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연금개혁 서둘러야
	2005-10-11
정치권, 연금개혁 서둘러야 연금법 개정 논의가 시작된 이후 3년이 지나고 있지만 정부, 여당, 야당은 구 체적인 개혁 방향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현행 국 민연금 급여 수준을 10%포인트 인하하고 보험료를 현행 9%에서 15.9%까지 인상 하는 재정 안정화에 초점을 맞춘 방안을, 야당은 현행 국민연금 틀을 전면적으 로 손질하는 기초-소득비례 연금 2층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ㆍ여당은 재정 안정화 문제가 급하니 급여 수준 인하를 우선하고 사각지대 해결은 별도로 논의하자는 의견인 반면 야당은 재정 안정화와 구조 개혁은 별 개 사안이 아니므로 함께 논의해 대안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다. 이러한 여야 견해 차이로 국민연금 개혁 작업은 표류하고 있고 국민들의 국민 연금에 대한 불신은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갈피를 못 잡고 있어 국민 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여론은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국민연금 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두고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제 국민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연금을 개혁할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인구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저출산화 경 향이 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제도는 저부담ㆍ고급여의 재정 불균 형 구조, 광범위한 연금 사각지대의 존재, 근로자와 자영업자간의 불형평성, 기금 운용의 불신 확대 등으로 더 이상 연금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표를 의식한 나머지 연금 개혁을 당리당략 차원에서 만 본다면 이것은 국회 본연의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연금 개혁은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연금 개 혁은 변수가 많은 고차원 방정식이다. 가령 정부가 내놓은 더 내고 덜 받는 연 금법 개정안은 연금재정 불안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재 제기되고 있는 노인소득보장의 사각지대 문제에 대한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또한 야당의 기초연금안은 현재 노인에 대한 소득보장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세수 부족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처지에서는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방안이 동 시에 제시돼야 한다. 따라서 연금 개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인구 고령화, 저출산 등 공적연금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를 공론화하고 고령화 사회에도 지속 가능하면서도 우리 국가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우리 국민이 합의해야 할 연금 개혁 방향은 첫째, 국민연금 제도 의 보장성과 형평성 확보다. 국민연금 제도는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일정한 노 후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국가가 책임지는 공적연금 제 도는 제한된 계층에 높은 소득을 보장하기보다는 고령 계층에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 보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보다 높은 급여를 보 장하면서도 재정불안 문제가 더욱 심각한 공무원, 군인, 사학연금의 제도 개혁 이 먼저 이행돼야 한다. 둘째, 노후 소득보장에서 국가가 책임질 부분과 국민 개개인이 책임질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이때 국가의 책임 부분은 국가가 책임질 수 있는 부 분에 한정해야 하고 그 수준도 가능한 한 경제사회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최 소한이어야 할 것이다. 그 이상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는 개인 스스로 여유로운 노후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셋째, 국민연금기금의 합리적 운용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연금을 현행 방 식대로 운용하면 적립기금은 1700조원까지 늘어나다가 2040년 중반 쯤 급속히 고갈돼 금융시장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적립기금이 성 숙기까지 일정 수준으로 증가하고 난 이후에는 적정 기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정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즉 세대간 재분배가 필요한 부과방식 부분과 각 개인이 부담한 보험료로 수지균등한 연금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적립 방식 부분 의 역할 배분이 필요한데 이는 지금 국민연금 제도의 기능 분화로 준비해야 될 것이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대안이라면 국민 설득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령화 시대에도 지속 가능한 세대간 부양을 위해 고령 세대와 근로 세대가 어떠한 사회계약을 체결할 것인가에 있다. 국회가 나서서 이러한 사회적 합의 절차를 역사적 책임감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말없는 다수 국민은 21세기 국가경쟁력과 복지공동체 기반이 될 연금 개혁 합의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5. 10. 11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