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대한 청와대의 왜곡된 시각
	2005-11-21
언론에 대한 청와대의 왜곡된 시각 참여정부 출범 이후 줄곧 벌어지는 청와대와 언론, 그 가운데서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들과의 전쟁에 가까운 반목은 당사자들에게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지속돼 온 청와대와 언론의 전쟁은 홍보수석이 공직자에게 홍보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극에 달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지난 8월 마련된 이 홍보기준에 따르면 정부정책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현저하게 사실과 다른 보도를 지속하는 언론매체에 대해서는 특별회견이나 기고, 협찬 등을 해서는 안 되도록 돼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홍보수석이 특정 매체에 기고나 인터뷰를 한 장·차관급들이 이 지침을 위배했다고 경위를 조사하도록 직접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실로 언론에 대한 정부의 편견이 극에 달했다고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 참에 우리는 청와대가 언론에 대해 갖는 편견이 무엇인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참여정부는 헌법 제21조가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일부 언론 매체들이 남용한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이는 ‘악의적’ ‘왜곡’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작성한 홍보기준에 잘 나타나 있다. 원래 ‘악의적’ ‘왜곡’이란 것은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부 측은 아직 언론 매체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실을 허위 유포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청와대는 비판적인 언론 매체들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언론 매체란, 법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독자들이 선호할 만한 사실을 신속하게 보도하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는 홍보수석이 홈페이지에 올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페어플레이”라는 글에서 잘 알 수 있다. 이 글을 반대로 해석하면 언론 매체들이 법이 금지한 사실을 보도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여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금지된 사실이 보도됐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에 근무하는 인사들은 자신이 공인(公人)이 아니라 일반 사인(私人)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듯하다. 이는 홍보수석이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국가 지도자들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인격적 죽음을 당하고 있다. 누가 그 언론에 그러한 권리를 주었는가”라는 반문에서 알 수 있다. 이는 언론이 국가 지도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개인이 국가 지도자가 되면, 당연히 그의 삶은 공인의 삶이 되며, 그가 한 행위가 사실인 이상 명예훼손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국가 지도자가 공인으로서 행한 일거수일투족은 공개돼야 하며, 동시에 국민들은 이를 알 권리가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가 지도자들은 본인이 여전히 사인으로서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가 지도자들은 취임시 수없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살겠다고 맹세함으로써 스스로 공인으로서의 삶을 선택한 바 있다. 최근에는 국민들의 알권리가 사인들의 프라이버시권보다도 우선시돼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볼 때, 국가 지도자들에 대한 언론의 명예훼손 등을 운운하는 것은 공인으로서 적절치 않은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참여정부는 지난해 신문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언론 시장을 규제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위헌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다시 홍보기준을 가지고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려 하고 있다. 국제언론인협회와 세계신문협회는 우리나라를 언론탄압감시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부디 청와대는 편견을 고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언론관을 재정립하기를 기대해 본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11. 1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