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어떻게 잡을 것인가
	2005-06-14
부동산 가격 어떻게 잡을 것인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는 최근 다시 기준시가를 높이고 자금출처 조사를 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만으로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는 어렵다. 이러한 조치가 지금 부동산 가격의 급등 원인을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부동산 및 아파트 가격 상승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가장 큰 원인은, 너무 많이 풀린 유동성에 있다. 저금리로 돈이 풀려 있는데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다. 작년에는 2003년보다 2배반이나 많은 280억달러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내면서 많은 돈이 시중에 풀렸다. 돈이 풀리면 부동산과 같은 실물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 1980년대 후반에도 우리는 이와 비슷한 경우를 경험했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돈이 풀렸고 이는 결국 1990년대 초반 부동산 가격을 크게 상승시켰던 것이다. 당시 정부는 분당과 같은 신도시를 통해 이를 해결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같이 신도시 건설만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다. 정부가 지방에서 벌이고 있는 각종 개발사업도 문제지만 수도권에서는 강남 재건축이라는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 말부터 시작된 서울의 도심 재건축은 위치가 좋은 강남에, 새 아파트에 용적률까지 늘어나게 하면서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급등시켰다. 또한 재건축이 되지 않는 아파트도 앞으로 재건축이 될 것이 기대되면서 가격이 크게 오르게 되었다. 혹자는 일부 특정 지역에서만 가격이 오르므로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주택시장이 서로 대체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심의 가격 상승은 곧 인근 신도시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분당이 강남의 대체도시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 오르고 있는 분당지역의 가격 상승도 그동안 크게 오른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강남과 같은 도심에 재건축을 허용해서 공급 확대를 통해 초과수요를 해결하자고 한다. 그러나 재건축을 통한 큰 이익이 기대되면서 공급은 없어지고 반대로 투기적인 수요가 몰리면서 지금 초과수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끝이 없는 투기적 수요를, 제한된 강남지역에서 공급을 늘려서 충족시킬 수는 없다. 어느 나라든지 직장이 있는 도심을 주택과 아파트로 가득 채우는 나라는 없다. 도심을 주거의 공간으로 만들어 놓으면 결국 주변 신도시에서는 교통체증으로 인해 도심 진입이 더 어려워지면서 경제 비효율은 높아지고 도심 주택 가격은 더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정부의 재건축 억제 정책이 먹혀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록 현 정부는 재건축을 규제하지만 앞으로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적극적인 이익집단의 역할과 노력으로 멀지 않은 장래에 재건축이 재개될 것으로 모두가 믿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지역 주민의 이익을 챙기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먼저 과잉 공급된 유동성을 흡수토록 해야 한다. 현재의 소비와 투자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저금리정책 기조의 효용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수가 늘어나지 않고 초과이윤의 기회가 적은 리모델링으로 주택정책의 방향을 확고히 설정하는 한편, 재건축으로 인한 투기적인 수요를 없애야 한다. 이와 동시에 추가적인 신도시를 건설하여 주택 공급을 확대하면서 신도시에서 도심으로의 진입을 원활하게 해주는 교통 인프라를 구축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도심 아파트의 투기적 수요가 줄어들고 주택 공급이 늘어나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6. 1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