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편향적 "계기수업' 안된다
	2005-11-07
이념편향적 "계기수업' 안된다 학생들의 학습권은 어떤 경우에라도 존중되고 보호돼야 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산지부가 만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관한 계기수업 자료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전교조 부산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에 올려져 있는 학부모들의 걱정과 분노의 글은 한국 교육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대체로 이념 편향적인 계기수업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문제의 동영상이 교육기본법 등에서 규정하는 교육의 중립성에 위배되기 때문에 교육자료로는 부적절하며, 학교에서 수업자료로 활용되는 일이 없도록 장학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학생의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당연한 조처이다. 전교조 부산지부는 문제가 된 욕설 등 비속어 부분만 삭제한 채 계기수업의 자료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자료로 적합하지 않은 계기수업용 동영상 자료를 교사가 수업자료로 활용할 경우 국가공무원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학교는 학생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교육의 중립성은 훼손돼서는 안 되며 학생의 학습권은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 학생은 알기 위해 학습하며, 아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학습하고, 더불어 살기 위해 학습하며, 궁극적으로 자기의 존재가치를 발휘하기 위해 학습하는 것이다. 교사는 그러한 학생들의 학습을 도와 주기 위해 존재한다. 글로벌 시대에 자라나는 학생들이 민주시민과 국제시민으로서 자질을 함양, 자기의 존재가치를 발휘하고 세계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교사가 교육을 통해 도와줘야 하는 것을 부인할 교사는 이 땅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학부모들은 글로벌 시대에 학교에서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키워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APEC에 반대하는 교육을 원하지 않는다. 교사들은 정부의 징계방침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납세자이자 교육수요자인 학부모의 요구를 들어 줄 사회적 책무가 있다. 글로벌시대는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가 가진 인적·물적 자원, 재정·문화 자원 등을 이용해 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특징이 나타나며, 동시에 시장이 개방되므로 국가간의 협력이 긴요한 동시에 국가 경쟁력이 중요한 시대이다. APEC은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간의 협력기구인데 이를 반대하는 교육은 국가경쟁력 제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신채호는 그의 저서 ‘조선상고사’에서 국가가 존재하려면 ‘역사적 아(我)’가 되어야 하며, ‘역사적 아’란 시간으로 발전하고 공간으로 확대하는 자로 비아(非我)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자로 보았다. 신채호의 역사관을 현대 시각에서 조명해 국가 경쟁력을 정의한다면 ‘국가 경쟁력이란 국가에 소속된 개인과 조직이 시간에 있어서 생명이 끊어지지 않는 상속성(相續性)과, 공간에 있어서의 영향을 파급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지는 힘’이다. 국가 경쟁력의 원천은 국가에 소속된 모든 개인과 모든 조직, 특히 미래의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조직이 갖는 생명력과 영향력이다. 학교조직의 생명력과 영향력은 교사에 의해 좌우될 수 있으므로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장차 국가의 기둥이 될 학생들이 힘있는 ‘역사적 아’로 성장돼야 개인생명과 조직생명, 그리고 국가생명의 영속성을 가능하게 하며, 그들이 소속된 조직과 국가는 인류 공영과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교육자들은 학생들이 글로벌시대에 ‘역사적 아’로서 세계 각국의 시민들과 더불어 살아 갈 수 있도록 민주시민교육과 국제시민교육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 그 길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길이며 학부모들의 신뢰와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 길이다. 권대봉 (고려대 교수·교육학) 출처 - 세계일보 2005. 11. 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