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 재보선 지역감정은 없어야
	2005-04-29
4·30 재보선 지역감정은 없어야 17대 국회의 최대 재·보궐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6개 선거구에서 동시에 실시되는 이번 재보선은 여당의 과반의석 확보가 깨어진 상태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이 다시 과반의석을 확보할 수도, 아니면 여소야대의 형국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선거에 임하는 각 정당의 태도가 치열함을 넘어서 결사적이라 평할 정도가 되면서 과열과 혼탁의 우려 또한 적지 않았다. 실제로 최근 뉴스를 수놓은 굵직한 사건들, 예컨대 철도공사의 유전개발 의혹 사건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생활에 관련된 사건도 선거로 인해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은 여당의 원내 과반의석 확보나 야당의 저지에 그 본질적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적 선거의 의미와 기능은 국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이에 기초하여 국가기관을 구성한다는 점에 있다. 즉 국민적 정당성에 기초하여 대표자가 선출되는 과정이 선거이며, 이는 동시에 국민의 의사로부터 멀어진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통제의 역할도 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재보선이 지난해 국회의원선거 후 1년간의 여야 의정 활동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점 또한 여야가 이번 재보선에 전력투구하게 만드는 요인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이 치러지는 6개 선거구가 전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6개 선거구가 수도권과 영·호남에 분산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특정 지역의 정서에 의해 선거가 일방적으로 치러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만일 일부 선거구에서라도 정당의 지역구도가 재연될 경우 재보선의 의미 또한 퇴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지역정서를 무조건 부정할 수는 없으며,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를 보다 잘 대변할 경우에는 그 지역에서 그 정당의 지지가 높아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역 의사의 합리적 대변을 넘어서 특정 정당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나 무조건적인 기피로 이어지고, 그에 따라 정당이 제시하는 정책 또는 후보자의 능력 등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이 제대로 내려지지 않을 경우에는 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나아가 민주주의의 기초가 약화될 수 있는 것이다. 정당은 정권의 획득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이다. 따라서 정당으로서는 선거 과정의 페어플레이보다는 승리라는 결과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정당으로 하여금 페어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은, 유권자인 국민이 페어플레이를 하는 정당에 더 많은 표를 주고, 그러지 않은 정당을 외면하는 행동이다. 따라서 국민 스스로가 지역감정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정당이 먼저 지역감정을 벗어나기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선거의 주체는 국민이다. 정당이나 후보자도 선거에 참여하는 당사자이지만, 선거권자로서 선거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것은 국민이다. 따라서 선거의 성패는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달려 있다. 국민이 정당이나 후보자의 능력에 대한 올바른 판단에 기초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이러한 선택이 모든 선거 당사자를 납득시킬 수 있을 때,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의 발전은 계속될 수 있다. 만일 국민의 판단과 선택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그리고 정당이나 후보자가 능력 이외의 요소로 국민을 현혹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경우에는 선거의 혼탁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민주주의의 장래도 어두워질 것이다. 지난 60년간 성장시켜온 우리 국민의 민주적 역량에 대한 시험대, 그것이 이번 재보선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출처 - 한국일보 2005. 4. 2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