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시장에 커다란 혼란을 주고 있다. 정부는 상가임대료를 한꺼번에 많이 올린 건물주에게 세무조사 계획을 발표하는 등 시장충격을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정부는 임대인이 계약기간 중에 임대료를 조정할 수 없는 것으로 오해를 하여 과민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고 법 내용에 대한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행정력 동원만으로 문제가 풀릴 것으로 본다면 너무 안이한 생각이다.
임대료 폭등을 불러온 것은 임대인이 법 내용을 오해한데서 비롯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법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롯된 자연스러운 시장반응인 것이다. 문제의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5년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제11조에서는 그 기간동안 차임 또는 보증금을 당사자가 조정하고자 할 경우 장래에 대해 증감을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증액할 경우 시행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른 비율을 초과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는 한마디로 계약자유의 원칙을 강도 높게 제한한 것으로 임대차거래 시장에 있어서의 ‘계약기간과 가격의 결정기능’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환경이 수시로 급변하는 글로벌시장경쟁 체제에서 5년이라는 계약기간을 보장하는 것은 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황당한 일이다. 시장이 너무나 가변적인 상황에서 6개월 후를 내다 볼 수 없고 국내의 유수한 연구기관들의 경제전망이 번번히 빗나가 1년에도 수차례나 수정전망치를 내놓는 형편에서 5년 임대차보장은 현실성을 현저히 결여한 기간인 것이다.
상가임대료는 금리, 주가, 물가 등 거시경제지표의 변동에 따라 상관관계를 맺고 가격형성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러기에 사적자치원칙을 존중하는 가운데 경제지표를 감안한 유연한 가격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 유연해야 할 시장기능이 경직화되면 될수록 임대상가의 투자리스크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된다. 모든 투자자는 주식, 금융자산, 부동산 등 선택가능한 대체투자수단의 예상수익률에 따라 투자자산을 운용하며 예측가능성과 유동성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리스크를 반영한 높은 기대가격을 제시하기 마련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입주상인 보호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계약당사자인 임대인의 이해를 고려치 않은 가운데 제정되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초래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임대료 폭등현상을 시장의 당연한 반응으로 보고 어떤 입법내용이 문제를 야기한 원인이었는지를 잘 살펴보는 것이 순리라 할 것이다. 혹시라도 정부가 시장의 자연스런 반응을 우격다짐으로 제압하려 하거나 물리적인 힘으로 억누르려는 행태를 보인다면 이는 시장의 가격결정기능을 억압하는 것으로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한 조치는 일시적으로는 성과를 거둘 지 몰라도 오래 갈 수가 없고 만약 무리하게 이를 강행할 경우 임대차시장의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머지않아 상가공급축소에 의한 임대료폭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릴 수 없듯 행정력으로 시장의 가격결정기능을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IMF직후 정부는 시장경제기능의 활성화를 통해 외국인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수많은 개혁조치를 단행하지 않았던가. 거래소시장의 1일 가격제한폭은 시장상황을 유연하게 시세에 반영시키기 위해 98년 3월, 12%로 확대한데 이어 98년 12월에는 이를 15%로 추가 확대한 바 있다. 또 정부는 IMF구제금융직후 고금리시대를 맞아 이자율상한이 자금의 흐름을 왜곡한다는 국제통화기금의 권고에 따라 98년 1월, 이자제한법을 폐지한 바 있다.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에 있어서의 가격발견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이러한 개혁조치는 개방화된 경제체제 하에서 시장의 효율을 높여 국내투자환경을 개선하려는데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증권시장과 금융시장의 시장기능을 이와 같이 높여 나가는 것과 같이 부동산시장의 시장기능도 지속적으로 활성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정반대로 임대차시장의 가격결정기능을 종전보다 경직화시키고 시행령이 정하는 범위 내로 변동폭을 규제하다 보니 임대인으로서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시장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시장경제체제의 확립을 위해 정부는 지속적으로 시장친화적인 규제완화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증시의 상하한가 폭을 넓히고 이자제한법을 폐지한 논거가 거기에 있었다면 부동산시장이나 상가임대차시장에도 그 논거는 일관성있게 적용되어야 한다. 한쪽으로는 경제논리에 충실한 국제적 시장 룰을 따르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사회논리에 치우쳐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은 시장경제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자원배분의 왜곡을 불러일으킨다.
