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가 안고 있는 문제의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 우리는 왜 좀 더 현명하고 뒷심이 강하며 국민에게 존경받는 리더를 갖지 못하는가?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가 만들어내는 문제점들은 왜 그렇게도 ‘닮은꼴’일까?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혐오와 배신감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정치는 ‘영웅시대’를 마감하고 있다. 민주화 투쟁의 ‘영웅’들은 민주주의로의 이행 과정을 관리하는 소임을 다했다. 이제 투쟁 동지들에게 빚을 갚아야 하고 공조직보다 사조직에 의지하며 아들과 친인척의 권력남용에 휘둘리는 리더는 차세대 지도자가 될 수 없다.
‘2020 기획팀’은 정치개혁의 두번째 과제로 ‘대통령을 바로 세우자’를 제안한다.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대통령이 바뀌어야 정치가 바뀌기 때문이다. 2020년 정치 리더는 ‘입보다는 귀를 먼저 열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미래를 기획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변혁을 창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도덕성과 능력, 비전을 두루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을 바꿀 것인가.
첫째, 권위주의적 냄새를 물씬 풍기는 대통령(president)이라는 이름부터 바꾸어야 한다. 이름이 그 자리와 조직의 기능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냥 ‘국무장’, ‘국사장’이라 해도 좋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관리’라는 뜻으로 ‘봉민관(奉民官)’은 어떤가.
둘째,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생사를 건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비공식적 권력행사와 부정부패가 일상화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더 이상 ‘대권(大權) 경쟁’이 되어선 안 된다.
이를 위해 ‘제왕적 대통령’을 지탱해온 검찰권과 조세권을 중립화하자. 감사원도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 대통령제에 가미된 내각제적 요소도 걷어내 엄격한 3권 분립에 의한 상호 감시와 견제장치를 마련하자. 셋째,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국정이 표류하고 경제가 영향받는 임기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4년 중임제로 대통령제를 개헌하자.
대통령은 이제 외로워져야 한다. 친인척과 측근, 무비판적 열렬 지지자들을 과감히 멀리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 송호근 서울대교수 대표집필 )
[미래로 가자] 한국정치 5대 개혁과제 <공동제안>
‘연방제형 국가’로 지역갈등 풀고 균형발전을
1. ‘정치 실명제’를로 실시하자
정치인을 발가벗기자. 정치인들을 철저하게 국민 앞에 노출시켜야만 정치인들은 국민을 두려워하면서 품위있고 책임있는 행동을 할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좀더 좋은 성적표를 받기 위해 실적 경쟁을 할 것이고, 국리민복은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그들끼리 밀실에서 야합, 담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공적인 존재로서의 정치인은 사생활이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 감수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경우 법률안 제안에서부터 투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의정활동을 실명화해야 하고, 의정활동과 의사록 등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재산과 정치자금의 입출금 내역도 만인 앞에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의 친인척은 사인이지만 공인으로서 행동해야 한다. 그것은 대통령이라는 국가적 지도자를 인척으로 둔 선택된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다. 따라서 대통령 친인척에 대해서도 일거수 일투족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들의 재산·병역·납세를 공개하고, 그들의 활동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아닌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제3의 기관에서 감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
2. 국민의회-연방의회 양원재로
이제는 지역갈등을 끝내야 할 때다. 지역 간 적대와 대립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패거리를 동원하는 붕당정치, 붕당간 경쟁에서 타지역을 배제시키는 배타주의, 그리고 권력집중적 국가구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그것은 지방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단일민족국가 신화에 근거한다. 지역주의의 폐해는 비단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전역에 독버섯처럼 퍼져나갔다. 지방의 고유성과 지방 간 차이를 묵살하였으며, 소수 지역을 인위적으로 흡수 통합하려는 파행을 유발하고 있다. 지역주의를 해결하려면 중앙정부의 몫을 과감히 줄이고, 민족공동체의 일반 이익에 직결되지 않는 권력과 자원은 지방자치체로 이전하며, 지역 간 등권주의를 촉진하는 ‘연방주의형 국가’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일인일표(一人一票)주의 국민의회와 일주일표(一州一票)주의 연방의회로 구성되는 양원제를 도입하고, 스위스연방의 윤번식 집단대통령제와 같은 권력분점제도의 채택도 고려해 보자. 연방주의 국가를 채택하면 몫이 현저하게 줄어든 중앙정부를 차지하기 위한 지역 간 경쟁도 약화될 것이고, 등권주의에 기초하여 지역 간 화해와 공존이 촉진될 것이며, 지역 간 경쟁을 통해 지방정부의 경쟁력과 공적 서비스가 향상될 것이다.
