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브로커 수사 끝을 봐야 한다
	2006-01-26
법조브로커 수사 끝을 봐야 한다 법조 브로커 사건이 여전히 그 실체를 감춘 채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정체가 불확실한 거액이 오간 정황이 포착되면서 정치계와 법조계를 긴장하게 하던 사건은 경찰 수뇌부 수사로 넘어가면서 더욱 의혹을 증폭시키더니, 급기야 인간의 생명까지 잃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건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수사당국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신속하게 의혹을 밝혔어야 함에도 수사가 지지부진한 답보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정부패나 비리 일소를 위해 일선에서 뛰어야 하는 국가기관의 구성원이나 법조계 구성원들의 법조 브로커와의 관계가 직·간접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수사의 어려움이 있으리라는 짐작은 간다. 그렇지만 이와 상관없이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가 이루어져 국민에게 그 전모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지난해 후반 등장한 사건은 그동안 정치계와 법조계의 몇몇 인사와 브로커 간의 수상한 돈 거래 사실이 확인되면서 각종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관련 의혹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사건의 심각성도 더욱 커졌다. 특히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 경찰관 한 명이 목숨을 스스로 끊음으로써 더욱 미묘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찰은 검찰의 표적수사 문제를 거론하고,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앞둔 상황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은 어디까지나 법조 브로커의 불법로비 의혹사건이며, 외부적 요인으로 사건의 본질이 호도되거나 흐려져서는 안 된다. 국민은 이번 일로 검·경이 사건의 본질을 망각한 채 갈등과 반목에 따른 대립이나 타협을 통한 적절한 결과를 이끌어 내어 이 사건에서 비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였지만, 이와는 별개로 관련 의혹을 받는 당사자들에 대한 수사는 엄정하고 철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검찰은 곧 이 사건과 관련하여 검찰 고위직 출신의 변호사 등 유력 인사들을 소환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정계와 법조계, 경찰 등의 연루 의혹으로 끝 모르고 확대되는 사건에 국민은 황당할 뿐이다. 더구나 무엇이 사실인지 그 실체가 밝혀지지도 않은 가운데 사건과 연루된 대상의 범위만 확대되는 현실에 기가 막힐 뿐이다. 앞으로 사건이 얼마나 확대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또한 이번 사건은 수사 참고인이 자살함으로써 우리에게 또 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에 와서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이 생명을 버리는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그 이유를 불문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명 경시의 풍조를 엿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 불행한 일이 발생하였지만,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 의혹을 해소하는 것만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또한 수사 종사자이건 대상자이건 공무원은 단지 자신이 몸 담고 있는 기관의 구성원만이 아니라 전체 국민의 봉사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지닌 점을 인식하고, 진정 국민을 위하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국민의 의사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준엄한 법의 잣대로 그 실체를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제기된 여러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하여 그 전모를 신속하게 국민 앞에 밝히는 것만이 혼란과 논란을 잠재우는 길이다. 수사 과정에서 우여곡절은 있지만 검찰은 이번 사건을 엄정하게 처리함으로써 자신들의 능력을 보이고 위상을 제고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새롭게 거듭나고자 하는 검찰의 의지와 활약을 기대한다. 김상겸 (동국대교수·헌법학) 출처 - 세계일보 2006. 1. 24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