또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4조에서는 임차인에게 보증금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우선변제권이 무분별하게 확대될 경우 담보물권으로서의 가치는 점차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다. 자본축적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우리나라가 금융조달의 중요한 수단역할을 했던 것이 담보물권을 이용한 신용창출기능이었다. 부동산을 이용한 신용창출기능이 제약을 받게 되면 창업은 활성화될 수 없고 성장잠재력도 그만큼 둔화될 것이다. 보증금우선변제는 대항력을 갖춘 등기제도나 사적보험을 활용하는 등 당사자가 자구적인 계약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을 찾도록 함이 바람직하다. 법률구조와 당사자의 사적자치에 맡겨야 할 사항을 사회정책적 이유로 법에서 무리하게 보호해 주려 하면 경제활력 위축 등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주요내용이 당사자간의 계약자유의 원칙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임대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한 입법이었음을 인식해야 한다. 시장경제를 무시하고 현실경제와 유리된 법은 정착되기 어렵고 오래 가지 못하며 오히려 임차인에게 피해만 주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내년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을 뒤로 미루어서라도 현실경제 여건과 맞지 않는 무리한 내용은 고쳐져야 한다. 임대차보장기간은 2-3년으로 단축되어야 하고 우선변제권 보장조항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또 계약자유의 원칙이 최대한 존중되도록 정부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계약과 관련된 규제조항은 투명성 제고와 예측가능성 확보를 위해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상가임대차보호법과 시장경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시장에 커다란 혼란을 주고 있다. 정부는 상가임대료를 한꺼번에 많이 올린 건물주에게 세무조사 계획을 발표하는 등 시장충격을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정부는 임대인이 계약기간 중에 임대료를 조정할 수 없는 것으로 오해를 하여 과민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고 법 내용에 대한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행정력 동원만으로 문제가 풀릴 것으로 본다면 너무 안이한 생각이다.
임대료 폭등을 불러온 것은 임대인이 법 내용을 오해한데서 비롯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법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롯된 자연스러운 시장반응인 것이다. 문제의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5년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제11조에서는 그 기간동안 차임 또는 보증금을 당사자가 조정하고자 할 경우 장래에 대해 증감을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증액할 경우 시행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른 비율을 초과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는 한마디로 계약자유의 원칙을 강도 높게 제한한 것으로 임대차거래 시장에 있어서의 ‘계약기간과 가격의 결정기능’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환경이 수시로 급변하는 글로벌시장경쟁 체제에서 5년이라는 계약기간을 보장하는 것은 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황당한 일이다. 시장이 너무나 가변적인 상황에서 6개월 후를 내다 볼 수 없고 국내의 유수한 연구기관들의 경제전망이 번번히 빗나가 1년에도 수차례나 수정전망치를 내놓는 형편에서 5년 임대차보장은 현실성을 현저히 결여한 기간인 것이다.
