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설득 미흡한 대통령 회견
2006-01-26
국민 설득 미흡한 대통령 회견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정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양극화 문제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국가 재정운용에 관한 발언도 있었고, 지방선거와 당내 경선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그 밖에 외교ㆍ안보 문제와 행정중심복합도 시를 비롯한 국가균형발전, 사법 개혁 등의 문제도 거론됐다. 이런 문제들은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되었던 것이고, 그 중 상당수는 이미 진 행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이 대통령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로 는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발언이라는 점과 더불어 현재 시점이 갖는 특 별한 의미도 함께 지적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현재 취임 3주년을 한 달 남겨 놓은 상태로 새로운 국정과제를 설 정해서 추진하기보다는 기존의 국정과제를 잘 마무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에 있다. 그런 노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과제가 무엇인지 를 어제 기자회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주목받았던 부분은 역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정 확보 내지 증세 문제였 는데 노 대통령은 국민이 반대하는 조세 인상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 양극화와 관련해서는 경제적ㆍ사회적 양극화 이전에 국민들 사이 에 점차 심해지고 있는 의식의 양극화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임을 생각할 때 중 요 국정 현안에 대해 최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더 중요 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갈등의 그늘에 가려 있었던 정치 문제와 외 교 문제의 중요성도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다. 노 대통령이 말했듯이 4개월 후에는 지방선거를 치르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사학법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 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여야가 선거운동 기간에는 어떤 극단적인 대립을 보일 것인지, 자칫 선거를 통한 국민 통합이 아니라 선거 후유증에 몸살을 앓게 되 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도 있다. 최근 주한미군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외교ㆍ안보 문제도 쉬운 과제는 결코 아니다. 노 대통령은 한ㆍ미 관계 변화를 긍정적인 면에서 풀이했 다. 하지만 현재 많은 국민은 안보 공백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는 점도 염두에 두고,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충분한 해명과 적극적인 보완 책 마련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2006년 출발은 희망적이다. 경제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2005년의 여러 악재도 많이 정리됐다. 하지만 일부 여건이 좋아졌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국가의 성장ㆍ발전 내지는 국민생활 개선으로 이 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과 기업, 정부의 힘을 잘 엮어서 시너 지 효과로 연결시키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국민을 통합하 는 데 그 역할이 있다. 국민의 능력과 노력을 북돋워서 이를 개인과 국가 발전 으로 연결시키고, 국가 내의 갈등과 충돌을 조정해 다원적 이해관계가 서로 조 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의 구심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대통령의 중요한 과제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은 특정 정당이나 세력, 혹은 선거에서 지지했던 일부 국 민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전체 국민의 대통령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 정구상과 이와 관련한 정책의 결정ㆍ집행은 항상 국민적 관심의 초점이며 동시 에 민주적 통제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신년 연설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력한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가 장래에 대한 비전과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국정 운영의 기본 방 향, 현재의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설득력 있는 대안 등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을 납득시키고 나아가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 한 것이다. 고집스러운 소신만으로 리더십이 발휘되지 않는다. 민주적 리더십은 대화와 타 협, 설득과 합의에 바탕한다. 그러나 원칙과 기준 없이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 이 춤을 춰서도 안 된다. 그 때문에 때로는 야당과도 충돌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민이 납득하고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힘과 리더십은 여당의 지지나 야당의 협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을 뽑은 국민의 지지, 그것이 대통령의 힘의 근원이라는 점은 2004년 탄 핵사건에서 확인된 바와 같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ㆍ헌법학) 출처 - 매일경제 2006. 1. 26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