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과 중국의 변수
	2005-07-15
6자회담과 중국의 변수 7월 10일 북한 외무성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함에 따라 북핵 문제는 다시 한번 대화의 테이블에 놓이게 되었다. 이어서 한국 정부가 ‘핵포기 시 200만㎾ 전력 공급’을 제안함에 따라 제4차 6자회담의 생산성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확산되고 있다. 일단 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만들어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며, 북한의 회담 복귀에 한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우리의 외교입지 상승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하지만 미북 간에 이견이 많아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농축 프로그램에 관해 미국은 북한의 고백을 원하지만 평양은 아예 존재를 부인해왔다. 궁극적인 반대급부에 관한 이견도 여전하다. 북한은 체제와 정권의 안보가 확실히 보장되는 경우에만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제시해온 것은 ‘불가침 약속’ 정도이다.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경우 미국의 대북 제재 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존하며, 미국 관리들은 ‘이번이 마지막 대화’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진실로 주목받아야 하는 것은 중국일 것이다. 핵 해결에 중국은 결정적 변수다. “핵을 고수하면 북중 관계는 없다”고 다그친다면 북한은 핵 개발을 강행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중국의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 지지’라는 원칙론에 머물러왔고, 중국인들의 북핵 인식도 여전히 고압적이다. 예를 들어 6월 25∼27일 중국 옌지에서 열린 ‘중국과 한반도의 역동관계’ 제하의 학술회의에서 북핵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지만,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국책연구소에서 온 보수 성향의 중국 전문가들은 무논리와 무신경으로 일관했다. “북한이 핵을 필요로 하지 않는 체제로 변하는 것이 본질적 핵 해결의 출발점으로, 중국이 북한의 변화를 압박해야 한다”는 필자의 주문에 대한 이들의 대답은 “미국의 대북 불신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핵 보유의 필요성을 부채질하는 인권 부재의 북한 체제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나 핵무장을 위험천만한 사태로 보면서도, 그 빌미가 되는 북핵을 방치하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북핵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시 중국은 거부권 행사”, “북한 붕괴 반대”, “대화 중재 이상의 역할은 불가능” 등의 동문서답이 이어졌다. 중국인들이라고 해서 북핵이 초래할 부작용에 둔감한 것은 아닐 것이며 속으로는 딴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우선은 북한을 지켜주고 싶은 전통적 동맹관이나 “북핵이 가져올 후환 따위는 두렵지 않다”는 ‘만만디 중화(中華) 마인드’를 들 수 있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북핵의 조속한 종결을 바라지 않는 ‘전략적 속내’일 것이다. 베이징의 전략가들에게 평양의 핵 포기와 개방은 북한이 미국 질서 내로 편입됨과 동시에 북핵에 가려져 있던 중국 인권 문제의 본격적 노출을 의미한다. 미일 동맹에 의한 대중 포위를 최대의 미래 위협으로 보는 이들에게 북핵은 즐기고 싶은 대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북핵 반대’라는 원칙만 반복하면서 북한의 변화와 핵 포기를 강요하는 결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불감증’을 보여온 것이다. 중국인들의 미지근한 북핵 인식은 6자회담의 전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중국이 결코 평양정권의 생존을 해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 보유를 고집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북핵 불원’을 말하면서도 북핵을 방치하는 중국은 ‘북핵 불감증’을 보이는 나라다. 그럼에도 중국은 중요한 이웃이자 핵 해결의 열쇄를 쥔 나라다. 중국이 북핵이 가져올 후유증이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북핵을 만류하는 자세를 취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6자회담의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다. 김태우 (한국국방연 군비통제연구실장본지 자문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5. 7. 1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