상가임대료는 금리, 주가, 물가 등 거시경제지표의 변동에 따라 상관관계를 맺고 가격형성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러기에 사적자치원칙을 존중하는 가운데 경제지표를 감안한 유연한 가격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 유연해야 할 시장기능이 경직화되면 될수록 임대상가의 투자리스크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된다. 모든 투자자는 주식, 금융자산, 부동산 등 선택가능한 대체투자수단의 예상수익률에 따라 투자자산을 운용하며 예측가능성과 유동성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리스크를 반영한 높은 기대가격을 제시하기 마련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입주상인 보호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계약당사자인 임대인의 이해를 고려치 않은 가운데 제정되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초래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임대료 폭등현상을 시장의 당연한 반응으로 보고 어떤 입법내용이 문제를 야기한 원인이었는지를 잘 살펴보는 것이 순리라 할 것이다. 혹시라도 정부가 시장의 자연스런 반응을 우격다짐으로 제압하려 하거나 물리적인 힘으로 억누르려는 행태를 보인다면 이는 시장의 가격결정기능을 억압하는 것으로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한 조치는 일시적으로는 성과를 거둘 지 몰라도 오래 갈 수가 없고 만약 무리하게 이를 강행할 경우 임대차시장의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머지않아 상가공급축소에 의한 임대료폭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릴 수 없듯 행정력으로 시장의 가격결정기능을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IMF직후 정부는 시장경제기능의 활성화를 통해 외국인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수많은 개혁조치를 단행하지 않았던가. 거래소시장의 1일 가격제한폭은 시장상황을 유연하게 시세에 반영시키기 위해 98년 3월, 12%로 확대한데 이어 98년 12월에는 이를 15%로 추가 확대한 바 있다. 또 정부는 IMF구제금융직후 고금리시대를 맞아 이자율상한이 자금의 흐름을 왜곡한다는 국제통화기금의 권고에 따라 98년 1월, 이자제한법을 폐지한 바 있다.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에 있어서의 가격발견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이러한 개혁조치는 개방화된 경제체제 하에서 시장의 효율을 높여 국내투자환경을 개선하려는데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증권시장과 금융시장의 시장기능을 이와 같이 높여 나가는 것과 같이 부동산시장의 시장기능도 지속적으로 활성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정반대로 임대차시장의 가격결정기능을 종전보다 경직화시키고 시행령이 정하는 범위 내로 변동폭을 규제하다 보니 임대인으로서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시장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시장경제체제의 확립을 위해 정부는 지속적으로 시장친화적인 규제완화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증시의 상하한가 폭을 넓히고 이자제한법을 폐지한 논거가 거기에 있었다면 부동산시장이나 상가임대차시장에도 그 논거는 일관성있게 적용되어야 한다. 한쪽으로는 경제논리에 충실한 국제적 시장 룰을 따르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사회논리에 치우쳐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은 시장경제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자원배분의 왜곡을 불러일으킨다.
또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4조에서는 임차인에게 보증금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우선변제권이 무분별하게 확대될 경우 담보물권으로서의 가치는 점차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다. 자본축적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우리나라가 금융조달의 중요한 수단역할을 했던 것이 담보물권을 이용한 신용창출기능이었다. 부동산을 이용한 신용창출기능이 제약을 받게 되면 창업은 활성화될 수 없고 성장잠재력도 그만큼 둔화될 것이다. 보증금우선변제는 대항력을 갖춘 등기제도나 사적보험을 활용하는 등 당사자가 자구적인 계약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을 찾도록 함이 바람직하다. 법률구조와 당사자의 사적자치에 맡겨야 할 사항을 사회정책적 이유로 법에서 무리하게 보호해 주려 하면 경제활력 위축 등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주요내용이 당사자간의 계약자유의 원칙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임대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한 입법이었음을 인식해야 한다. 시장경제를 무시하고 현실경제와 유리된 법은 정착되기 어렵고 오래 가지 못하며 오히려 임차인에게 피해만 주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내년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을 뒤로 미루어서라도 현실경제 여건과 맞지 않는 무리한 내용은 고쳐져야 한다. 임대차보장기간은 2-3년으로 단축되어야 하고 우선변제권 보장조항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또 계약자유의 원칙이 최대한 존중되도록 정부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계약과 관련된 규제조항은 투명성 제고와 예측가능성 확보를 위해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李炯晩 (자유기업원 부원장, lhm@cfe.org)
출처 - 자유기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