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 한국도 적극 나서야
	2005-05-06
'북핵' 해결, 한국도 적극 나서야 6자회담이 장기표류하고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 실험발사를 감행함으로써 북한 핵 문제가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의 권위있는 몬터레이 비확산연구센터는 북한이 최근 가동을 중단한 5MW 원자로에서 꺼낸 폐연료봉을 재처리할 경우 금년 말까지 11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1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을 확보했을 때 핵실험을 강행하고,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북한은 핵 억지력과 공격력을 동시에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최근 북한에 의한 5MW 원자로의 연료봉 재처리 및 재장전 조치는 핵실험 강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한국과 미국이 절대로 방관할 수 없는 금지선(red line)이다. 북한은 1945년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투하된 것과 같은 20kt급 플루토늄형 폭탄을 실험용 핵폭탄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핵폭탄이 서울 상공에 투하될 경우 최소한 200만명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북한의 핵보유는 우리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잡는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이 될 것이고, 대(對)북한 억지체제를 재구축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국방비가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조만간 열리게 될 한·미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2003년 5월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핵 사태 악화시 ‘추가적 조치’를 검토하기로 이미 합의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양국 정상의 국제적 위신은 크게 실추되고 북핵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지고 말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의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특히 이 회견에서 미국이 이라크에 보유 전투병력의 대부분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하에서도 한반도 유사시에 두 개의 전선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군사적 능력을 갖고 있다는 미 합참의장의 군사적 조언을 부시 대통령이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부시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회부 이후 북한의 도발에 의해 한반도에 전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충분히 군사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 위기가 이처럼 심화되고 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시점 선택의 문제를 더 이상 미국에 떠넘겨서는 안된다. 북한의 핵 실험을 막고 북한이 핵을 보유할 경우 핵을 안고 망할 수밖에 없다는 명확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책임은 한국에 있다. 노 대통령은 북한에 의한 5MW 원자로의 폐연료봉 재처리와 재가동 전후의 어느 시점에 북핵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할 것인지를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북핵 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된다고 하더라도 1994년 위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6자회담이라는 완충장치가 있기 때문에 평화적 해결의 장은 여전히 열려 있다. 안보리 회부 이후 6자회담은 북한이 완전 핵폐기를 전제로 한 핵동결에 동의할 경우에 한정해서만 가동시켜야 할 것이다.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북한 외부로 핵물질 이전을 막을 수는 있지만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한다는 점에서 충분치 못하다. 북핵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약간 올랐다고, 청와대가 그 숫자를 붙들고 ‘홍보장사’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다. 북한이 6자회담을 계속 거부하고 핵포기라는 전략적 선택을 하지 않는 이상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이관은 불가피할 것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출처 - 조선일보 2005. 5. 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