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방만경영, 이대론 안된다
	2005-11-28
공기업 방만경영, 이대론 안된다 최근 한 조사에서 대학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아니고 공기업이라고 한다. 분기별 이익이 수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고기업을 마다하고 왜 한국전력과 같은 공기업을 선호할까.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된 공공기관들이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우리사주조합에 수백억원의 자사주를 무상으로 출연했다느니,주택공사는 직원에게 특혜분양을 했다느니,철도공사는 업무상 관련도 없는 유전개발사업에 뛰어들어 손해를 보았다느니,여러 대담한 사례들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공기업의 평균 인건비 상승률이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의 2배였다는데,도대체 정부의 권위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은 과거 경제성장과정에서 경제사회개발에 필요한 정책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됐다.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국민경제적 비중도 상당하다. 2005년 현재 102개 정부투자기관 산하기관의 총예산은 133조원이고,이들 기관에 고용된 인력이 14만명 수준이다. 정부의 2005년 재정규모가 167조원인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시가총액만 22조원이 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각종 언론매체에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또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공공기관 방만경영 문제의 일차적 책임은 해당기관의 행태에서 찾아볼 수 있겠지만,공공기관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정부의 시스템이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다는 데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공공기관의 성과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일례로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 따르면 투자기관의 경영목표는 기관장이 정해서 정부에 통보만 한다. 주주로서의 정부가 기관장이 설정한 목표를 검토해 수정할 법적 권리도 없다. 공공기관 자율경영체제 확립이라는 시대조류 속에서 정부의 관리감독이 느슨해진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1999년 정부이사제도가 폐지된 이후 사후적인 경영평가 외에는 정부의 효과적인 감독수단이 실종돼 버렸다. 앞으로는 정부가 공공기관의 중장기 성과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성과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모니터링하고 경영성과를 최종 평가ㆍ공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영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의 차등폭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경영공시도 제대로 돼 있는지 의심스럽다. 경영공시는 국민이 공공기관의 경영성과를 눈으로 직접 보고 비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을 연구해온 필자로서도 이들의 성과를 비교 평가하기 어렵고,기관들의 인건비가 과연 얼마인지 파악하기조차 힘들다. 관련법에 단지 경영공시를 하라는 규정만 둘 뿐이다. 아직까지 모든 공공기관이 제대로 된 정보를 국민에게 알기 쉽게 공개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분별한 자회사 설립,현금주의방식의 회계기준 등 아직 고쳐야 할 시스템이 많다.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과 정부산하기관기본법 적용을 받는 기업들은 그나마 낫다. 아예 관리기본법 적용을 받지 않는 기관들이 허다하다. 공공기관 수가 300여개를 넘는다고 하는데,관리기본법 제외대상인 200여개 기관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방만경영의 당사자인 공공기관만 탓할 일이 아니다. 현행 정부의 관리시스템 허점들을 잘 짚어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금년말까지 공공기관 경영정보포털사이트도 구축하고,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앞으로 제도적 시스템이 잘 갖춰져 공공기관의 방만경영,도덕적 해이문제가 사라지고 국민의 존경을 받는 기업으로 다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출처 - 한국경제 2005. 11. 2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