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체제 방어와 법무장관 사명
	2005-10-14
자유민주체제 방어와 법무장관 사명 동유럽권 사회주의 체제가, 그리고 북한의 남한에 대한 도발행위가 아직도 퍼렇게 살아 있던 30여 년 전에 미국에서 만난 한 동유럽권 학자가 나를 보고 너희는 남쪽이나마 자유가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부러워하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일제의 가혹한 인적·물적 수탈로 인하여 해방된 우리나라가 분단과 좌우 대립 말고도 당시의 정치·경제·사회적 사정이 얼마나 어려웠던지를 한번 상기하라. 그러한 가운데서도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기초로 하는 정부를 수립하여 자리를 제대로 잡기도 전에 김일성이 주도한 남한 적화통일을 꾀하는 민족 상잔의 전쟁을 벌여 우리가 그 얼마나 많은 인적·물적 피해와 파괴, 참담함을 경험했던가.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서서 국민소득 100달러도 안 되던 경제를 피땀으로 일구어 오늘날의 경제적 부(富)를 이룩했고, 더구나 민주화까지 성취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럽다. 사회주의로 포장한 기아와 억압의 봉건적 왕조 체제를 열망하여 우리가 일군 경제와 자유민주체제의 기초를 전복하려는 논리를 학문의 이름으로 펴는 교수까지 나타나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내용으로 하는 대한민국헌법의 기초위에 서 있다. 법치주의·입헌주의는 성공적인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경제의 불가결의 기초이다. 우리가 성취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는 대한민국헌법을 기초로 한다. 헌법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수호하라고 정부를 구성하고 대통령을 선출하며 국회의원을 뽑은 것이다. 그런데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우리의 지정학적 여건과 우리의 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주한 미군 철수 주장을 방조하듯 자주국방을 내걸고, 국가보안법의 폐지나 그 집행의 저지를 주장·옹호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장관은 어느 나라 대통령, 어느 나라 국회의원·장관인가? 헌법 수호의 선서를 한 대한민국의 대통령,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맞는가? 미군 철수·국가보안법 폐지는 북한이 수십 년 동안 견지해 온 대남 원칙이 아닌가? 또한 군사기밀을 빼내 발설하는 국회의원은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가? 자유민주 체제는 나와 다른 사상이나 생각을 포용하고 관용하는 특징을 자랑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민주 체제 자체의 전복 기도까지 포용하고 관용하지는 않는다. 우리 성문헌법도 이 점을 분명히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 체제 자체의 전복을 기도하는 언론 등 행위의 처벌을 내용으로 하는, 자유민주 체제 보호를 위한 법률이다. 이러한 점은 헌재 결정에 의해 명확히 선언됐으며, 이 결정의 취지에 따라 국가보안법이 개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보안법에 관련된 시비는 결코 법치주의의 논리 때문이 아니고 시대착오적 이념의 논리 때문이다. 설사 문제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회에서 개정되거나 헌법재판소에서 다른 결정이 나기 이전에는 이를 성실하게 집행하는 것이 대통령을 비롯한 법 집행기관의 신성한 책무이다. 강정구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수사하겠다는 검찰을 칭찬해 주지는 못할망정 이를 저지하고 나서는 법무부 장관은 자기 본분을 잊은 국보법무력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검찰이 소신껏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대통령을 보필함이 마땅하다. 그러한 만큼 법무장관의 강 교수 불구속 수사지휘권 행사는 권한의 남용이며, 나아가 검찰의 독립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권력의 시녀화 시도이다. 대통령·국회의원·장관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국록을 먹는 최고위 국가공무원(공복)임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10. 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