선임한 것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임시이사들이 설립자가 임명한 기존 이사진의 의견을 배제하고 학교 설립과 관계없는 사람들을 정식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임시이사의 권한을 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임시이사들에게 정식이사와 다름없는 권한을 무제한적으로 부여한다면, 학교 경영 정상화를 넘어서 사소한 위반행위만으로도 학교 경영권이 제3자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밝히고 있다. 사학재단의 경영권 보호라는 이해관계는 임시이사를 통해 학교 경영 정상화를 도모한다는 이해관계 못지않게 보호돼야 할 것이라는 점을 이 판결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개정된 사학법에 대해 사학재단들이 우려하는 부작용을 이 판결은 잘 지적하고 있다. 개정된 사학법은 이사 승인 취소의 요건을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예컨대, 학교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한 때라는 식의 요건 표현은 너무 불확정적인 개념으로서, 자의적인 해석 및 운영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이사 승인 취소는 임시이사 선임 요건으로 이어지기에, 그만큼 임시이사의 선임 요건은 반대로 쉬워지는 부작용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사학 재단의 경영권이나 지배구조도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면, 이러한 모호한 구성요건은 사학 재단이 갖는 재산권에 대한 불명확한 표현의 제한 규정으로서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법률 규정이 지나치게 불명확한 경우에 이를 위헌으로 평가하고 있음에 비추어, 사학법의 이사 승인 취소의 요건 규정은 다시 손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학교 설립과 관계없는 사람들을 정식이사로 선임하는 행위가 학교 경영권에 위협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재판부의 우려는, 개정 사학법에서 담고 있는 개방형 이사제의 내용을 손질함에 있어서도 신중히 고려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든 제도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리고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제도의 부작용을 막을 수는 없다.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서 제도의 취지가 변질돼 온 것을 우리는 여러 사례를 통해 봐 왔다. 따라서 제도가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개정된 사학법의 내용중 이사의 승인취소 및 임시이사의 선임요건에 관한 규정은 좀더 명확한 내용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으며, 개방형 이사제의 내용도 제도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내용으로 다시 개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야가 합의하여 개정 사학법의 내용을 다시 논의하기로 한 지도 벌써 한달이 돼 간다. 개혁의 명분만으로 모든 제도의 부작용이나 위헌 시비가 해소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불필요한 소모적 정쟁을 야기한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약속한대로 이번 임시국회에서 차분히 논의해 성사시키기 바란다. 류지태 (고려대 교수·법학) 출처 - 문화일보 2006. 2. 1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