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사학법 인식 수긍할 수 없다
	2006-01-20
盧대통령 사학법 인식 수긍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18일 밤 신년연설 가운데 앞으로의 국정 운영을 가늠해 볼 수 있게 하는 대목 중의 하나는 말미의 사립학교법 개정에 관한 부분이다. 노 대통령이 “사학법 개정도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여 가기 위한 것”이라며 “재산권을 박탈하거나 교육을 간섭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이 문제를 두고 야당과 대화할 의도가 없으며, 기독교 등 종교계의 반대에도 개의치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사학법 개정이 사학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했다.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당시 원내대표였던 천정배 현 법무장관도 사학법 개정은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으니, ‘공공성’과 ‘투명성’은 사학법 개정의 논리인 셈이다. 그러나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학교에 자율성을 보장하고,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평준화로 인해 교육 소비자가 학교를 선택할 기회를 상실해 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이는 그대로 둔 채 이제는 사유재산인 사립학교의 운영권마저 심각하게 제약하려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개정 사학법이 사학의 재산권을 박탈하거나 교육을 간섭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나 이 역시 수긍하기 어려운 논리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세기 초에 사립학교의 정관은 헌법에 의해서 보호되는 계약으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고 판시한 적이 있다. 비록 19세기의 판결이기는 하나 사립학교 정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개정 사학법은 사학에 대한 통상적인 규제를 넘어서 사학의 지배구조 자체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투명성’을 들어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모든 문제를 ‘공공성’과 ‘투명성’을 내세워 재단(裁斷)하는 요즈음의 우리나라 풍조는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위험하기도 하다. 교육 그 자체는 물론 공공적 가치를 갖고 있지만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교육기관 간의 경쟁이 필수적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기업 간의 자유로운 경쟁이 있어야 국민이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게 되며, 이로 인해 국민 전체의 후생복지가 향상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율과 경쟁을 허용해야 교육이 바로 서고, 그래야만 국민 전체를 위한 후생복지가 증진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한 교육 개방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학교의 자율성을 제약해 놓은 상태에서 그것이 가능한지는 알 수가 없다. 오늘날 수많은 어린 학생이 부모 곁을 떠나 조기유학을 가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국내에선 학교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자녀들도 조기유학 대열에 참여하고 있고, 평준화와 개정 사학법에 찬성하는 여당 의원들 중에도 그런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니 식당 주인이 자기가 못 먹을 밥을 손님에게 파는 격(格)이 아닐까. 사학법 개정에 대해 이해를 구한다면서 사실상 이를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을 밝힌 대통령의 말에서 ‘권력의 오만(傲慢)’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영하의 날씨를 무릅쓰고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 야당 대표와 의원들, 이례적으로 주교회의를 소집하고 철야기도를 하면서 반대를 분명히한 천주교와 개신교, 아예 학교 문을 닫겠다고 절규하는 사학인들은 대통령의 눈에 그저 하찮게만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서 사학법을 통과시켜야만 했던 데는 더 큰 사연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학) 출처 - 문화일보 2006. 1. 2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