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혁신만이 살 길
	2005-10-12
공기업, 민영화·혁신만이 살 길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기업 민영화가 중지되고 공공부문이 크게 늘어나게 되자, 최근 공기업 부실이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감사원도 공기업의 부실과 방만한 경영실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200명 규모의 공공기관 혁신 기획감사단을 별도로 구성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 우리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하다. 최근까지 대규모 국책사업에서의 부실 계약이나 비리 문제에는 항상 공기업이 연관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본업 외에 금융거래에서 대규모 손실을 보거나 분식회계를 통해 수익을 조작한 기업도 있다. 많은 자회사를 신설하여 대규모 적자를 본 부실 기업도 있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도 문제다. 임금 역시 생산성에 비해 과도하게 높을 뿐만 아니라 임금 인상을 억제할 경우 복지후생비 명목으로 각종 소득 혜택까지 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중앙정부의 감독이 잘 미치지 않는 지방 소재 공기업의 경우 더 심각하다. 이렇다 보니 공기업은 지금 대학졸업생들의 취업 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공사고시까지 생겨나는 실정이다. 높은 급여에 정년이 보장되고, 민간기업과 달리 경쟁이 없다보니 근무하기가 좋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부실을 모두 우리 국민이 세금으로 떠안는다는 데에 있다. 이미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재정적자 폭은 매년 크게 확대되고 있다. 공공부문이 확대되고 각종 국책사업의 증가로 정부가 돈 쓸 곳은 많은데 경기가 침체되면서 세금은 걷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4조6000억원의 세수가 부족해서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 내년 정부예산도 총지출을 올해보다 6.5% 많은 221조원으로 늘리면서 부족한 세수 9조원을 국채 발행으로 보전할 계획이다.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정부도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살기가 어려운 서민이 부담하는 소주세 인상을 시도하기도 하고 내년에는 법인세를 다시 높이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그동안 경기를 부양하려고 세율을 낮춘 정부의 경기정책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워낙 세수가 부족하다보니 엇박자 경기정책이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기업 부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는 먼저 중단된 공기업의 민영화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 정말 필요한 소수를 제외한 여타 공기업은 과감히 민영화해야 하는 것이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세계적 추세이다. 일본의 경우 우정국까지 민영화하면서 공공부문을 효율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쟁을 통해서만이 공기업 경영 부실이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기업을 혁신토록 해야 한다. 혁신을 통해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시정하고 생산성을 웃도는 과도한 임금을 억제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기업 스스로 혁신하도록 독려해야 하고, 공기업 인사에 정부가 간여하는 것을 자제하는 등 공기업 경영에 더 폭 넓은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정부예산 지원을 줄여서 공기업 스스로 경영에 대해 책임지도록 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아울러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감독 또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부실 공기업이나 과도하게 예산을 사용하는 공기업에 대해서는 최고경영자에서 관리직까지 경영진을 과감히 문책하고 예산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이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 개선될 수 있으며, 우리 공기업은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공공부문에서의 역할을 다할 수가 있다. 지금은 다른 어떤 부문의 혁신보다도 공기업 혁신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출처 - 세계일보 2005. 10. 1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