3. 디지털 시대의 개방형 정당 신설
디지털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시민과 정치인 간 의사소통은 더욱 쉬워지고 빨라지고 있다. 한국의 정당들도 디지털 혁명의 이점을 최대화하여 조직혁신을 이룩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정당은 더 이상 피라미드형 거대조직을 유지할 필요가 없고 대신 네트워크형 조직으로 신속하게 변신해야 한다. 그것은 연고에 기반한 ‘폐쇄적 네트워크’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개방형 네트워크’이다. 정당을 개방형 네트워크로 바꾸면 조직의 확장성·신속성·유연성, 그리고 고객에 대한 응답성이 높아진다. 디지털시대에는 지식정보의 소유와 이용능력의 격차가 소득차이를 결정하게 되므로 정당은 기존의 계급·지역·이념 균열보다는 디지털 라인을 따라 표를 조직, 동원하려 할 것이다.
정보격차·정보복지·정보능력에 대한 정책적 차이를 둘러싸고 정당구도가 재편되고 계급과 이념 균열 간 타협도 가능해질 것이다. 디지털은 21세기의 뉴프런티어이다. 디지털 혁명을 정당정치의 혁신을 위한
기회로 이용하자.
4. 대선-총선-지방선거 동시 실시
선거가 없던 시절에 우리는 선거를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선거의 나라’가 되었다. 대선·총선·지방선거를 치러야 하고, 후보 선정을 위해 경선까지 도입된 상태다. 1987년 민주화가 시작된 이래 대선 3번, 총선 4번, 지자체 선거 2번, 의회선거 3번 해서 모두 12회, 거기에 보궐선거를 합치면 1년에 거의 한 번씩 선거를 치른 셈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필수적 제도이다. 그러나 너무 잦은 선거는 정치권을 단기적 정략에 매이게 만들어 국가 발전의 장기 기획과 실천의지를 약화시킨다. 선거에 승부수를 걸어야 하는 정치풍토는 정치권과 국민을 동요시킨다. 선거는 민의 수렴과 갈등 해결의 기제이기에 그 존재 의의를 부정할 수 없지만, 막대한 비용과 시간 투자에 비하여 결코 생산적이지 못하다. 우리는 잦은 선거가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고 정치 일정을 교란시킨다고 평가한다. 우선 3대 선거를 조기에 통합할 것을 주장한다. 통합시간표를 만들고 단계적 실행을 위한 수순을 밟아나가야 한다. 보궐선거는 아예 없애자. 무엇보다 5년 단임제인 현행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개헌하는 것이 시급하다.
5. 학교에 시민정치 강좌 개설
한국정치와 정치인은 삼류(三流)다. 요즘 권력주변에서 터져나오는 일련의 사태에 국민들은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다. 각종 게이트, 뒤봐주기, 연줄대기, 친인척비리와 아들문제로 온통 얼룩진 정치판에서 미래의 한국은 실종된다. 두 차례의 민선정부에 걸었던 기대가 극심한 정치혐오증으로 바뀌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제 국민들이 나설 차례다. 기성정치인의 주변을 맴돌다가 어깨 너머로 배운 기지(機智)만으로 미래 한국의 운명을 거머쥐겠다고 나서는 오만과 무지를 중단시켜야 한다. 우선 새로운 정치인을 공급하자. 인맥과 비합리적 연줄로 둘러싸인 정계(政界)의 높은 진입장벽을 허물고, 역량·도덕성·의지를 겸비한 사람을 대거 투입시키자. 정계진출의 좁은 문을 활짝 개방해서 진입과 퇴출을 자유롭게 만들자. 독일의 시민교육처럼 시민단체, 직업별 이익단체, 각종 자발적 결사체로 하여금 건강한 정치문화 배양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케 하고 국가가 적극 지원에 나설 것을 권장한다. 학교교육에 시민정치 강좌를 개설해 청년들이 정치윤리와 감각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정치와 정치인의 품격 높이기는 결국 시민들의 몫이다.
( 2002기획위원회 정치분과위 )
[미래로 가자] 선진국 경우/ 獨, 정치인양성 재단 운영
벨기에, 우리보다 면적 작아도 연방제
2020기획팀이 내놓은 5가지 개혁 아젠다는 이미 선진국들이 정치적 갈등해결과 21세기 대비 차원에서 실제 채용한 아이디어들이다.
