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사건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
	2005-10-20
강정구 사건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 정부 여당은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해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될 때부터 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더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가의 정통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비난하자 이를 ‘색깔론’이라고 또 다시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정치적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한번 빗나간 화살은 계속 빗나가게 마련인지 노무현 정부의 사태 오도 시도가 어디까지 갈지 매우 우려된다.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그르친 출발점은, 강 교수 사건을 ‘학문과 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로 축소 왜곡한 데 있다. 강 교수는 미국 브루스 커밍스류의 수정주의 관점에서 6·25를 보는 학자이기는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가 학술연구 결과를 발표하다가 생긴 필화사건이 아니다. 그는 교수인 동시에 통일운동가로 활동하다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강 교수는 지난 6월 30일 인천 가톨릭회관에서 인천통일연대 주최로 열린 ‘한국전쟁의 역사적 재조명과 맥아더의 재평가’ 주제의 토론회에 주제 발표자로 나가 한국전쟁은 통일을 위한 내전이며 여기에 개입한 맥아더의 본색을 제대로 알면 당장 그의 동상은 부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7월 27일자 한 인터넷 매체의 기고문 가운데 ‘통일전쟁’ 대목이 언론에서 말썽나기 근 한 달 전의 일이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서울의 통일연대 ‘지도위원’이므로 이 날의 인천 연설은 단순한 외부강사의 강연과는 다르다. 통일연대는 맥아더동상 철거와 미군 철수 운동에 앞장선 반미단체이며, 인천통일연대는 중앙의 통일연대에 가입돼 있다. 그렇다면 중앙의 통일연대 고위 인사인 그의 연설은 바로 맥아더동상 철거와 미군철수운동을 지도하는 활동의 일부가 아닌가. 문제의 통일전쟁 발언으로 그 동안 여론이 들끓었지만 사실 이 발언은 맥아더 동상 철거를 정당화하기 위한 서론에 불과했다. 강 교수가 통일운동가라는 사실은 그의 최근 활동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8일에는 서울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에서 열린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가 실시한 ‘6·15공동선언 이후의 통일방안’이라는 강좌에 강사로 나가 현재의 정세로는 한반도 전쟁 위험으로 통일이 긴박한 문제라면서 ‘연합성연방국가’ 창설 방안을 제의했다. 그는 6·15공동선언의 2항으로 “기존의 연방이냐 연합이냐하는 이분법적 대립을 극복했다”고 주장하고 ‘연합성연방국가’의 상징적 의미, 구성형태, 단계, 운영 등에 대한 설명을 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연합성연방국가’의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그의 이같은 제안은 그가 열렬한 통일운동가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강 교수는 2001년 8월 평양에 갔을 때, 김일성의 생가를 방문하고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완수하자”고 방명록에 쓴 이래 그 나름대로 열심히 친북통일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정부는 강 교수 문제를 학문과 양심의 문제라고 규정함으로써 제2, 제3의 강정구 출현의 길을 열어 놓은 셈이다. 노 대통령은 “견해가 달라도 인권은 인권이다. 인권도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다”라고 말했으며,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우리당은 강 교수 발언 내용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서 18세기 프랑스 계몽가 볼테르의 말까지 인용하면서 그를 옹호했다. 정부 여당에 묻고 싶은 것은 강 교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그 같은 친북활동의 자유를 계속 존중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검찰과 경찰은 그의 구속의견서에서 그의 글들이 북한 노동당 통일선전부 소속 반제민족민주전선(반민전)의 홈페이지에 실렸다고 밝히고, 강 교수의 일련의 글과 발언이 반민전과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한총련) 등의 행동지침에 이론적 틀을 제공해 왔다고 말했다. 정부가 생각하는 통일운동의 기준과 한계는 과연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남시욱 (언론인 세종대 석좌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5. 10. 2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