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왜 이러나?
	2005-03-17
일본 왜 이러나? 광복 60년의 해에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 한·일관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왜 이러는 걸까? 첫째, 일본 국민의 주체세력이 변했기 때문이다. 우리만 광복 60년이 아니라 전쟁을 일으킨 그들도 60년의 세월이 지나며 세대교체가 되었다. 전쟁에 승리했든 패배했든 간에, 전쟁의 참상에 휘말린 세대들은 일정 기간 침묵한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진절머리 나기도 하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중추세력들은 전쟁을 치르지 않은 세대들로 교체되고 그 변화의 과정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의 핵심세력은 전쟁의 참상도 모르고 그저 왜 과거사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하는지 은근히 불만에 싸여 있었다. 이들이 표밭으로 존재하는 한, 집권세력은 이들이 원하는 정치 코드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일본은 중국과의 영토분쟁에 한국의 경우도 편승시키겠다는 것이다. 도마 위에 같이 올려 놓으면 이문을 보면 보지 잃을 것은 없다는 계산이다. 중국은 동중국해에서 가스전 개발을 하고 있는데 일본은 일본 대륙붕의 연장지점이라 하여 반발이 크다. 일본은 적어도 공동개발을 목표로 하는데, 독도 문제도 차제에 적극적으로 건드려 놓으면 한·일 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중국과의 영토분쟁이라는 공통의 테이블에 올려 놓아 동북아 문제로 비화시켜 모종의 협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독도 문제를 새로운 안보질서에 끼워 놓으려는 속셈이다. 일본은 신방위대강에서 중국을 위협국가로 지목할 만큼 동북아에는 새로운 갈등관계가 조성되고 있다. 냉전구도가 약화되고 미국과 일본의 혈맹이 중국과 대립하는 구도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대만문제를 내정간섭이라 하여 간섭 말라 하고, 미국과 일본은 중국이 대만에 무력행사를 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본 방위청은 조어도 근처에 자위대 병력을 주둔시키는 방침을 검토 중이어서, 독도 문제는 한·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역학구도와 연계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는, 한·일 우정의 해와 한류의 열풍에 반작용이 심하지 않을 것으로 오판했다. 광복 이후 일본이 한국을 폭발적으로 열애하는 이 시점에, 독도 문제를 거론해도 그동안 무시정책을 취해왔던 한국이 좋은 분위기를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조용히 넘어갈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6자회담의 핵심참여국인 일본은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한국이 크게 대립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 배짱이 커진 것이다.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마당에 무시정책으로 일관할 수는 없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일본이 독도 문제를 거론할 때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 무시정책을 취해 왔는데, ‘한·일관계보다 상위개념인 영토와 주권의 문제’로 독도 문제의 방향을 설정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독도에 대한 한국국민의 정서와 결속을 대내외에 표방하고 우리 국민의 의지를 단호히 보여주어야 한다. 일본은 이번 일로 독도의 영유권 주장을 포기할 국가가 아니다. 만일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한다 하여도 우리가 안 가면 재판성립이 안 되는 일이지만, 행여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충분한 자료와 증거를 확보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유비무환의 독도 수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 국민의 독도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보여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냉정하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 차분한 준비도 함께 어우러질 때 독도를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광복 60년 동안 가장 우호적인 한·일관계에 상처를 낸 장본인은 일본이기에,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차원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철회하고 우정의 해에 맞는 양국관계가 회복되도록 일본 지성의 행동을 촉구한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5. 3. 1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