◆ 연방제로 분열위기를 극복한 예 =유럽 국가들은 합의제 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느슨한 연방(聯邦)주의를 택하고 있다. 1848년 연방제를 도입한 스위스는 7개 연방 대표가 연방내각을 구성, 서로 돌아가며 대통령을 맡는다. 경상남북도를 합친 넓이에 불과한 벨기에도 93년 연방국가로 변신했다. 사용 언어가 달라서 생긴 벨기에의 내부갈등은 한때 내전(內戰)을 연상케 할 정도로 극심했다. 오스트리아도 9개 자치주가 독립적으로 행정부와 의회를 구성하지만, 연방정부가 우선하는 느슨한 형태의 연방제 국가다.
◆ ‘대통령’ 호칭은 일제 잔재 =우리 정치학계는 19세기의 한 일본인 학자가 미국의 ‘프레지던트(president)’를 ‘大統領(대통령)’으로 번역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19년 3·1운동 이후 국내외 임시정부들이 본격적으로 ‘대통령’이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승만(李承晩) 박사는 세계 열강에 한국의 독립을 인정하라고 보낸 국서(國書)에서 당시 한성 정부의 ‘집정관 총재’를 영어 ‘president’로 번역해 사용했다. 1919년 당시 임시정부의 대표가 가졌던 명칭은 대통령·정통령·총통·집정관·집정관총재 등이었다.
◆ 시민정치교육은 독일이 원조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정치교육에 힘을 쏟았다. 정부가 관할하는 전국 정치교육센터와 각 연방에 설립되어 있는 연방주립 정치교육센터가 그 하나. 이곳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일반 정치 교육의 장(場)으로 활용된다. 물론 본격적인 정치교육을 실시하는 재단(財團)도 적지 않다.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녹색당 계열 하인리히 불 재단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정당의 정강정책과 이념을 시민들에게 가르친다. 독일 정부는 매년 4000억원을 이들 재단에 지원한다.
일본은 엘리트 정치인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79년 마쓰시타 전기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사재(私財)로 세운 마쓰시타 정경숙(松下 政經塾)이 그 대표다.
[2020 미래로 가자] 대통령 호칭부터 고치자
권위적 이름 대신 奉民官-국무장 거론
한국정치가 안고 있는 문제의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 우리는 왜 좀 더 현명하고 뒷심이 강하며 국민에게 존경받는 리더를 갖지 못하는가?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가 만들어내는 문제점들은 왜 그렇게도 ‘닮은꼴’일까?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혐오와 배신감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정치는 ‘영웅시대’를 마감하고 있다. 민주화 투쟁의 ‘영웅’들은 민주주의로의 이행 과정을 관리하는 소임을 다했다. 이제 투쟁 동지들에게 빚을 갚아야 하고 공조직보다 사조직에 의지하며 아들과 친인척의 권력남용에 휘둘리는 리더는 차세대 지도자가 될 수 없다.
‘2020 기획팀’은 정치개혁의 두번째 과제로 ‘대통령을 바로 세우자’를 제안한다.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대통령이 바뀌어야 정치가 바뀌기 때문이다. 2020년 정치 리더는 ‘입보다는 귀를 먼저 열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미래를 기획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변혁을 창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도덕성과 능력, 비전을 두루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을 바꿀 것인가.
첫째, 권위주의적 냄새를 물씬 풍기는 대통령(president)이라는 이름부터 바꾸어야 한다. 이름이 그 자리와 조직의 기능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냥 ‘국무장’, ‘국사장’이라 해도 좋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관리’라는 뜻으로 ‘봉민관(奉民官)’은 어떤가.
둘째,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생사를 건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비공식적 권력행사와 부정부패가 일상화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더 이상 ‘대권(大權) 경쟁’이 되어선 안 된다.
이를 위해 ‘제왕적 대통령’을 지탱해온 검찰권과 조세권을 중립화하자. 감사원도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 대통령제에 가미된 내각제적 요소도 걷어내 엄격한 3권 분립에 의한 상호 감시와 견제장치를 마련하자. 셋째,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국정이 표류하고 경제가 영향받는 임기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4년 중임제로 대통령제를 개헌하자.
