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적 현안 떠오른 '북한 인권'
	2005-10-25
인류적 현안 떠오른 '북한 인권' 얼마전 도쿄 일본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일본변호사협회 북한인권위원회 총회에서 필자는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소위원회 간사 자격으로 초청받아 강연했다. 일본 변호사들은 물론, 법대 대학생, 납치 피해자의 가족까지 참석하여 열띤 분위기 속에서 장시간 질의와 응답이 이어졌다. 일본변호사협회는 북한 정권에 의한 인권 피해국인 한국과 일본의 변호사협회가 힘을 모아 이 문제를 다루는 세계 변호사들의 국제적인 연대를 마련하자고 요청했다. 또 북한인권백서 발간을 위한 자료 수집, 탈북자를 국제 난민으로 인정하여 일본에 정착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의 입법추진 등에 대해서도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그렇다. 북한 인권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우리 민족끼리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인권단체와 양심세력들이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전 인류적 현안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180만명을 굶겨 죽이고 58만명의 자국민을 일상적인 고문과 강제노역으로 내모는 나라가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 버젓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류의 수치”라고. 이러한 상황이 즉각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데는 세계적으로 좌·우가 따로 없다.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한 대한민국 정부의 태도는 국제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도 한국의 일부 국회의원 및 국가인권위원회 당국자들은 “북한 인권 문제는 사실이 과장됐다”고 발언한다. 그렇다면 현재 약 6700명에 이르는 남한 거주 탈북자들의 증언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건지, 유엔인권위원회 본회의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3년 연속으로 대북(對北)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각국 대표부나 인권관련 NGO가 모두 허수아비여서 그런 것인지를 묻고 싶다. 전 세계 인권단체와 양심세력 그리고 한국 국민은 이런 태도를 더 이상 용납하거나 지켜보지 않을 생각인 듯하다. 한국 내 인권단체들이 힘을 합쳐 주최하고 미국의 프리덤하우스가 후원하는 국제회의가 오는 12월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을 전후하여 서울에서 개최된다. 그리고 내년 3월 중순에는 북한 인권문제만을 다룬 국제회의가 브뤼셀에서 볼륨을 높인다.유럽 쪽에서는 영국을 중심으로 김정일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고, UN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를 아예 유엔 총회의 의제로 채택하는 구상이 거의 성사 단계에 있다. 국내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매년 ‘인권보고서’를 발간해 온 대한변호사협회는 2006년에 ‘북한인권백서’를 별도 책자로 발간할 계획이다. 김문수·황진하 의원은 납북피해자와 그 가족 및 국군포로의 인권, 그리고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국내외 활동을 제도화하자는 가칭 ‘북한인권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얼마 전 필자와 만난 미주 국군포로 송환추진위원회 회원들은 이렇게 물었다. 비전향 장기수는 시신(屍身)까지 돌려보내면서, 북한의 탄광과 강제수용소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생존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못하는 정부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노병(老兵)들은 언제 죽어갈지 모르는 전우(戰友)들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을 떨어뜨렸다.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정부는 정부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다른 일도 아니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국민들을 나몰라라 하는 정부를 도대체 무얼 보고 믿으라는 말인가. 이미 많이 늦었지만 우리 정부는 지금이라도 결연히 나서야 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겠다면 NGO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국제기구의 활동을 도우며 유엔 인권위원회 대북결의안에서 찬성표를 던지기라도 해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조차 남의 주도로 해결된다면 우리는 무슨 낯으로 후손들을 대할 것인가. 이두아 (변호사) 출처 - 조선일보 2005. 10. 2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