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아닌 공무원이 개혁 대상
	2005-10-11
국민 아닌 공무원이 개혁 대상 노무현 정부에서 국민은 계몽의 대상이고, 민간은 개혁의 대상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사실은 공무원이 계몽의 대상이고,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이 개혁의 대상이다. 철밥통으로 대표되는 공무원과 방만함으로 대표되는 공공부문의 개혁 없이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어떤 민간기업보다도 높은 상황에서 기업이 중심이 되어 경제가 도약하는 나라를 만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먼저 정부의 행정조직을 개혁하여야 한다. 지금의 정부 행정조직은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탄생한 기형조직에서 출발하였다. 정권 출범 초기 김대중 정부는 연합정권의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행정조직은 효율성과 책임성보다는 다양한 정치세력 간 이해관계의 타협물로서 복잡다기하게 만들어졌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행정조직 위에 다시 수많은 위원회 조직이 더해지고, 각종 부처의 승격 등이 이루어졌다. 정부조직은 더욱 커지고, 혼란스러워지는 가운데 덩치와 비효율이 동반상승하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정부조직은 보다 단순화되고 효율화되어야 한다. 현재의 산업별 조직을 기능별 조직으로 개편하고, 방만한 위원회 조직을 정비하는 일이 정부개혁의 첫걸음이다. 정부부처의 개혁은 정권 출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한 작업이기도 하다. 공무원들이 업무에서는 아마추어인 경우가 적지 않지만, 밥그릇 지키기에는 대부분 프로기 때문이다. 정부조직의 개편을 위해서는 최고책임자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이다. 또한 공무원연금에 대해서도 개혁이 필요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은 직장생활 동안 한 번도 월급을 제때 못 받은 적이 없다. 공무원들은 퇴직한 후에도 세금이 포함되는 공무원연금으로 세금을 내는 국민보다 더 잘 먹고살 수도 있다. 공무원들의 국가기여도라는 측면과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이라는 측면을 조화시킬 수 있는 선에서 공무원연금의 개혁이 필요하다. 정부지출에 대한 개혁도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의 중기 재정계획에 의하면 향후 5년간 관리대상수지에서 매년 10조원의 적자가 발생된다. 경제가 저성장을 지속한다면 적자폭은 대폭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 경제가 휘청거릴 때 외국인들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고 비아냥거린 적이 있다. 지금 정부가 적자를 지속하고 국가부채를 누적시키는 일은 이제 자손들이 터트릴 샴페인까지도 미리 꺼내서 마시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적자폭을 줄이고 지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과감한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먼저,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쓰고 있는지를 재검토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수많은 국책사업이 지금 불요불급(不要不及)한 것은 아닌지, 자주국방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출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는지를 재검토하여야 한다. 그리고 쓰고 있어도 제대로 쓰고 있는 지를 또한 재검토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빈곤층을 위해서 직접적인 보조금을 늘리는 사회복지 정책이 맞는 방향인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보아야 한다. 빈곤층을 위한다면 그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주거나, 빈곤이 세습되지 않도록 교육비 보조를 확대하여야 한다. 일정 수준 이하의 소득계층에게 보조금을 주는 제도를 확대하는 정책은 빈곤층을 계속 빈곤층으로 만드는 함정만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써야 하는데 적게 쓰고 있는 분야는 없는지도 재검토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과 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는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 이 중에서도 과학기술인에 대한 지원은 더욱 강화하여야 할 분야이다. 그들이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세금개혁, 공기업개혁 등 정부개혁의 과제는 무수히 많다. 이제는 인기 있는 정책에만 매달리는 정부의 모습보다, 인기는 없지만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공부문 개혁에 올인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5. 10. 1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