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시장 개방 적극 대비하자
	2005-12-20
농산물 시장 개방 적극 대비하자 세계무역기구(WTO) 홍콩 각료회의가 난항 끝에 선언문을 채택하면서 18일 폐막했다. 이번 회의는 9번째 다자간 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그 동안 논의되었던 농산물과 제조업 제품의 관세 인하와 시장 개방에 대해 회원국 간에 세부적인 일정과 내용을 합의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것이다. 회의 초기에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이 다르고, 또한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들의 이해가 엇갈려 합의 도출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비록 세부적인 내용과 일정에는 합의치 못했지만, 이번 회의에서 개도국의 입장과 특히 농산물 수입국의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선언문이 채택되었다는 점은 그래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농산물과 공산품의 관세 인하에 관한 문제였다. 그 동안 우리나라를 포함한 농산물 수입국이나 개도국들은 농산물의 시장 개방과 관세 인하의 예외적 조치를 요구해 왔다. 즉 수입으로 피해를 보는 농산물이 있는 경우 민감 품목으로 선정해 관세 인하에서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개도국들은 식량 안보 등을 위해 필요할 경우 특별 품목을 지정해서 관세 감축과 시장 개방 시기 등의 혜택을 통해 핵심 농산물을 보호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회의는 이러한 품목을 두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앞으로 개도국이나 농산물 수입국이 관세 인하에서 예외적 조치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농산물의 관세 인하는 앞으로 중요한 이슈이다. 쌀시장과 같은 농산물의 시장 개방도 중요하지만 관세 인하 또한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참깨와 마늘, 고추 등에 200%에서 600%까지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100% 이상 관세를 부과하는 농산물 품목이 140개를 넘는 실정이다. 그러나 농산물 수출국들은 대폭적인 관세 인하와 동시에 농산물 수입에 100%와 같은 일정 수준의 관세 상한을 둘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대규모 관세 인하와 상한이 정해질 경우 큰 폭의 수입 증가로 우리 농업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규모의 관세 인하를 피하고 시장 개방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은 먼저 관세 인하에서 예외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특별 품목과 민감 품목의 수를 늘리고, 이러한 품목을 지정받을 수 있는 개도국의 지위를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 정부는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앞으로 농산물 수입국들과 연대해서 우리의 이러한 주장이 관철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농산물과 제조업 제품의 시장 개방과 관세 인하에 대한 DDA 협상은 실제로 그 협상을 내년까지 완료하고 2007년부터 발효하게 일정이 잡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자간 무역 협상은 7∼8년이 소요되고, 또한 농산물의 경우 여타 제품과 달리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많은 이해당사국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01년에 시작된 DDA 협상이 내년까지 타결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농산물 무역은 결국 양자 간 혹은 지역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해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지금 추진하고 있는 FTA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DDA 협상이 지연될 경우 외국에 비해 우리 농업이 불리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이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서 앞으로 농산물 시장 개방과 관세 인하를 대비하여 국내 농업도 이제 경쟁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일관되고 장기적인 정책으로 농산물 경쟁력 강화 전략을 수립하고 농업 종사자 역시 유기농과 같이 농산물의 품질을 고급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데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이 우리 농업은 농산물 시장 개방 시대에 생존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교수·경제학) 출처 - 세계일보 2005. 12. 2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