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시장원리 따르라
	2005-06-27
부동산정책, 시장원리 따르라 최근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주택가격 잡기 정책에도 불구하고 요동치고 있다.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2003년 10·29대책부터 지난 5·4대책까지 수요억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여러 정책을 시도했다. 하지만 집값은 정책이 나올 때마다 잠시 주춤할 뿐 다시 급등하는 추세이다. 강남은 물론 분당·과천·용인·판교·평촌·산본 등 경기도 남부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국 확산까지 우려할 정도이다. 급기야 정부는 투기수요 억제라는 차원에서 세무조사 실시와 판교에서 25.7평 이상의 주택을 공영개발하겠다고 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정부는 투기수요 억제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다 보니 시장의 수요가 무엇인지, 시장에서 뭐가 필요한지는 등한시됐다. 시장에서는 소득 수준 향상 등으로 보다 나은 주거 환경을 원하는 중대형 평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주택에 대한 수요를 일정한 형태로 규격화해서는 안 된다. 경제 개발로 우리 사회가 다양화된 만큼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주택 수요가 존재한다. 단순한 휴식 공간으로서 최소의 주거 공간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득 수준 향상으로 안락하고 쾌적한 주거 수요도 있다. 그러면 공영개발이 최근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시험적으로 이런 정책을 시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판교라는 입지 여건이 뛰어난 곳을 대상으로 하여 이를 시도해 보고 실패할 경우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얼마나 될까? 또한, 공영 개발을 통해 주택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개발이익을 손쉽게 환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영개발을 위한 방만한 관리와 재정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데다 다양한 주택 요구를 충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불 용의가 높은 수요자에게 양질의 제품을 높은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기본적인 경제논리이다. 만약 공영개발로도 집값잡기에 실패한다면, 정부가 꺼낼 카드는 무엇인가? 시장에서의 가격 등락은 필연적이다. 가격 상승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기본적인 사항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가격 상승에 과민한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뿐이다.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는 정부 실패로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차별적인 공급 확대를 꾀해야 한다. 임대주택을 원하는 수요자에게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질 높은 주택을 원하는 수요자들에게는 또 그에 맞는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평균적 개념의 접근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애초 의도대로 판교를 강남 대체지로서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춘 중대형 규모의 주택 위주로 개발해야 한다. 25.7평 이상의 택지를 공급하면서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여 세대 수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공급 확대 정책에 동의하면서도 주택의 속성상 즉각적인 공급 확대가 불가능하지 않으냐는 비판을 일거에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신도시 개발도 그린벨트를 훼손하고 부동산 투기를 재연시키며, 공급 확대 효과는 몇 년 뒤에야 나타나는 점을 생각하면 분명히 의미가 있다. 나아가 여러 가지 입지 여건이 뛰어난 강남에 대한 주거 수요도 고려해야 한다. 강남 지역에서 대규모 주택단지를 지을 수 있는 택지는 없다. 유일한 방법은 재건축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고밀도 아파트의 재건축은 지나친 투기 수요 조장 등 부정적 요소가 많으므로 리모델링 등으로 유도하되, 저밀도 아파트에 대한 규제는 완화시켜 공급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북의 뉴타운 건설 등도 주요 정책 수단으로 고려해봄 직하다. 다만 수요자가 원하는 주거 여건을 잘 갖추지 못한다면, 기대하는 성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시장을 거스르는 부동산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김명수 (가톨릭대 교수·경제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6. 2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