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후보 경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문이나 방송매체를 통해 각 후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창인 기본 철학이 상당 부분 밝혀지고 있으며 앞으로 이에 대한 공방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으로서 더 나은 사람일까를 막연하게 저울질하는 것보다 이들의 철학과 정책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부정부패를 척결할 대통령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후보들이 표방하는 이념을 검증하는 일도 매우 중요합니다.
보수와 진보에 대한 해석
이념논쟁에서는 흔히 보수와 진보, 좌와 우, 온건과 급진 등 자신의 사상이나 타 후보의 사상을 단순명료하게 나타낼 수 있는 용어들이 동원됩니다. 물론 이들 용어의 생성 배경과 대중들에게 스며드는 역사적 전파 과정이 국가와 시대에 따라 달라 저마다의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는 정체와 남이 나를 규정하는 정체가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보수와 진보에 대한 해석은 더욱 구구합니다. 한 편에서는 보수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수구로 해석하는가 하면, 다른 한 편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시하는 이른바 우파적 진보(right radical)라고 주장합니다. 수구는 이념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논의에서 제외하고 우파적 진보를 보수 또는 보수적 진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이는 곧 자유주의와 그 이념적 궤를 같이 하며, 정부의 간섭주의를 배격하는 미세스, 밀튼 프리드만, 스티글러 등이 이러한 사상적 범주에 속하는 경제학자들입니다 (프리드만은 자신을 무정부주의자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흔히 통용되고 있는 진보라는 용어는 영국의 고전적 자유주의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빈곤과 실업 해결, 복지 구현 등을 위한 정부개입을 강조하는 이념으로 그 의미가 변질되었고, 이는 1960년대와 70년대 초 미국의 좌파 운동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의미의 진보는 좌파와 그 이념적 궤를 같이 하며, 정부개입을 강조하는 경제학자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보수와 진보는 그 용어만으로는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극과 극의 스펙트럼에 걸쳐 달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수적 진보와 좌파적 진보
여기에서 보수적 진보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보수적 진보는 개인의 자유와 생명을 최우선시하고, 그런 만큼 정부의 간섭이 없는 시장경제의 창달을 주장하는 이념입니다. 미국에서는 시카고 대학이 보수적 진보의 선봉이며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당시에 미국의 산업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 가지 기이한 현상은 보수적 진보에는 항상 ‘극단’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는 것입니다. 극단이란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지는 견해와 매우 다른 견해를 지칭할 때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그러나 극단이란 어떤 사상이나 이념의 위치를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라, 이러한 견해를 견지하는 사람들을 미치광이 취급하면서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동원되는 단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코페르니쿠스나 갈리레오가 주장했던 지동설은 대다수가 천동설을 믿고 있던 당시에는 분명히 논의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지동설은 옳은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옳고 그름은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대다수 사람들의 견해와 매우 다르다고 해서 논의에서 제외하지 말고 경청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보수나 진보라는 용어가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쳐 사용되고 있는 만큼 한 개인이나 집단의 이념적 성향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특히 정책에 관한 견해를 살펴보면 그 이념적 성향이 잘 드러납니다. 보수주의자들은 사람들의 경제생활에 대한 정치적 통제가 증가하면 불가피하게 개인의 자유가 억압된다고 주장하며, 각종 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는 대다수 사람들을 관심의 대상으로 합니다. 보수적 정책은 자연히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대다수의 이익을 지지하게 되며, 이들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자유가 억압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들 정책이 지지하는 대상은 불특정 다수로 식별되지만, 역설적으로 다수의 이익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특정 개인이나 집단은 물론 다수로부터의 인기도 얻기 어렵습니다. 반면에 좌파적 진보는 정책에 의해 가장 크게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식별가능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들을 위해 그 외의 사람들의 자유 일부를 유보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정부개입을 배격하는 보수와는 달리 정부개입은 필연적이며 그런 만큼 부정부패가 자리잡을 가능성도 크게 됩니다. 사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부정부패도 기실은 정부개입에서 연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적 통제가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생활을 억압할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회피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현 정부가 좌파적 정권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찬반 견해가 공존하고 있지만 이 기준에 비추어보면 좀 더 명확해집니다. 물론 대부분의 정권이 우파적 요소와 좌파적 요소를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요소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그 색깔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빅딜은 자발적인 교환이 아니라 강제적인 것이어서 한 쪽의 손해를 대가로 다른 한 쪽의 이익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좌파적 진보정책입니다. 물론 다른 한 쪽이 이익을 취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입니다. 강제적 교환이기 때문입니다. 소득재분배에 초점이 맞추어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나 국민연금 확대 등 복지정책도 특정 집단을 목표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좌파적 진보정책입니다. 또한 특정 회사의 승용차 사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킨 것도 좌파적인 것입니다. 즉, 현 정부가 내건 기치는 시장경제였지만 굵직굵직한 일에 모두 정부가 개입했다는 사실은 현 정부가 좌파적이라고 이름짓기에 충분합니다. 공기업 민영화를 보수적 진보정책이라고 하지만 많은 경우 국내기업의 응찰을 사실상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꼭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대외개방은 보수적 진보정책입니다.