대통령은 이제 외로워져야 한다. 친인척과 측근, 무비판적 열렬 지지자들을 과감히 멀리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 송호근 서울대교수 대표집필 )
[미래로 가자] 한국정치 5대 개혁과제 <공동제안>
‘연방제형 국가’로 지역갈등 풀고 균형발전을
1. ‘정치 실명제’를로 실시하자
정치인을 발가벗기자. 정치인들을 철저하게 국민 앞에 노출시켜야만 정치인들은 국민을 두려워하면서 품위있고 책임있는 행동을 할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좀더 좋은 성적표를 받기 위해 실적 경쟁을 할 것이고, 국리민복은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그들끼리 밀실에서 야합, 담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공적인 존재로서의 정치인은 사생활이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 감수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경우 법률안 제안에서부터 투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의정활동을 실명화해야 하고, 의정활동과 의사록 등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재산과 정치자금의 입출금 내역도 만인 앞에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의 친인척은 사인이지만 공인으로서 행동해야 한다. 그것은 대통령이라는 국가적 지도자를 인척으로 둔 선택된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다. 따라서 대통령 친인척에 대해서도 일거수 일투족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들의 재산·병역·납세를 공개하고, 그들의 활동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아닌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제3의 기관에서 감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
2. 국민의회-연방의회 양원재로
이제는 지역갈등을 끝내야 할 때다. 지역 간 적대와 대립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패거리를 동원하는 붕당정치, 붕당간 경쟁에서 타지역을 배제시키는 배타주의, 그리고 권력집중적 국가구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그것은 지방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단일민족국가 신화에 근거한다. 지역주의의 폐해는 비단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전역에 독버섯처럼 퍼져나갔다. 지방의 고유성과 지방 간 차이를 묵살하였으며, 소수 지역을 인위적으로 흡수 통합하려는 파행을 유발하고 있다. 지역주의를 해결하려면 중앙정부의 몫을 과감히 줄이고, 민족공동체의 일반 이익에 직결되지 않는 권력과 자원은 지방자치체로 이전하며, 지역 간 등권주의를 촉진하는 ‘연방주의형 국가’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일인일표(一人一票)주의 국민의회와 일주일표(一州一票)주의 연방의회로 구성되는 양원제를 도입하고, 스위스연방의 윤번식 집단대통령제와 같은 권력분점제도의 채택도 고려해 보자. 연방주의 국가를 채택하면 몫이 현저하게 줄어든 중앙정부를 차지하기 위한 지역 간 경쟁도 약화될 것이고, 등권주의에 기초하여 지역 간 화해와 공존이 촉진될 것이며, 지역 간 경쟁을 통해 지방정부의 경쟁력과 공적 서비스가 향상될 것이다.
3. 디지털 시대의 개방형 정당 신설
디지털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시민과 정치인 간 의사소통은 더욱 쉬워지고 빨라지고 있다. 한국의 정당들도 디지털 혁명의 이점을 최대화하여 조직혁신을 이룩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정당은 더 이상 피라미드형 거대조직을 유지할 필요가 없고 대신 네트워크형 조직으로 신속하게 변신해야 한다. 그것은 연고에 기반한 ‘폐쇄적 네트워크’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개방형 네트워크’이다. 정당을 개방형 네트워크로 바꾸면 조직의 확장성·신속성·유연성, 그리고 고객에 대한 응답성이 높아진다. 디지털시대에는 지식정보의 소유와 이용능력의 격차가 소득차이를 결정하게 되므로 정당은 기존의 계급·지역·이념 균열보다는 디지털 라인을 따라 표를 조직, 동원하려 할 것이다.
정보격차·정보복지·정보능력에 대한 정책적 차이를 둘러싸고 정당구도가 재편되고 계급과 이념 균열 간 타협도 가능해질 것이다. 디지털은 21세기의 뉴프런티어이다. 디지털 혁명을 정당정치의 혁신을 위한 기회로 이용하자.
