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적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2005-11-03
위헌적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지난 1일 여야 의원 185명이 공직자에게 과거 재산형성을 소명하고, 주식을 백지신탁토록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직자가 그 지위를 남용하여 재산 증식을 꾀하는 경우 국부 유출은 물론 사회질서 전체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와 통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통제 범위와 방법은 반드시 헌법정신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법치주의를 훼손하지 않고 사회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는, 재산등록 때 취득일자·경위·소득원을 자술서로 소명하고 최근 5년간 모은 재산의 증빙자료를 첨부토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공직자의 재산과 관련된 모든 것을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공직자 스스로 공복으로서의 역할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도록 한다는 점에서 국민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개정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가만히 음미해 보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많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실현마저도 불가능한 포퓰리즘적·위헌적 개정안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알권리를 보장하는 일이 가장 최고의 선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경향이 입법으로 이어지면서 알권리가 당연히 사생활의 비밀보다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형성돼 마녀사냥이 정당화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선, 이번 개정안은 과거의 재산 증식 행위에 대해서도 소명 자료를 첨부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미처 소명 자료를 갖추지 못한 공직자 모두를 범법자로 만드는 소급입법의 전형이 될 수 있다. 현행법상 공직자들은 재산목록은 물론, 재산가액도 공개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국민의 입장에서는 해당 공직자의 재산 증식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과거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서까지 세부적인 증빙 자료를 제출케 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는 위헌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개정안은 소명을 거부하거나 증빙 자료를 허위로 제출하면 최고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기 때문에, 증빙 자료가 없어 소명하지 못한 공무원 모두는 당연히 형사 처벌은 물론 불명예스럽게 공직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헌법상의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은 물론, 과도한 규제와 형사처벌을 가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의 소지를 안고 있다. 또한, 개정안 내용 가운데는 고위공직자의 보유 주식을 신탁기관에 맡겨 강제처분토록 하는 주식 백지신탁제까지 포함돼 있다. 물론 지위를 남용하여 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는 수사와 조사를 통해 지위 남용 사실이 밝혀지면 당연히 몰수나 추징 등의 형사적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백지신탁제를 운용하는 경우 비록 심사위원회에서 직무 관련성 여부를 조사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안고 있다. 따라서 당연히 백지신탁제 또한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악용되는 경우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면 이는 당연히 위헌적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정보화가 급진전된 우리 사회는 알권리보다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필연적으로 더 존중돼야 하는 시대에 와 있다. 따라서 굳이 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공직자의 지위를 남용한 재산 증식 사실은 국민 모두에게 공개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법 개정을 강행한다면 이는 숨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부디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공직자윤리법 개정 작업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며, 동시에 벼룩잡기 위해 초가삼간(草家三間)을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는 정치권이 되기를 기대한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11. 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