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개선, 정부가 적극 나서라 | |
2005-10-05 | |
北 인권개선, 정부가 적극 나서라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 외교관들이 현지를 방문한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유엔 인권위에서 한국 정부가 대북 인권결의안에 대해 불참 내지는 기권해 온 것은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내에서 마련된 ‘북한 인권 관련 주한 외국대사 초청 간담회’ 보고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국제사회를 넘나들며 외교의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주장들이기에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해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대북 인권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지면 불참 내지는 기권하라는 지시가 떨어짐에 따라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기권을 해야 하는 우리 외교관들의 심사가 짐작이 간다. 지난 3월 제네바의 제61차 유엔인권회의에 참석했더니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예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북한의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결의안이 3년 연속 유엔 무대에서 채택되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북한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의 관심 밖이어서 북한 인권의 처참한 실상을 담은 자료를 배포하며 전세계 정부기관과 비정부기구(NGO)들에 관심을 촉구하는 데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외교관들과 몸싸움도 벌어지곤 했으니, 제네바 현지 외교관들의 입장은 매우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바빠서 만나 주지도 않으려는 유엔인권위 의장을 간신히 만나 ‘북한 인권에 대한 특별보고관’ 임명을 거듭 요청한 끝에 지난 해에야 비팃 문타폰 태국 출라롱콘대 법학과 교수가 임명된 것도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무척 커졌다는 지표로 해석해야 한다. 북한 인권결의안이 처음 채택된 2003년의 제59차 인권위에서는 북한 인권 실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는 수준의 결의안이었는데, 제60차 인권위원회에서는 특별보고관이 임명됐다. 대단히 빠른 속도이다. 그리고 2005년에는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촉구하는 내용이 추가되어 북한 인권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국제사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 의회도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표명하고 나선 만큼 한국이 더 이상 소극적 태도로 일관할 때가 아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결의안에 기권하는 어려운 선택을 해 왔지만 기권행위가 지속될 경우 국제사회는 한국의 이러한 태도에 매우 못 마땅해할 것이고 인권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의 발언권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결의안에서 주목되는 내용은 강제 송환된 탈북자에 대한 가혹하고 비인간적인 처우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여성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공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인류 공동체의 보편적 가치가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군대위안부 문제는 거론하면서 동족인 북한의 주민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삶의 끝자락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한국이 적극적으로 귀담아 듣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의 격렬한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가인권위의 출장보고서도 시기적으로 볼 때 북한 인권 문제를 더 이상 수수방관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국가인권위가 국제인권협약을 활동의 근거로 삼고 있으면서 국제사회의 협력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모순도 보통 모순이 아니다. 해마다 참석하는 제네바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전세계로부터 모여든 인권단체들에 대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가 “왜 한국 정부는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 때 기권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할 말이 없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말해 봐야 이해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설령 이해한다 하더라도 인간의 기본권에 관한 문제인데 왜 정치적 고려를 하느냐는 반문만 되돌아온다. 국제사회에서 민간 인권단체가 활동하기에도 이러한 처지인데 하물며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관들의 입지는 오죽하겠는가. 인권 관련 외교관들의 속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북한 인권 개선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국제정치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10. 5 포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