4. 대선-총선-지방선거 동시 실시
선거가 없던 시절에 우리는 선거를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선거의 나라’가 되었다. 대선·총선·지방선거를 치러야 하고, 후보 선정을 위해 경선까지 도입된 상태다. 1987년 민주화가 시작된 이래 대선 3번, 총선 4번, 지자체 선거 2번, 의회선거 3번 해서 모두 12회, 거기에 보궐선거를 합치면 1년에 거의 한 번씩 선거를 치른 셈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필수적 제도이다. 그러나 너무 잦은 선거는 정치권을 단기적 정략에 매이게 만들어 국가 발전의 장기 기획과 실천의지를 약화시킨다. 선거에 승부수를 걸어야 하는 정치풍토는 정치권과 국민을 동요시킨다. 선거는 민의 수렴과 갈등 해결의 기제이기에 그 존재 의의를 부정할 수 없지만, 막대한 비용과 시간 투자에 비하여 결코 생산적이지 못하다. 우리는 잦은 선거가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고 정치 일정을 교란시킨다고 평가한다. 우선 3대 선거를 조기에 통합할 것을 주장한다. 통합시간표를 만들고 단계적 실행을 위한 수순을 밟아나가야 한다. 보궐선거는 아예 없애자. 무엇보다 5년 단임제인 현행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개헌하는 것이 시급하다.
5. 학교에 시민정치 강좌 개설
한국정치와 정치인은 삼류(三流)다. 요즘 권력주변에서 터져나오는 일련의 사태에 국민들은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다. 각종 게이트, 뒤봐주기, 연줄대기, 친인척비리와 아들문제로 온통 얼룩진 정치판에서 미래의 한국은 실종된다. 두 차례의 민선정부에 걸었던 기대가 극심한 정치혐오증으로 바뀌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제 국민들이 나설 차례다. 기성정치인의 주변을 맴돌다가 어깨 너머로 배운 기지(機智)만으로 미래 한국의 운명을 거머쥐겠다고 나서는 오만과 무지를 중단시켜야 한다. 우선 새로운 정치인을 공급하자. 인맥과 비합리적 연줄로 둘러싸인 정계(政界)의 높은 진입장벽을 허물고, 역량·도덕성·의지를 겸비한 사람을 대거 투입시키자. 정계진출의 좁은 문을 활짝 개방해서 진입과 퇴출을 자유롭게 만들자. 독일의 시민교육처럼 시민단체, 직업별 이익단체, 각종 자발적 결사체로 하여금 건강한 정치문화 배양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케 하고 국가가 적극 지원에 나설 것을 권장한다. 학교교육에 시민정치 강좌를 개설해 청년들이 정치윤리와 감각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정치와 정치인의 품격 높이기는 결국 시민들의 몫이다.
( 2002기획위원회 정치분과위 )
[미래로 가자] 선진국 경우/ 獨, 정치인양성 재단 운영
벨기에, 우리보다 면적 작아도 연방제
2020기획팀이 내놓은 5가지 개혁 아젠다는 이미 선진국들이 정치적 갈등해결과 21세기 대비 차원에서 실제 채용한 아이디어들이다.
◆ 연방제로 분열위기를 극복한 예 =유럽 국가들은 합의제 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느슨한 연방(聯邦)주의를 택하고 있다. 1848년 연방제를 도입한 스위스는 7개 연방 대표가 연방내각을 구성, 서로 돌아가며 대통령을 맡는다. 경상남북도를 합친 넓이에 불과한 벨기에도 93년 연방국가로 변신했다. 사용 언어가 달라서 생긴 벨기에의 내부갈등은 한때 내전(內戰)을 연상케 할 정도로 극심했다. 오스트리아도 9개 자치주가 독립적으로 행정부와 의회를 구성하지만, 연방정부가 우선하는 느슨한 형태의 연방제 국가다.
이승만(李承晩) 박사는 세계 열강에 한국의 독립을 인정하라고 보낸 국서(國書)에서 당시 한성 정부의 ‘집정관 총재’를 영어 ‘president’로 번역해 사용했다. 1919년 당시 임시정부의 대표가 가졌던 명칭은 대통령·정통령·총통·집정관·집정관총재 등이었다.
◆ 시민정치교육은 독일이 원조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정치교육에 힘을 쏟았다. 정부가 관할하는 전국 정치교육센터와 각 연방에 설립되어 있는 연방주립 정치교육센터가 그 하나. 이곳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일반 정치 교육의 장(場)으로 활용된다. 물론 본격적인 정치교육을 실시하는 재단(財團)도 적지 않다.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녹색당 계열 하인리히 불 재단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정당의 정강정책과 이념을 시민들에게 가르친다. 독일 정부는 매년 4000억원을 이들 재단에 지원한다.
일본은 엘리트 정치인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79년 마쓰시타 전기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사재(私財)로 세운 마쓰시타 정경숙(松下 政經塾)이 그 대표다.
( 曺熙天기자 hccho@chosun.com )
출처 - 조선일보 2002. 4. 30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의 공식적인 견해와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