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노사정의 협상이 합의 도출에 실패한 채 25일 새벽 결렬됐다. 이에 따라 노사정 합의를 바탕으로 오는 7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추진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협상이 결렬된 것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견이 큰 탓도 있었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한 여건이 미처 갖추어지지 않았고 노동계와 경영계 내부의 이견도 큰 상태에서 정부가 이를 일률적으로 시행하려고 추진한 데 더 큰 원인이 있었다고 보인다. 아무튼 지난 2년여 동안 국민의 관심이 모아졌던 주5일 근무는 일단 조기 시행은 어렵게 되었다.
이 참에 정부는 일률적으로 이를 강행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각 사업장에 맡기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 문제 전문가들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집단 이기주의가 협상 대표들의 발목을 잡아 합의 도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노동계의 경우 협상에 참여하는 한국노총과 불참 중인 민주노총, 도입에 적극적인 일부 공기업 노조 등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은 '근로조건 개악 없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주장하며 총파업을 선언해 한국노총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었다. 또 한국노총 산하 노조 가운데 제조연맹은 일요일 유급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반대하겠다며 협상대표부를 압박했다.
경영계 역시 경총과 전경련.중기협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특히 중기협은 근로시간 단축이 중소 제조업체를 고사시킬 우려가 있다며 제도 도입 자체에 반대했다. 이에 따라 경총은 협상이 지연되면서 재계 협상 대표로서의 위상이 흔들렸다. 이 같은 양측 대표의 입장 때문에 노총과 경총이 이해 득실을 저울질하다가 결국 결렬 쪽을 택했다는 것이다.
최근 법 개정이 안된 상황에서 사업장에 주5일 근무제가 급속히 퍼지는 것 역시 한국노총이 협상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이유 중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산하 노조들이 임단협을 통해 원하는 바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구태여 노동계의 비난을 살지 모를 위험 부담을 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는 25일 오전 협상 결렬 직후 최종 중재안을 제시했다. 다음달 4일까지 양측의 의견을 들어 최종 입장을 정리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노사의 입장이 중재안과 큰 차이를 보여 합의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주5일 근무제가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점에서 연말까지 입법을 추진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사업장마다 상황이 다르고 가능한 곳에서는 이미 정부의 입법 없이도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입법화를 통한 일률적인 시행보다는 각 사업장에서 여건에 맞게 이 제도를 도입케 내버려 두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첫째, 각 사업장의 사정이 천차만별이다. 노사가 모두 주5일근무제를 찬성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노사 모두가 새 제도의 도입에 반대하는 곳도 적지 않다. 물론 근로자는 찬성하지만 사용주는 반대하는 사업장도 많다. 또한 시간관리나 노동집중도의 개선이 이루어져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할 여건이 된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둘째, 단위 사업장별로 혹은 산업별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단체협약 등을 통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곳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미 금융노조가 오는 7월 시행을 목표로 올 임단협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을 관철시키기로 의견을 모았고 다른 대기업들도 제도 도입에 나서고 있어 올 임단협에서 주5일 근무제가 핵심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5일 근무제의 확대는 대기업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노동부가 종업원 1백명 이하 사업장 5천27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기준으로 3.8%인 1백91개 사업장이 토요일을 모두 쉬는 완전한 주5일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부분적으로 채택한 사업장은 전체의 22.5%에 이르고 있다.
셋째, 애초에 정부가 주5일 근무제를 추진한 것은 근로자들의 삶의 질 개선만이 아니라 사실상의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경기회복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그런 필요가 상당히 사라졌다.
넷째, 주5일 근무제는 경제만이 아니라 사회, 문화, 교육 등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일괄적으로 밀어부치기보다는 시장에 맡겨 서서히 도입되게 기다리는 것이 충격과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줄이는 길이다.
