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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룰'가혹하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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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4 |
| '5%룰'가혹하지 않다 얼마 전 보도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사가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 13D를 모태로 한 주식대량보유상황보고제도 (약칭 5% 보고제도)를 시행해 오다가 기업인수 시장에서 보다 공정한 경쟁이 이루 어지도록 하기 위해 5% 보고제도를 개정했다. 이를 FT는 외국투자가를 통제하기 위한 매우 가혹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이번에 5% 보고제도가 보다 엄격하게 개정되었다고 하나 미국 제도와 비교했을 때 아직도 관 대한 면이 많다. 일단 사실관계를 확실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양국간의 5% 보고제도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 첫째, 보고의무 기준이 되는 보유비율을 계산할 때 이에 포함되는 대상 주식이 상 이하다. 미국은 5% 보유 여부를 지분증권 각각에 개별적으로 적용하나 한국은 투자 자가 주식 외에 잠재적 증권인 전환사채권, 신주인수권부사채권 등을 보유하고 있 으면 이를 전부 합산해 보유비율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투자자 갑이 미국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 발행액 중 5%를 취득했지만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이 5%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갑은 미국 법에 의하면 보고해야 하나 한국 법에 의하면 보고할 의무가 없다. 둘째, 보고하는 자에 대해 추가 취득 또는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냉각기간이 한 국에 비해 미국이 장기다. 한국은 보고일부터 5일 동안 냉각기간을 가지나 미국은 5%를 초과하는 취득일부터 냉각기간이 기산되고 최장 20일까지 냉각기간이 가능하 다. 냉각기간이 길면 길수록 음성적인 주식 매집을 억제해 경영권의 불공정한 침탈을 방지할 수 있으나 주식을 매집하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냉각기간이 길면 길수록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셋째, 미국은 보고자의 최근 5년 간 형사소송과 민사소송 현황을 공개하도록 요구 하나 한국에는 그러한 조항이 없다. 넷째, 한국은 지금까지 이루어진 취득자금 조성과 원천만 밝히면 되나 미국은 사용 예정인 자금도 보고대상이 된다. 다섯째, 보고자가 법인 또는 단체인 경우 한국은 임원과 최대주주 등만 기재하면 되나 미국은 당해 회사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른 회사 또는 단체의 업무 집행간부와 이사 등도 기재사항에 포함하고 있다. 여섯째, 벌칙 조항으로 미국은 2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달러 이하 벌금이나 한국 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 제도는 미국 제도에 비해 결코 가혹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FT 보도에 대해 차분히 논리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FT 기사에 대해 왜 잘못되었는지를 구체적인 증거를 들어가면서 논리적으로 반박해야 한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동양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서양인도 치밀한 논리 앞에 는 두 손을 들고 승복하게 마련이다. 만일 논리 앞에서도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면 신문으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상실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외국 자본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다. 외국 자본이 들어오면 선진 경영 기법이 전수되고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돼 소위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없어진다는 믿 음이다. 이는 외국 자본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 외국 자본이 반도체 이후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는 첨단 산업을 제시하고 개발해 줄 수는 없다. 외국 자본은 고수익을 좇아 각국을 전전하는 자본일 뿐인 것이다. 따라 서 외국 자본이 우리나라를 떠나는 경우가 발생하면 이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수익 을 올리지 못해 떠나는 것이지 글로벌 스탠더드에 속하는 5% 보고제도를 강화했다 고 떠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FT는 삼성의 SK 주식 매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다. 경영권 방어를 위 해 등장하는 백기사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제도가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속할 만큼 보편화한 제도다. 이를 외국인들이 비판하는 것은 선진국이 취하는 소위 사다 리 걷어차기의 정형일 수 있다. 외국 언론 또는 외국인 비판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의연하게 우리 길을 가는 것이 선진한국을 지향하는 우리 자세가 되어야 한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5. 4. 4 테마진단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