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생명력은 경쟁
	2005-04-01
경제의 생명력은 경쟁 4월1일은 우리나라 최초의 자유무역협정(FTA)인 한·칠레 FTA 발효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년간 한·칠레 FTA의 이행 성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만,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한국무역통계에 따르면 2004년 4월부터 2005년 2월까지 수출은 58.6%, 수입은 54.3% 늘어났다. 업종별로는 관세가 철폐된 자동차, 휴대전화, 캠코더, 컬러TV 등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구리 등 원자재와 포도주 등의 수입이 증가했다. 아직 종합적 판단을 내리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염려했던 국내 농산물 시장의 피해는 예상보다 적었다. 한·칠레 FTA는 5년이라는 긴 준비 과정을 거쳐 발효됐다. 이런 기나긴 비준 과정과 국회 비준을 막기 위한 농민단체들의 대규모 반대시위를 보면서 대외개방에 대한 국내 정치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경제학에 따르면 몇 가지 조건에서 한 나라의 후생은 자유무역에 의해 극대화될 수 있고, 자유무역에서 발생되는 이익을 분배할 수 있는 제도만 확립이 된다면 누구나 자유무역의 수혜자가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유무역의 이익을 쉽게 측정하기도 힘들고, 이익 분배를 통해 누구에게나 이익을 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시장이 개방되면 단기적으로 업종별 손익이 나타나게 된다. 한·칠레 FTA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농민단체들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는 이로 인한 이익을 기대하는 수출 제조업체와 일반 소비자가 있다. 그러나 올슨(Mancur Olson)이 ‘집단행동의 논리’에서 지적한 무임승차 등의 이유로 시장개방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익의 목소리보다 더 크게 전달되고 있다. 그 결과 정치인 등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개방이 가져올 이익보다는 피해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 등 거대시장이 기업 발전에 주는 이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FTA를 포함한 시장개방은 우리 시장을 여는 것과 동시에 상대방 시장도 여는 것이다. 이런 시장통합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으로 나아갈 기회를 얻게 된다. 물론 시장개방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비교열위에 놓인 산업이 도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발판으로 신기술 개발과 경영 혁신에 힘써 비교열위의 산업을 비교우위로 전환할 수 있다. 우리의 경험을 보더라도 1999년 수입선 다변화 제도의 철폐에 따른 전자산업의 붕괴, 유통시장 개방에 따른 국내 유통산업의 붕괴 등의 염려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 시장개방은 결국 국내기업들의 체질을 더욱 강화시켰고, 월마트 등 해외 유통업체들이 국내 유통시장에서 우리 업체들에 고전하는 현상을 낳고 있다. 경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력을 잃으면 낙후된다. 그리고 경제가 계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동기는 경쟁에서 온다. FTA를 포함한 시장개방은 그 경쟁을 우리 경제에 지속적으로 주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국내 산업이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준비기간을 둬야 한다는 점이다. FTA는 관세 등의 시장개방에 유예기간을 마련하여 국내 산업에 급격한 충격을 주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한 예로 한·칠레 FTA는 제품에 따라 5년, 10년, 16년 등의 관세 철폐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우리는 대외개방을 적극 포용하여 우리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대외개방이 야기하는 문제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대외개방에 따른 이해집단의 갈등도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대외개방을 통한 경쟁력의 강화와 함께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우리 경제의 지속적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출처 - 세계일보 2005. 4. 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