의료개혁의 경우에서 보듯이 아무리 의도가 좋다하더라도 일률적이고 포괄적인 제도의 시행은 그 수혜자가 되어야 할 근로자들에게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료 개혁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혼란을 빚어낸 이유는 준비는 부족한데 의욕만이 앞선 데 있다. 주5일 근무제 도입도 이런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관련한 제도의 정비는 시작하되 시행은 단계적으로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주5일 근무제, 각 사업장에 맡겨라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노사정의 협상이 합의 도출에 실패한 채 25일 새벽 결렬됐다. 이에 따라 노사정 합의를 바탕으로 오는 7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추진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협상이 결렬된 것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견이 큰 탓도 있었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한 여건이 미처 갖추어지지 않았고 노동계와 경영계 내부의 이견도 큰 상태에서 정부가 이를 일률적으로 시행하려고 추진한 데 더 큰 원인이 있었다고 보인다. 아무튼 지난 2년여 동안 국민의 관심이 모아졌던 주5일 근무는 일단 조기 시행은 어렵게 되었다.
이 참에 정부는 일률적으로 이를 강행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각 사업장에 맡기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 문제 전문가들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집단 이기주의가 협상 대표들의 발목을 잡아 합의 도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노동계의 경우 협상에 참여하는 한국노총과 불참 중인 민주노총, 도입에 적극적인 일부 공기업 노조 등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은 '근로조건 개악 없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주장하며 총파업을 선언해 한국노총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었다. 또 한국노총 산하 노조 가운데 제조연맹은 일요일 유급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반대하겠다며 협상대표부를 압박했다.
경영계 역시 경총과 전경련.중기협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특히 중기협은 근로시간 단축이 중소 제조업체를 고사시킬 우려가 있다며 제도 도입 자체에 반대했다. 이에 따라 경총은 협상이 지연되면서 재계 협상 대표로서의 위상이 흔들렸다. 이 같은 양측 대표의 입장 때문에 노총과 경총이 이해 득실을 저울질하다가 결국 결렬 쪽을 택했다는 것이다.
최근 법 개정이 안된 상황에서 사업장에 주5일 근무제가 급속히 퍼지는 것 역시 한국노총이 협상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이유 중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산하 노조들이 임단협을 통해 원하는 바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구태여 노동계의 비난을 살지 모를 위험 부담을 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는 25일 오전 협상 결렬 직후 최종 중재안을 제시했다. 다음달 4일까지 양측의 의견을 들어 최종 입장을 정리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노사의 입장이 중재안과 큰 차이를 보여 합의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주5일 근무제가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점에서 연말까지 입법을 추진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사업장마다 상황이 다르고 가능한 곳에서는 이미 정부의 입법 없이도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입법화를 통한 일률적인 시행보다는 각 사업장에서 여건에 맞게 이 제도를 도입케 내버려 두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첫째, 각 사업장의 사정이 천차만별이다. 노사가 모두 주5일근무제를 찬성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노사 모두가 새 제도의 도입에 반대하는 곳도 적지 않다. 물론 근로자는 찬성하지만 사용주는 반대하는 사업장도 많다. 또한 시간관리나 노동집중도의 개선이 이루어져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할 여건이 된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둘째, 단위 사업장별로 혹은 산업별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단체협약 등을 통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곳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미 금융노조가 오는 7월 시행을 목표로 올 임단협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을 관철시키기로 의견을 모았고 다른 대기업들도 제도 도입에 나서고 있어 올 임단협에서 주5일 근무제가 핵심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5일 근무제의 확대는 대기업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노동부가 종업원 1백명 이하 사업장 5천27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기준으로 3.8%인 1백91개 사업장이 토요일을 모두 쉬는 완전한 주5일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부분적으로 채택한 사업장은 전체의 22.5%에 이르고 있다.
셋째, 애초에 정부가 주5일 근무제를 추진한 것은 근로자들의 삶의 질 개선만이 아니라 사실상의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경기회복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그런 필요가 상당히 사라졌다.
넷째, 주5일 근무제는 경제만이 아니라 사회, 문화, 교육 등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일괄적으로 밀어부치기보다는 시장에 맡겨 서서히 도입되게 기다리는 것이 충격과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줄이는 길이다.
의료개혁의 경우에서 보듯이 아무리 의도가 좋다하더라도 일률적이고 포괄적인 제도의 시행은 그 수혜자가 되어야 할 근로자들에게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료 개혁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혼란을 빚어낸 이유는 준비는 부족한데 의욕만이 앞선 데 있다. 주5일 근무제 도입도 이런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관련한 제도의 정비는 시작하되 시행은 단계적으로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영조 (경희대 교수/시민회의 사무총장)
출처 - 비전@한국 정책대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