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상이 稅收확충 해법인가
	2005-10-04
법인세 인상이 稅收확충 해법인가 국가채무가 마른날 산불처럼 커지고 있다. 재경부가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는 지난해보다 19.4%나 늘어나 242조5000억원으로 예상되며, 2009년에는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채무 자료 말미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수준보다 낮다는 국민안심용 문구가 달려 있다. 하지만 어떤 항목을 국가채무에 포함시켜야 적절한지는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 정부가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이란 정부가 차주(借主)가 되어 상환의무를 부담하고 상환금액을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에만 채무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지급보증으로 발행하여 공적자금으로 투입됐다가 손실확정된 예금보험기금 상환채권, 한국은행이나 공기업의 부채, 연금적자에 대한 정부 부담 귀속분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재정에서 전액 보전해야 하는 공무원연금 적자분은 앞으로 10년간만 따져도 33조7000억원인데, 이를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은 27조원이다. 군인연금 적자분의 현재가치도 10조8000억원에 달한다. 결국 국가의 책임으로 귀속된 4대 연금의 책임준비금 부족액은 43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우리나라 고유의 위험요인을 간과한 국제비교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불황의 장기화로 세수는 줄어드는 데 비해 사회복지 예산의 급격한 증가로 재정적자는 심해져 지난해 세수(稅收) 부족분이 4조3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민간소비의 감소로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 징수가 부진한 데 원인이 있다. 올해도 세수 부족은 지속되어 4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005년 세제개편안에서 소주 등 증류주 세율과 액화천연가스(LNG)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가 서민부담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여권에서는 법인세율과 부가가치세율 등 근본적인 세율에 대한 인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법인세 최고 세율은 금년부터 25%로 2%포인트 인하했는데, 이는 국제적인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여러 나라에 사업장을 가진 법인기업이 특정국가 사업장에 이익을 더 몰아주는 것은 아무리 정교한 이전가격 과세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막을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만 법인세율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우리나라에 소재하는 사업장에서 계상되는 이익을 줄이려 할 것이고, 결국 세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법인세율은 기업의 투자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이다. 법인세율이 높다면 투자안 평가에 있어서 더 높은 세전수익률을 요구하게 되고 이에 맞추지 못하면 투자안을 포기하게 된다. 결국 높은 법인세율은 투자감소와 고용감소로 이어져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예산을 확충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고용기회 축소로 인해 오히려 빈곤층을 확대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법인세율을 내려도 투자가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법인세율 재인상을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에 정부의 규제일변도 기업정책이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하의 효과만을 따로 떼어 측정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기업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기업가의 의욕을 북돋우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여 기업투자를 늘리는 것이 법인세 수입을 늘리는 좋은 방안이다. 단기간 발생하는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하기보다는 다른 세외수입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량 공기업의 구주매출방식 증시상장은 세외 수입을 늘리고 주식 공급도 확충하는 방안으로서, 현재와 같은 주식 공급물량 부족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10. 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