사상과 이념의 검증이 필요한 이유
어느 누구나 그 태생과 성장, 그리고 학습 배경에 따라 좌에서 우, 또 보수와 진보 사이의 일정 구간에 자신의 이념이나 사상을 자리 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한 사회에 다양한 이념이나 사상이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문제는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단하는 자리에 있지 않는 일반인라면 그가 어떤 이념을 가졌더라도 타인의 삶에 그다지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단을 내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어떤 사상을 가졌는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한국과 같은 큰 정부 하에서 대통령이 국민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그런 만큼 대통령 후보들의 이념 검증은 명확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어디에 위치하고 나의 사상이나 정책들이 어떻게 국민들의 삶을 이롭게 할 수 있는지를 이론적이며 실증적으로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검증 과정에서 각 후보의 이념이 논리적으로 얼마나 설득력이 있으며 또 얼마나 실천 가능한 것인지 밝혀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정책을 택했던 각 국이 어떠한 삶의 길을 걸어왔는지도 밝혀질 것입니다.
자신의 사상이나 이념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은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당정치 발전에도 획기적인 공헌을 할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의 정당은 그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그 색깔을 분명히 하고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정당이 구성되어야 합니다. 물론 영국의 토니 블레어나 프랑스의 조스팽처럼 소속 정당이 표방하는 이념과 그들이 실제로 실천하는 정책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정책노선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선호나 생각에 따라 선택할 것입니다. 옳은 선택이었다면 한국은 더욱 부강해질 것이고 그릇된 선택이었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자유는 그릇된 선택을 할 자유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이념논쟁: 보수와 진보의 의미
다가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후보 경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문이나 방송매체를 통해 각 후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창인 기본 철학이 상당 부분 밝혀지고 있으며 앞으로 이에 대한 공방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으로서 더 나은 사람일까를 막연하게 저울질하는 것보다 이들의 철학과 정책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부정부패를 척결할 대통령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후보들이 표방하는 이념을 검증하는 일도 매우 중요합니다.
보수와 진보에 대한 해석
이념논쟁에서는 흔히 보수와 진보, 좌와 우, 온건과 급진 등 자신의 사상이나 타 후보의 사상을 단순명료하게 나타낼 수 있는 용어들이 동원됩니다. 물론 이들 용어의 생성 배경과 대중들에게 스며드는 역사적 전파 과정이 국가와 시대에 따라 달라 저마다의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는 정체와 남이 나를 규정하는 정체가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보수와 진보에 대한 해석은 더욱 구구합니다. 한 편에서는 보수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수구로 해석하는가 하면, 다른 한 편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시하는 이른바 우파적 진보(right radical)라고 주장합니다. 수구는 이념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논의에서 제외하고 우파적 진보를 보수 또는 보수적 진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이는 곧 자유주의와 그 이념적 궤를 같이 하며, 정부의 간섭주의를 배격하는 미세스, 밀튼 프리드만, 스티글러 등이 이러한 사상적 범주에 속하는 경제학자들입니다 (프리드만은 자신을 무정부주의자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흔히 통용되고 있는 진보라는 용어는 영국의 고전적 자유주의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빈곤과 실업 해결, 복지 구현 등을 위한 정부개입을 강조하는 이념으로 그 의미가 변질되었고, 이는 1960년대와 70년대 초 미국의 좌파 운동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의미의 진보는 좌파와 그 이념적 궤를 같이 하며, 정부개입을 강조하는 경제학자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보수와 진보는 그 용어만으로는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극과 극의 스펙트럼에 걸쳐 달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수적 진보와 좌파적 진보
여기에서 보수적 진보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보수적 진보는 개인의 자유와 생명을 최우선시하고, 그런 만큼 정부의 간섭이 없는 시장경제의 창달을 주장하는 이념입니다. 미국에서는 시카고 대학이 보수적 진보의 선봉이며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당시에 미국의 산업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 가지 기이한 현상은 보수적 진보에는 항상 ‘극단’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는 것입니다. 극단이란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지는 견해와 매우 다른 견해를 지칭할 때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그러나 극단이란 어떤 사상이나 이념의 위치를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라, 이러한 견해를 견지하는 사람들을 미치광이 취급하면서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동원되는 단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코페르니쿠스나 갈리레오가 주장했던 지동설은 대다수가 천동설을 믿고 있던 당시에는 분명히 논의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지동설은 옳은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옳고 그름은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대다수 사람들의 견해와 매우 다르다고 해서 논의에서 제외하지 말고 경청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보수나 진보라는 용어가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쳐 사용되고 있는 만큼 한 개인이나 집단의 이념적 성향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특히 정책에 관한 견해를 살펴보면 그 이념적 성향이 잘 드러납니다. 