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力붕괴, 공교육을 살리자

흔히 한국 근대화의 원동력은 교육이라고 한다. 서구가 200년에 걸쳐 이룩해 낸 근대화를 일본이 100년만에 이룩해 냈고, 한국은 이를 다시 앞당겨 30년만에 이룩해 냈다. 우리는 남보다 더 빨리, 더 높게 날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국은 영원히 후진국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부존자원도, 자본도 없는 나라에서 이러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원동력은 바로 교육이었다. 기업이 한국 근대화의 견인차였다면, 그 견인차가 달릴 수 있도록 레일을 부설한 사람은 다름 아닌 한국의 학교 선생님들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학교 선생님들은 긍지와 보람을 느끼기 보다 회의와 자포자기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론, 그들에게도 분명 문제가 있다.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을 따지기에 앞서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교육의 중심축이 학교에서 학원으로 옮겨갔다. 그러면서 학교는 활기를 잃었다. 오늘의 학교풍토가 교사들의 냉소주의, 부장교사들의 기회주의, 교감의 적당주의, 교장의 무사안일주의라고 한다면 돌을 던지겠는가? 교육의 민주화, 학교의 민주화 바람으로 학교를 흔들어 놓고 학교장의 날개 죽지를 꺾어놓고 날라보라 하니 어찌 제대로 날수 있겠는가?

오늘의 교육을 망친 것은 정치논리다. 교육의 본질을 외면하고 민원성 교육개혁에 매달리다보니 상황이 바뀌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온다. 학교가 무너지고 있는데 학교를 살릴 생각은 않고 아직도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

이슬비에도 옷이 젖는다 했다. 고교평준화라는 이슬비에 옷이 젖더니, 열린교육이란 이름의 봄비에 황사를 뒤집어썼다. 교육개혁이란 이름의 돌팔매에 선생님들은 학교를 등졌다.

살기 힘들고 교육여건이 나빴던 그 어려웠던 시절에도 학교는 활기에 넘쳐 있었다. 교실에서는 집요한 아이들의 질문에 진땀빼는 선생님이 계셨다. 선생님께 잘 보이려고 아양떠는 아이들도 있었다. 선생님과 학생간에는 따듯한 정담이 흐르고 선생님들은 그것을 하나의 즐거움과 보람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교실은 그 옛날의 교실이 아니다. 질문이 사라지고 선생님의 말씀에 빈정대는 아이들의 비웃음으로 선생님들은 괴로워한다. 초등학교에서 80명이 넘는 아이들이 2부제, 3부제를 하고 있었어도 교실 붕괴, 교육 이민, 자퇴 대란, 학력 붕괴란 말이 없었다. 이제 학교는 중심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우리는 지금 세가지 착각 속에 빠져있다. 학교는 입시주의 교육을 해서는 안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첫번째 착각이고, 입시위주의 교육을 안하면 저절로 인성교육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두번째 착각이며, 규제를 안하고 아이들에게 맡기면 자율성이 신장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세번째 착각이다.

이러한 착각 속에서 학교는 무너졌다. 결국 교육의 중심축이 학원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벼랑 끝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관심을 갖고 사방을 둘러보게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부풀리기 점수 앞에서 마음의 위안을 받고 있는 아이들과 학부모의 모습이 애처롭다. 점수는 올라가는데 학력은 추락하고 있다.

학력(學力)이 국력(國力)이다. 학력붕괴, 공교육을 살려내야 한다.

김진성(비전@한국 교육정책위원. 명지대 객원교수)
출처 - 비전@한국 회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