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왜곡 교과서 채택과 우리의 대응
2005-07-18
日 왜곡 교과서 채택과 우리의 대응 일본의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회’(만드는회)가 만든 후소샤(扶桑社)판 역사·공민 교과서가 도치기현(봈木縣) 오타와라시(大田原市) 교육위원회에 의해 전원일치로 채택되었다. 앞으로 8월 말까지 교과서 채택이 완료되는데, 오타와라시의 뒤를 이어 상당수의 지역 자치단체들이 후소샤판 역사 교과서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만드는회가 이번에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10% 정도까지 채택할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대폭 늘어날 전망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우리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일본 사회가 지금 ‘이성적 분별’보다는 ‘감정적 결정’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일본 국민이 감정적으로 된 데에는 우리의 대응도 한 몫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만드는회는 애국주의를 강조하고 있으며, 그것은 다름 아닌 국가 또는 민족에 대한 감정에 호소한다. 여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실에 입각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 혹은 추상적 관념으로 대응하는 측면이 많았다. 게다가 우리는 일본내의 극소수에 불과한 극우세력을 일본 전체인 것처럼 취급하여 대응해 온 감도 없지 않다. 이 점이 오히려 극우세력의 입지를 강화해 주었던 것이다. 일본 내에서 발행되는 일본어판 한국 인터넷 신문의 관련 기사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댓글을 보면 감정이 매우 격앙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비단 보수적인 국민들만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지난 14일 일본 최고재판소는 일본 지바현 후나바시(船橋)시립 도서관의 한 사서가 만드는회 관계자의 저서 30권을 임의로 폐기 처분한 데 대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나는 사서의 행위가 옳은 것이라고는 할 수 있지만 이성적이지도 훌륭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나온 우리들의 대응을 돌이켜보자. 여당의 한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한·일 양국의 관계를 최악으로 내모는 결정”이라고 성토하고, 여당 대변인은 “우리는 그럼에도 일본내 양심 세력들이 역사 왜곡 교과서 채택을 저지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는다”라고 논평했다. 이러한 한국의 반응에 대해 일본의 한 네티즌은 “이것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교과서 채택은……공권력·압력단체가 개입하여 변경시키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렇게 되면 일본의 민주주의가 그 한 획부터 괴멸적 붕괴에 이르는 것을 한국과 중국은 알고 있느냐”고 강력히 반발했다. 국가에 대한 문제로 사회가 감정적으로 되어 갈 때 보통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국 중심주의로 흘러간다. 국가 간의 외교 문제에 대해서는 더 한층 감정적이 되는 것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먼저 일본인들을 하나의 획일적 집단 혹은 2개의 대립된 집단으로만 단순화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남의 나라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상대의 문화나 입장을 우리가 먼저 배려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과 국제 사회의 사례를 가지고 접근하도록 해 보자. 또 한 가지, 힘써야 할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의 교과서 교류가 주로 양국의 ‘혁신 세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현재 일본 사회에서 좌파의 입지는 매우 좁은 실정이다. 이 점이 일본의 온건 시민 세력들에게 거꾸로 작용한 점도 있는 것 같다. 이제 한국의 중도 시민세력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그리하여 일본 각계각층과 대화를 다변화해 나가야 한다. 적어도 우리의 과거를 왜곡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역사교육) 출처 - 문화일보 2005. 7. 1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