보수주의자들은 사람들의 경제생활에 대한 정치적 통제가 증가하면 불가피하게 개인의 자유가 억압된다고 주장하며, 각종 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는 대다수 사람들을 관심의 대상으로 합니다. 보수적 정책은 자연히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대다수의 이익을 지지하게 되며, 이들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자유가 억압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들 정책이 지지하는 대상은 불특정 다수로 식별되지만, 역설적으로 다수의 이익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특정 개인이나 집단은 물론 다수로부터의 인기도 얻기 어렵습니다. 반면에 좌파적 진보는 정책에 의해 가장 크게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식별가능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들을 위해 그 외의 사람들의 자유 일부를 유보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정부개입을 배격하는 보수와는 달리 정부개입은 필연적이며 그런 만큼 부정부패가 자리잡을 가능성도 크게 됩니다. 사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부정부패도 기실은 정부개입에서 연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적 통제가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생활을 억압할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회피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현 정부가 좌파적 정권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찬반 견해가 공존하고 있지만 이 기준에 비추어보면 좀 더 명확해집니다. 물론 대부분의 정권이 우파적 요소와 좌파적 요소를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요소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그 색깔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빅딜은 자발적인 교환이 아니라 강제적인 것이어서 한 쪽의 손해를 대가로 다른 한 쪽의 이익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좌파적 진보정책입니다. 물론 다른 한 쪽이 이익을 취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입니다. 강제적 교환이기 때문입니다. 소득재분배에 초점이 맞추어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나 국민연금 확대 등 복지정책도 특정 집단을 목표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좌파적 진보정책입니다. 또한 특정 회사의 승용차 사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킨 것도 좌파적인 것입니다. 즉, 현 정부가 내건 기치는 시장경제였지만 굵직굵직한 일에 모두 정부가 개입했다는 사실은 현 정부가 좌파적이라고 이름짓기에 충분합니다. 공기업 민영화를 보수적 진보정책이라고 하지만 많은 경우 국내기업의 응찰을 사실상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꼭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대외개방은 보수적 진보정책입니다.
사상과 이념의 검증이 필요한 이유
어느 누구나 그 태생과 성장, 그리고 학습 배경에 따라 좌에서 우, 또 보수와 진보 사이의 일정 구간에 자신의 이념이나 사상을 자리 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한 사회에 다양한 이념이나 사상이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문제는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단하는 자리에 있지 않는 일반인라면 그가 어떤 이념을 가졌더라도 타인의 삶에 그다지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단을 내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어떤 사상을 가졌는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한국과 같은 큰 정부 하에서 대통령이 국민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그런 만큼 대통령 후보들의 이념 검증은 명확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어디에 위치하고 나의 사상이나 정책들이 어떻게 국민들의 삶을 이롭게 할 수 있는지를 이론적이며 실증적으로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검증 과정에서 각 후보의 이념이 논리적으로 얼마나 설득력이 있으며 또 얼마나 실천 가능한 것인지 밝혀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정책을 택했던 각 국이 어떠한 삶의 길을 걸어왔는지도 밝혀질 것입니다.
자신의 사상이나 이념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은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당정치 발전에도 획기적인 공헌을 할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의 정당은 그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그 색깔을 분명히 하고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정당이 구성되어야 합니다. 물론 영국의 토니 블레어나 프랑스의 조스팽처럼 소속 정당이 표방하는 이념과 그들이 실제로 실천하는 정책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정책노선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선호나 생각에 따라 선택할 것입니다. 옳은 선택이었다면 한국은 더욱 부강해질 것이고 그릇된 선택이었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자유는 그릇된 선택을 할 자유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김영용(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yykim@chonnam.ac.kr)
출처 - 자유기업원