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갈등, 事後통제 강화로 풀자
	2005-12-08
수사권 갈등, 事後통제 강화로 풀자 열린우리당의 검·경 수사권조정안은 일부 범죄를 제외하고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 조정안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가 있고, 검찰의 반발을 불러오는 것 같다. 따라서 조정안과 검찰의 반발, 그리고 경찰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이 모색돼야 한다. 우리는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놓고 기(氣)싸움, 때로는 감정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오랜 기간 보아 왔다. 좋게 보면, 검·경 모두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공권력을 잘 행사해야겠다는 열의에서 비롯된 것이고, 싸움을 통해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려는 노력과 변신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검·경 간 싸움은 분명히 도를 넘어선 측면이 있다. 합리적인 해결책은 서로 오해가 있는 ‘수사권’이라는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검사의 수사지휘권의 기능과 역할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시대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도 고려돼야 한다. 수사권은 수사를 시작하는 권한(수사개시권), 수사를 진행하는 권한(수사진행권), 수사를 끝내고 법원에 재판을 요구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수사종결권) 등으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수사와 관련한 영장청구권과 수사감독·통제권(수사지휘권) 등도 포함된다. “경찰이 ‘독자적’ 수사권을 가진다”고 하면, 수사개시·진행·종결권과 영장청구권 등을 독자적으로 행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이 독자적으로 갖고자 하는 것은 ‘수사개시·진행권’만을 의미한다. 이러한 수사개시·진행권도 사후적으로 감독·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혼자 마음대로 하는’ 독자적 권한은 아니다. 수사종결권과 영장청구권까지 경찰에 준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검찰의 고유 권한인 수사권을 지나치게 훼손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수사권 조정은 권한배분·쟁취의 차원이 아니라 권한통제의 방법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이해돼야 한다. 경찰 수사에 대해 통제·감독이 필요하다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수사지휘권을 놓고 검찰과 경찰은 서로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한다. 경찰은 수사를 열심히 하는 중에 검사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서 “수사를 중단하고 검찰로 송치하라”고 한다는 불만이다. 반면에 검찰은 경찰이 엉터리 수사를 하니까 ‘형사사법의 정의’를 위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오늘날 국가조직과 작용에 있어서 통제와 감독은 ‘일을 하는 중’에 행하는 사전(事前)적 방법이 아니라 ‘일을 다 마친 후’에 행하는 사후(事後)적 방법으로 변화되는 것이 현대법의 흐름이다. 그 이유는 조직 상호 간의 권한 존중, 조직의 민주성과 전문성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의 수사개시·진행권에 대한 통제 방법도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통한 사전적 통제·감독에서 수사 보완 요구·직접수사 등을 통한 사후적 통제·감독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검찰의 사후적 통제·감독이 효율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선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수사개시 단계에서 경찰이 어떤 사건을 왜 수사하는지에 대한 정보 공유 시스템이 그것이다. 정보 공유 시스템을 통해 경찰의 수사 활동을 검찰은 처음부터 관찰할 수 있고, 뒤에 사건이 넘어오면 얼마든지 효율적으로 통제·감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의 기준인 ‘수사의 일반준칙’ 제정권을 검찰에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방식의 사후적 통제라면 사전적 통제인 수사지휘권보다 결코 검찰의 힘을 약화시킨 것도 아니고 “경찰의 수사는 누가 통제하느냐”는 검찰의 우려도 그렇게 염려할 것이 못된다고 할 것이다. 한견우 (연세대 법학부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5. 12. 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