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정부 큰예산' 세금은 누가 내나
	2005-10-06
'큰정부 큰예산' 세금은 누가 내나 참여정부 출범 후 정부의 몸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조직은 출범 때보다 장·차관급 21자리를 비롯해 4실16국70과가 늘어났다. 공무원은 2만6000명이 증가하고 총 1조2700억원의 인건비가 초과지출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도 나라살림을 올해보다 6.5% 늘려 221조4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확정했다. 내년 예산 편성은 미래 성장동력 확충과 양극화 해소에 중점을 두었다. 연구개발부문이 9조원 그리고 복지부문이 54조7000억원으로 올해에 비해 각각 15.5% 및 10.8% 늘어난다. 한마디로 ‘큰 정부 많은 일’을 정부 운영의 기본틀로 하여 경제도 살리고 양극화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어려움으로 보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성장동력이 떨어져 기업들의 기반이 흔들리고 빈곤층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돌파구를 정부가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큰 정부 많은 일’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거꾸로 정부의 역할 증대는 경제회복 효과보다는 조세부담 효과를 먼저 가져와 경기침체의 골을 더 깊게 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저성장 체제로 접어들었다. 성장률이 2003년 3.1%, 2004년 4.6%를 기록한 데 이어 2005년에는 3.8%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자 우리 경제는 고용이 불안하고 세금이 안 걷히며 경기는 계속 나빠지는 불황의 악순환에 빠졌다. 세수(稅收) 부족액이 해마다 늘어 올해는 그 규모가 4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상태에서 세금을 많이 거둬 국민을 잘살게 하겠다는 것은 배고픈 사람에게 사업자금부터 내놓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현재 우리나라 총가구 중 3분의 1이 적자이고 가구당 부채가 평균 3000만원이 넘는다. 정부가 예산안대로 나라살림을 이끌어갈 경우 내년 국민 1인당 세부담은 356만원으로 올해에 비해 20만원 이상 증가한다. 세금을 예정대로 다 거둬도 예산이 모자라 9조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정부가 무모하게 지출을 확대할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경제를 살리려다 경제와 재정을 함께 부실하게 만드는 심각한 우를 범할 수 있다. 외환위기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부실한 상태에서 과잉팽창을 일삼아 빚는 참화이다. 마찬가지로 국민과 정부가 빚더미 위에 올라앉은 상태에서 과도한 세금징수와 재정팽창은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근본적으로 정부의 재정정책은 경제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조직과 예산 규모가 클수록 비효율이 커지고 빚이 늘며 시장의 자생적 기능은 위축된다. 이렇게 볼 때 정부는 오히려 예산 규모를 가급적 줄이고 국민의 조세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 대신 규제 완화, 노사 안정, 기업금융 활성화 등 기업 투자 여건 조성에 우선순위를 두어 민간부문으로부터 경제가 살아나게 해야 한다. 여기서 보완적인 수단으로 재정 지출의 구조를 뜯어고쳐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성장동력 확충과 저소득층 지원에 재정정책을 동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정부·여당의 세수 확대 방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반대로 감세안을 제시했다. 경제 회복이라는 똑같은 목표를 세우고 정반대의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의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세 수입은 136조92억원으로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에 비해 9조3600억원이나 늘어났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은 법인·소득세와 부동산·자동차 등록세 등 8조9000억원의 세금을 깎고 국책사업과 공무원 인건비 등에서 예산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내년 예산과 세금 징수를 놓고 정치적 싸움이나 흥정을 해서는 안 된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기업 투자와 민간소비 활성화에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 시장에 의한 경제회복에 모든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경영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10. 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